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와 루한스크, 하리키프 등 3개주(州)에서 친 러시아 주민들이 7일(현지시간) 주정부 청사를 점거, 나란히 ‘독립’을 선포한 뒤 얼마지나지 않아 우크라이나 특수부대가 청사에 진격해 친러 시위대를 쫓아냈다. 우크라이나 내무장관은 폭동 진압을 위해 3개 전투 부대를 투입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내무부 산하 특수부대원들로 위장한 미국 용병부대 ‘블랙워터(Blackwater)’ 대원으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의 대응이 크림 사태 때와 확연히 달라졌다. 친러 시위 발발 한달 남짓 사이 크림을 러시아에 떼준 전철을 밟지 않으려는 신속하고 강경한 대응 움직임이 읽힌다.
동부 3주의 분리 움직임은 ‘친러 세력의 독립 선포->러시아 군 파병->주민투표 실시’로이어진 크림의 러시아 귀속 모델과 매우 흡사하다. 우크라이나 정부가 ‘러시아 각본’을 의심하는 이유다.
하지만 동부 3주가 크림 사태처럼 그렇게 쉽게 분리되진 못할 것이란 분석이 제기된다. 일단 이들 지역에서 친러세력의 지지 기반이 크림만 못하다.
7일 뉴욕타임스(NYT)는 “도네츠크에서 시위대가 5월11일 주민투표 실시를 발표했지만, 지난달 크림에서처럼 압도적인 지지는 없어보인다”고 전했다. 도네츠크 검찰은 시위대를 ‘분리주의’ 범죄자로 치부하며, “범법자를 체포하기 위해 모든 수단을 강구하겠다”며 엄중 대처를 선언했다. 도네츠크 시의회도 시위대를 향해 협상에 참여할 것을 요구하며 “모든 갈등은 법적으로 풀릴 것”이라고 밝혔다.
도네츠크의 러시아어 사용 인구는 크림과 마찬가지로 전체의 75%를 넘는다. 크림에 거주하는 러시아인이 58%로 과반수를 넘어 ‘러시아 귀속’ 주민투표에서 찬성율 96%라는 압도적 지지를 이끌어낼 수 있었던 반면, 도네츠크에서 러시아인 비중은 38%(2001년 인구통계 기준)로 40%를 넘지 못한다. 러시아인은 루한스크 39%, 히리키프 26%를 차지한다. 도네츠크주 인구는 500만으로 크림(200만)의 두배가 넘는다.
경제 등 중요도면에선 도네츠크가 압도적으로 비중이 크다. 도네츠크주 철강생산량은 우크라이나 전체의 47%, 천연자원 매장량이 국가 전체의 12%에 달한다. 2012년 기준 전체 국내총생산(GDP) 1900억달러 가운데 도네츠크주가 350억달러로 30%를 차지했다. 반면 크림공화국은 부채가 커 우크라이나 정부가 일부러 러시아와의 합병을 눈감아줬다는 얘기까지 돌았다.
빅토르 야누코비치 전 대통령의 고향인 도네츠크에선 수도 키예프에서 친서방 세력이 정권을 잡은 뒤 ‘러시아어 제2공용어 추진안’ 폐기, 친러계 주정부 인사 축출과 체포 및 구금이 이어지자 분노를 표출해 왔다.
정계도 성난 동부 민심 달래기에 나섰다. 5월 대권 주자인 율리아 티모센코 전 총리는 7일 도네츠크를 방문, 기자회견을 열어 시위 자제를 당부한 데 이어 루한스크에서도 비슷한 메시지를 전달할 예정이다. 아르세니 야체뉵 총리 역시 동부를 방문, 지역 주민을 위한 지원 등을 약속할 예정이다.
알렉세이 푸쉬코프 러시아 하원 외교위원장은 NYT에 “동부, 남부에 거주하는 러시아 언어를 쓰는 사람들의 바람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면 우크라이나에서 안정이란 없을 것이다”고 말했다.
동부 3주 도발의 가장 큰 변수는 러시아군의 동태다.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ㆍNATO)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국경에서 30㎞ 떨어진 12시간이면 진격할 거리에 러시아군 4만명이 주둔 중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불개입을 공약했지만, 외교적 해법으로 ‘연방제 개헌’을 제시하고, 국경 부근에서 철군하지 않음으로써 동부 분리를 조장하고 있는 모양새다.
한지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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