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 포르쉐 FMK 닛산 아우디 볼보로부터 1600만원 받아 챙겨
길에서 사무실에서 장소 가리지 않아… 접대받는 날에 맞춰 합격인증 내주기도
“법인카드 취소하고 개인카드로 결제해 달라” 범행 은폐 시도도
[헤럴드경제=김현일 기자] 지난해 폴크스바겐의 배출가스 조작 파문을 연상케 하는 유사한 사건이 국내에서도 발생했다.
국립환경과학원 산하 모 연구소에서 수입차의 배출가스와 소음 인증업무를 담당하는 공무원이 수입차 업체들로부터 6년간 금품과 향응, 심지어 성접대까지 받고 그 대가로 합격인증을 내줬다가 징역형을 선고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 현용선)는 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기소된 황모(43) 씨에게 징역 1년6월에 벌금 1500만원을 선고했다고 2일 밝혔다. 이와 함께 뇌물로 받은 130여만원 상당의 상품권을 몰수하고, 1540여만원을 추징했다. 다만 징역형에 대해선 2년간 집행을 유예했다.
재판부는 “황씨가 장기간 반복적으로 향응을 접대받고 현금을 수수해 연구소 업무의 공정성과 사회적 신뢰를 심각하게 훼손했다”며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2002년 환경부 연구원으로 채용된 황씨는 2009년 11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BMW코리아, 포르쉐코리아, FMK, 한국닛산 등 유명 수입차 업체 관계자들과 아우디ㆍ볼보 인증대행업체로부터 인증검사와 관련해 편의를 제공해주는 명목으로 1600여만원의 뇌물을 받아 재판에 넘겨졌다.
현행법에 따르면 국내 자동차는 물론 수입 자동차도 반드시 국립환경과학원의 배출가스 및 소음 검사를 받고 환경인증을 받아야만 국내에서 판매할 수 있다.
황씨는 이 점을 이용해 특정 업체에 인증을 내주지 않다가 향응을 받기로 약속한 당일에 인증해주는 방식으로 자신의 업무권한을 철저히 악용했다.
범행은 주로 음식점이나 유흥업소에서 수차례 술과 식사 혹은 성접대를 받는 식으로 이뤄졌다. 심지어 자신의 근무지 앞 길이나 사무실에서도 현금과 상품권을 받을 만큼 거리낌없었다.
한국닛산 직원에게는 2500만원 상당의 승용차를 300만원 싼값에 자신의 친형에게 팔도록 해 제3자 뇌물수수 혐의도 적용됐다.
이렇게 황씨에게 금품을 건네고 접대한 업체만 총 12곳에 달한다. 그 중엔 엔진과 건설기계를 제작하는 국내 기업 두산인프라코어와 현대중공업도 포함돼 있었다.
황씨는 경찰이 수사에 들어가자 업체 관계자들에게 거짓진술을 해달라고 하거나 법인카드로 결제한 내역을 취소하고 개인카드로 다시 결제할 것을 요구하는 등 범행사실을 은폐하려고 시도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이에 대해 “범행 이후의 행동도 좋지 않다”며 “황씨를 엄히 처벌함이 마땅하다”고 판단했다.
다만 황씨가 범행을 반성하고 있고, 일부 접대과정에서 황씨가 계산한 경우도 있는 점 그리고 지병으로 5급 장애를 가지고 있는 점을 참작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국내 시민단체 ‘서민민생대책위원회’는 배출가스 조작 논란을 일으킨 폴크스바겐 독일 본사 최고경영진을 1일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이미 폴크스바겐코리아 사장을 고발한 데 이어 대응 수위를 점차 높여가고 있어 이번 국립환경과학원 공무원의 향응 파문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 관심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