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원호연기자]아동 인질극의 피의자를 훌륭히 검거해 놓고도 “피해아동 어머니와 내연관계”라는 피의자 말만 믿고 이를 언론에 발표한 경찰 간부가 징계 위기에 처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해 9월 전라남도 순천시에서 벌어진 아동 인질극 사건의 피해자 모친을 피의자의 내연녀로 언론에 발표한 최 모 당시 순천경찰서장을 징계하라고 경찰청장에 권고했다. 최 전 서장은 최근 경찰청 전보 인사로 인천경찰청의 과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인권위는 “최 서장은 피의자 A씨를 검거한 뒤 피해아동의 모친 B씨의 진술은 듣지 않은 채 피의자가 ’B씨에게 현금 3500만원을 빌려주는 등 결혼을 전제로 만나서 사귀는 사이‘라는 일방적 주장과 메모 만을 근거로 브리핑 자료와 보도자료를 작성, 불과 1시간 만에 언론에 브리핑을 했다”며 이는 수사사건에 대해 언론에 공개할 경우 객관적이고 정확한 증거 및 자료를 바탕으로 필요한 사항만 공개하고 범죄와 직접 관련이 없는 사생활에 관한 사항이나 혐의 또는 개인의 주관적 판단을 공개하지 않도록한 경찰청 훈령을 어긴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객관적으로 확인되지 않은 내용을 사실로 단정해 피해자와 그 가족들의 명예를 훼손한 브리핑 내용이 헌법 제 10조 및 제 17조가 보장하는 피해자들의 인격권 및 사생활의 자유를 침해한 것으로 판단했다.

당시 브리핑에서 최 서장은 “A씨와 B씨가 연정을 품고 결혼을 전제로 사귀던 중 B씨가 다른 남자를 만나고 자신을 거부하는 것에 화가 나 벌인 인질극”이라고 단정해 발표했고 이는 방송과 신문 기사로 보도됐다.

브리핑 내용을 뒤늦게 방송을 통해 확인한 피해자 B씨는 “언론에 보도된 피의자와의 관계가 사실과 다르고 최 서장의 브리핑으로 회복하기 어려운 피해를 입었다”며 청와대와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한 바 있다.

이에 최 전 서장은 “형사지원팀장이 작성한 1장 짜리 기초 자료를 토대로 현장에서 피의자가 발언한 내용 및 메모를 덧붙여 브리핑 기초자료를 기자에게 배포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브리핑 시점까지 진정인과 연락이 되지 않았고 언론에서 범행 동기를 몰어와 사유를 설명할 수 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최 서장은 통상 2시간 걸리는 브리핑 준비 시간을 1시간으로 단축하라고 형사과장에게 명령한 것으로 확인됐다.


why37@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