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징역 해당하나 당시 18세미만… 징역 20년 선고

[헤럴드경제=김현일 기자] “비록 범행 당시 18세 미만 소년이었고 치밀한 계획에 의한 범행이 아니었지만 엄한 처벌이 마땅하다”

1997년 4월 발생한 ‘이태원 살인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된 아더 패터슨(37)에게 중형이 선고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 심규홍)는 29일 오후 열린 선고공판에서 살인 혐의로 기소된 패터슨에게 검찰의 구형대로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2011년 검찰이 패터슨을 기소한 지 5년 만이다.

징역 20년은 패터슨에게 내릴 수 있는 법정 최고형에 해당한다. 특정강력범죄처벌법 4조는 ‘범행 당시 나이가 18세 미만인 소년을 사형 또는 무기징역에 처해야 할 경우 최대 징역 20년까지 선고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1979년 12월생인 패터슨은 범행 당시 17세 4개월이었다.

한동안 ‘죽은 사람은 있으나 죽인 사람은 없는 미스터리한 사건’으로 불렸던 이 사건의 진범이 이날 판결로 패터슨으로 확인됐다. 사건 발생일로부터 무려 19년 만이다.

재판부는 “생면부지인 사람을 별다른 이유없이 공격해 살해했고, 범행수법이 끔찍해 죄질이 매우 나쁘다”고 양형이유를 설명했다.

그간 공판 과정 내내 “나는 죽이지 않았다. 에드워드가 죽였다”며 항변해온 패터슨은 징역 20년이 선고되자 믿을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잠시 좌우로 저어댔다.

패터슨은 1997년 4월 3일 밤 10시경 서울 이태원의 한 햄버거 가게 화장실에서 고(故) 조중필(당시 22세) 씨의 목과 가슴 등을 칼로 9차례 찔러 죽인 혐의로 지난해 10월부터 재판을 받아왔다.

19년 전 패터슨은 흉기소지 및 증거인멸 혐의만 인정돼 이미 2심에서 장기 1년6월ㆍ단기 1년형을 선고받은 바 있다. 당시 검찰은 패터슨과 화장실에 함께 들어간 재미교포 에드워드 리(당시 18세)를 진범으로 지목했다. 하지만 대법원이 최종심에서 에드워드에게 무죄를 선고하면서 이태원 살인사건은 미제로 남았다.

그 사이 복역 중이던 패터슨이 1998년 8ㆍ15 광복절 특사로 풀려나자 유가족들은 “에드워드가 아니면 패터슨이 범인”이라며 즉각 패터슨을 검찰에 고소했다. 하지만 1년간 수사는 지연됐고, 검찰이 출국금지 연장을 하지 않은 틈을 타 패터슨은 1999년 8월 미국으로 도주했다.

그렇게 장기 미제로 남을 뻔했던 이태원 살인사건은 2009년 9월 동명의 영화가 개봉하면서 새 국면에 접어든다. 사건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아지자 결국 검찰은 재수사에 착수해 같은해 10월 패터슨의 미국 내 소재를 확인하고 미 법무부에 범죄인 인도를 청구했다.

2011년 10월 공소시효를 불과 6개월 남겨두고 미국에서 체포된 패터슨은 한국으로 송환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미 법원에 인신보호영장을 청구했다. 하지만 모두 기각되며 결국 도주 16년 만인 지난해 9월 23일 새벽 한국으로 송환돼 곧장 서울구치소에 수감됐다.

한편, 재판 첫날부터 내내 자리를 지켜온 피해자 조씨의 어머니 이복수 씨는 이날 결과에 대해 “마음이 후련하다. 중필이도 마음이 놓일 것”이라면서도 “근데 또 대법원까지 가봐야 하지 않겠느냐. (에드워드도) 파기 환송돼서 무죄 나왔는데...”라며 사법부에 대한 불만을 감추지 않았다.

이날 약 150석의 대법정은 취재진과 학생, 자녀를 데리고 온 시민 등 일반인들로 가득 차 이번 사건에 대한 높은 관심을 보여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