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누리과정(만 3~5세 공통 무상교육 과정) 예산 미편성으로 보육대란이 현실화한 가운데 이준식 사회부총리겸 교육부 장관이 학부모 와 보육 관계자 등과 만난 자리에서 지역 교육청들이 누리과정 예산을 우선 편성해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재강조했다.
이 부총리는 22일 오전 11시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사립 일민유치원을 찾아 유치원ㆍ어린이집 원장과 교사, 학부모 등 관계자 등과 간담회를 가졌다. 이날 행사에는 방문규 보건복지부 차관, 박백범 서울시교육청 부교육감도 참석했다.
현장을 찾은 이 부총리는 간담회에 앞서 약 15분간 수업 현장을 둘러봤다. 이 부총리는 유치원 2층에 위치한 교실에서 활짝 웃으며 아이들과 함께 인사를 나눴고, 3층에서는 수업중인 아이들 뒤에 앉아 함께 동작을 따라하고,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함께 수업을 듣는 등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간담회장에 들어서 관계자들과 인사를 나누면서 이내 긴장한 듯한 표정을 지었다. 간담회장에 들어선 이 부총리는 참석자들과 가볍게 인사를 나눈 뒤, 인사말을 통해 그동한 고수해 온 정부의 단호한 원칙에 대해 재차 강조했다.
이 부총리는 “현장에서 학부모들께서 불안해하고 있고, 유치원 교사들의 경우 당장 임금체불 등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정부와 국회는 이미 지난해 법령 개정을 통해 누리과정 교육지원은 시도교육청의 의무라는 점을 명확히 했으며, 이에 따라 교육재정교부금도 배부했다. 각 시도교육감의 의지만 있다면 얼마든지 예산을 편성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단호한 표정으로 말했다.
이 부총리의 발언이 끝나자 유치원ㆍ어린이집 원장과, 교사, 학부모들은 누리과정 파행에 대한 답답한 심경을 털어놓기 시작했다.
정영주 일민유치원 원장은 “매년 누리과정을 둘러싼 문제가 반복되고 있는데, 해결을 위해서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이 조금씩 양보를 해야하는 것이 아니냐”며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진다는 말이 있듯이 지금 정부와 지방정부가 싸우는 동안 피해를 보는 것은 교육 현장”이라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실제로 일민유치원은 22일 월급날임에도 불구하고 누리과정 지원 파행으로 인한 재정부족으로 15명 교사들에게 3000만원 규모의 월급을 지급하지 못했다.
학부모들 역시 강력하게 불만을 토로했다. 6세 자녀를 둔 학부모 A씨는 “국가에서 아이들의 교육을 책임지겠다는 누리과정을 만들었으면 끝까지 책임지는 것이 마땅하다”며 “아이들이 국가의 미래이자 등불이라고 하면서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돈문제로 학부모들에게 부담을 주는 현실이 매우 안타깝다. 문제를 빨리 해결해 학부모와 아이들에게 상처를 주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학부모 B씨는 “누리과정 지원이 당장 끊어지면 아이들 학습을 위해 매달 100만원 이상의 금액을 충당해야 하는데 이는 중산층들에게는 큰 부담”이라며 “이대로라면 두 아이를 집에서 볼 수 밖에 없는 만큼 생계 문제와도 직결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구체적인 해결안을 제시하지 못한 채 기존 입장만을 반복하는 이 부총리에 대한 일침도 있었다. 이명희 한국유치원총연합회 서울시지회장은 “(부총리의 오늘 발언은) 지금껏 시도교육감 협의회에서 나온 말과 같은 상황으로 하나도 나아진 점이 없는 것”이라며 “유치원은 당장 문제가 발생했고, 한 두 달 뒤면 어린이집도 대란이 발생하게 되는 만큼 이 문제를 절실하게 생각하고 구체적인 해결책을 마련해달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이 부총리는 “현장의 우려는 충분히 이해한다. 하지만 교육청이 최소한의 노력도 하지 않는 상황에서 지원부터 하는 것은 순서가 아니다”라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이날 현장에 참석한 박백범 부교육감은 “매년 반복되는 문제로 인해 불안해 하고 계시는 일선 유치원ㆍ어린이집 관계자들의 마음은 충분히 이해하고 송구스럽다”며 “교육청 혼자 해결하기 힘든 부분이 있는 만큼 근본적인 문제 해결 방안이 나올 수 있도록 교육부, 시의회 등과 충분히 상의하겠다. 언제가 될 지는 모르지만 궁극적으로는 해결될 것으로 믿는다”며 원론적인 입장만 밝혔다.
한편, 22일 현재 전국 17개 교육청 중 서울과 경기, 광주, 전남 등 4곳의 유치원 누리과정 예산이 전액 미편성된 상황이다. 유치원 누리과정은 20일을 전후해 각 교육청과 교육지원청을 거쳐 유치원에 돈이 지급되는 식으로 지원이 이뤄진다.
신동윤 기자/realbighead@herladcorp.com
greg@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