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지수 8000선 이하면 1조6852억 손실 HSCEI 기초자산으로 한 ELS 도화선 ‘주가 조작’ 소문까지 겹쳐 흉흉 ‘자체해지’선택한 대형증권사 손실 눈덩이
홍콩 항셍중국기업지수(HSCEIㆍH지수)가 급락하면서 주가연계증권(ELS) 손실 규모가 조단위를 훌쩍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안전하다’는 말만 믿고 투자에 나섰던 개인들의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자체 헤지에 나섰던 증권사들도 비상이다.
‘중위험 중수익’의 대명사였던 ELS는 투자자들이 모이지 않는다. ‘손실’에 대한 공포가 그만큼 크다는 얘기다.
▶줄줄이 녹인… 추가하락 가능성 커= 21일 유안타증권 이중호 연구원은 “ELS 녹인(손실) 매물대로 진입하면서 H지수가 급락하고 있다. 코스피200지수에 투자됐던 비율이 H지수로 이전되는 경향성이 발견됐다”고 말했다. 그는 “ELS녹인과 관련해 투기적인 선물 매도가 뒤엉킹 상태다. 추가 매도가 발생할 가능성도 크다”고 진단했다.
H지수 하락이 다시 추가 하락을 부르는 악순환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는 설명이다. 투기세력 가세 징후까지 포착됐다는 얘기다.
홍콩 H지수 등락에 한국 증시까지 영향을 받고 있는 것은 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한 ELS 발행 규모가 막대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발행된 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한 ELS 발행잔액은 37조7000억원으로 추산된다.
이 가운데 H지수가 8000선 밑으로 떨어질 경우 손실 액수는 1조6852억원 규모로 늘어난다.
H지수가 8500~9000선 사이에 있을 때 1220억원 가량의 손실이 발생했다면 H지수 하락 폭에 따라 손실이 10배 넘게 증가하는 것이다.
20일 H지수는 장중 5% 넘게 급락하며 7900선대로 추락하기도 했다.
홍콩달러 가치가 추락중인 것도 문제다.
홍콩달러 가치는 올들어 0.91% 하락했다. 변동폭을 제한시킨 페그제 하에서 1% 가까이 홍콩달러 가치가 떨어진 것은 사실상 폭락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H지수의 추가 하락 예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대형 증권사들 수익비상=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위험을 스스로 떠안은(자체 헤지)’ 대형 증권사들의 수익성 악화도 비상이다.
미상환 ELS 잔액 37조원 발행액 가운데 ‘백투백(Back-to-Back) 헤지’가 아닌 증권사 ‘자체 헤지’ 규모는 30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 가운데 대형 증권사들의 자체 헤지 규모는 절반가량인 것으로 추정된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2010년 3월말 기준 전체 증권사의 자체 헤지 비중은 잔액 대비 29%에 불과했으나 작년 말 현재 50%에 가까운 것으로 알려진다.
‘자체 헤지’는 증권사들이 위험을 스스로 떠안는 구조다. 외부로 위험을 돌릴 때 발생하는 비용을 아끼고,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자체헤지를 선택한다. 문제는 이번 H지수 폭락처럼 손실이 생길 공산이 커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3분기 대형증권사들의 영업이익이 2분기 대비 절반으로 떨어진 것도 ELS 운용 손실 탓이 컸다.
증권사들이 자체 헤지를 하는 과정에서 저신용등급의 채권 보유 규모가 느는 것도 위험하다.
증권사가 목표 수익률 달성을 위해 유동성이 떨어지지만 금리가 높은 저신용 등급 채권 보유가 늘어나게 되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H지수를 비롯한 주요 지수의 급락 속에 ELS 운용의 대규모 손실이 불가피하다”며 “ELS 시장이 단기간 급속도로 팽창한 만큼 수익 악화와 함께 자본건전성 등의 시스템 리스크로 전이되는지 여부도 면밀히 관찰해야 한다”고 말했다.
▶ELS 시대 저무나= 한 때 ‘중위험 중수익’ 투자 상품의 대명사였던 ELS 시장도 꽁꽁 얼어붙었다.
‘사실상 원금보장’이라는 설명과 함께 ‘1%대 금리’ 시대의 투자 대안으로 떠올랐던 ELS가 줄줄이 손실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최근 증권사들이 발행한 ELS는 모집 금액이 목표치 대비 현저히 낮아지고 있다.
현대증권은 지난 15일 ‘현대 able ELS 1303호’와 ‘현대 able ELS 1304호’를 각각 50억원씩 발행하려고 투자자를 모았지만 투자금이 각각 목표액의 0.24%, 1.16%밖에 모이지 않자 발행 계획을 취소했다.
지난 19일 발행되려던 ‘대신증권 밸런스 다이렉트 ELS 41호’도 40억원을 목표로 투자자를 모았으나 단 한 건도 청약이 이뤄지지 않았다. 미래에셋증권이 발행하려던 ‘미래에셋 ELS 8525호’도 같은 이유로 발행 계획이 취소됐다. 업계에선 ELS 원금 손실 공포가 이제 막 현실화되고 있는 가운데 당분간 ELS의 발행 열기가 주춤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고개를 든다.
일부에선 안정성을 강화한 대체 상품도 꺼내놓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최근 녹인배리어가 35%까지 내려간 연 목표 수익률 4.40%짜리 3년 만기 ELS 상품을 내놓았다. 달리 말해 기초자산이 되는 주가지수가 가입 때의 35% 미만으로 폭락하는 사태가 벌어지지만 않으면 연 4%대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말이다.
KDB대우증권도 녹인배리어가 37%인 ELS를 내놓으면서 안정성 위주의 ELS 발행 흐름에 동참했다.
홍석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