[헤럴드경제=문영규 기자]바벨탑은 끝내 완성되지 못했다.
인류의 오만함을 경계하라는 의미에서일까. 웅장한 고대 이집트의 피라미드와 중국의 만리장성, 끝없는 인류의 욕망을 상징하는 초고층 빌딩에 이르기까지, 역사상 위대한 건축물들은 많은 사람들의 희생을 통해 힘들게 완성됐고 또 그 건축물의 위용에서 겸손함을 배웠다.
최근 제 2롯데월드 공사장 인부 사망 사고로 불거진 초고층ㆍ대형 공사장의 안전불감증을 우려하는 국가는 비단 한국 뿐만이 아니다.
행사시기에 맞춰 공사기간을 무리하게 단축시키려는 죽음의 월드컵부터 위험천만한 초고층 건물 인명사고까지, 근로자 복지를 무시하고 발달한 건축기술을 맹신하는 사람들을 향해 무언의 꾸짖음은 계속되고 있다.
▶죽음의 월드컵=지난달 국제노동연맹(ITUC)은 보고서를 통해 2022년 개최되는 카타르 월드컵 경기장 건설 현장에서 개막 전까지 최소 4000명의 근로자가 사망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미 카타르 현지 건설 현장에선 1200명이 사망한 것으로 조사됐다. ITCU는 최근 3년 간 인도와 네팔에서 카타르로 떠난 월드컵 건설현장 노동자 사망자 현황을 바탕으로 각국 대사관이 사망자수를 집계한 결과를 종합했다.
네팔 출신 근로자는 3년 간 400명이 사망했으며 인도 근로자는 매월 20명씩 죽어나갔다. 카타르의 외국인 노동자 수는 총 140만명으로 네팔, 인도 출신이 50%임을 감안한다면 사망자 수는 더욱 크게 늘어난다.
문제는 외국인 노동자들에 대한 처우다. 50℃에 이르는 여름 기온 등 카타르의 고온다습한 날씨와 열악한 근무환경이 사망자 수를 크게 높였다.
ITUC에 따르면 인부들은 숙소가 모자라 경기장 관람석에서 자는 사람도 있으며 점심시간도 없이 하루 12시간을 일한다. 특히 ‘카팔라’라는 중동의 노동계약 시스템은 ‘노예계약’ 수준의 처우를 보장하게 만든다. 이들 노동자들의 월 급여는 466달러(약 50만원) 수준에 머물러 있다.
100일도 채 남지 않은 브라질 월드컵은 6월 개최를 앞두고 또다시 난관에 봉착했다.
지난달 말 상파울루 아레나 코린치안스 경기장 관중석 설치를 하던 20대 근로자가 15m 아래로 추락해 치료 도중 사망한 것. 공사기한을 맞추기에도 빠듯한 시간이지만 당국은 안전대책이 마련될때까지 공사를 중단시켰다.
지난해 11월엔 대형 크레인이 넘어져 2명이 숨지고 1명이 다치는 등 이곳 건설현장에선 지금까지 총 3명이 사망했다. 북서부 마나우스 경기장 공사장에선 4명이 숨졌고 수도 브라질리아 경기장에선 1명이 사망해 사망자 수는 총 8명을 기록하고 있다.
▶바벨탑의 저주는 지금도 계속된다=9ㆍ11테러로 무너진 미국 세계무역센터는 재건 과정에서도 불의의 사고를 수차례 겪었다. 특히 2012년은 사고가 끊이지 않던 해였다.
그해 2월엔 40층 높이에 있던 크레인이 20톤 무게의 철골 구조물을 떨어뜨려 4월드트레이드센터(WTC)에 위치했던 트럭을 깔아뭉갰다. 인명피해는 없었다.
6월엔 1WTC 89층에서 화재가 발생했지만 역시 다친 사람은 없었다. 그러나 곧 6월 말 4WTC 우측면에서 떨어진 금속 파편에 37세의 인부가 머리를 맞아 다치는 사고가 일어났다.
7월엔 3WTC에서 철골 구조물이 한 인부의 다리에 낙하하며 부상당했고 8월엔 1WTC 100층에서 한 노동자가 추락했으나 다행히 1개층 아래에 떨어져 가벼운 부상을 입고 목숨을 부지했다. 11월엔 4WTC에서 일하던 한 근로자의 머리에 파이프가 쏟아졌으나 크게 다치진 않았다. 12월엔 기념관 인근에서 작은 화재가 발생해 소방 인원이 출동하기도 했다.
WTC의 저주는 꽤 오래전부터 시작됐다. WTC 옛 건물이 공사중이던 1970년 3월 트럭이 프로판 탱크를 치며 폭발로 인해 6명이 부상당했으며 전체 공사기간을 통틀어 건설 도중 사망한 인부 숫자는 총 60명에 달했다. 이후 WTC는 2001년 테러로 인해 건물이 무너지며 3500명의 사망자를 냈다.
세계적인 초고층 빌딩의 하나인 대만 타이베이 금융센터 역시 건설 도중 사고로 인부 5명이 죽었다.
2002년 3월 진도 6.8 규모의 지진이 타이베이를 강타했고 당시 꼭대기층이었던 56층에서 건설 크레인 2대가 추락하며 근로자 5명이 사망했다.
아랍에미리트의 초고층 빌딩 부르즈 할리파에선 의문의 추락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2007년 7월 한 건설 노동자가 사망한 채로 발견됐으며 두바이 경찰당국은 130층에서 108층으로 떨어져 숨진 것으로 추정했다.
건강 및 안전 규정 위반 사실은 없었고 건설 현장 보안팀이 감시하고 있었다. 근로자들은 모두 안전수칙을 따르도록 되어 있었고 층마다 안전 장벽이 설치돼 있었기에 의문의 사고로 남아 바벨탑의 저주를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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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부르즈 할리파. 상파울루 경기장 조감도, 칼리파 스타디움 조감도, WTC(현재), WTC(1971년), 타이베이 101, 부르즈 할리파.(위에서부터 순서대로) [사진=WTC,부르즈 할리파, 위키피디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