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못해’ ‘사업운 안좋다’는 말에 149회 굿판 벌려 고객 투자금까지 몰래 갖다 써 유치장 신세 불안감 부추겨 굿 강요한 무속인은 징역형
[헤럴드경제=김현일 기자] ‘기도비 보내’ ‘삼백 넣어’ ‘나머지 돈 오늘까지 해결하셔. 미션이야’
무속인 신모(33ㆍ여) 씨는 마치 피해자 A씨가 돈을 빌려가 놓고 갚지 않은 것 마냥 무섭게 독촉했다.
신씨는 당장 굿을 하지 않으면 각종 해악이 닥칠 것처럼 A씨를 위협하고 일방적으로 굿을 정한 다음 그 비용을 요구했다. 이렇게 뜯어간 굿값만 총 17억여원에 달했다. 이 모든 일이 불과 2년반 사이에 벌어졌다.
서울고등법원 형사합의4부(부장 최재형)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와 변호사법 위반으로 기소된 신씨의 항소를 기각하고 1심 그대로 징역 2년을 선고했다고 25일 밝혔다.
재판부는 “자신을 절대적으로 신뢰하는 A씨를 속여 거액을 뺏고, 형사사건에 연루된 A씨로부터 무마 명목으로 금품을 수수한 점 등을 고려하면 1심 선고형은 지나치게 무겁지 않다”고 판단했다.
A씨가 신씨를 찾아간 건 지난 2008년 12월이었다. 유명 사립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석박사 과정까지 수료하며 엘리트 코스를 밟아온 그는 투자자문회사를 운영하면서 결혼과 사업 문제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
A씨는 모 케이블 방송에 출연해 얼굴이 알려졌던 신씨를 찾아가 자신의 문제를 상담하고 점을 봤다. 이후 사소한 문제들도 일일이 상의할 만큼 A씨는 신씨를 따르게 됐다.
A씨의 불안한 심리를 간파한 신씨는 이때부터 자신의 무속인 스승 이모(43) 씨와 공모하고 A씨에게 ‘굿 안하면 결혼 어렵다’, ‘투자자들로부터 고소당한다’고 겁을 주며 굿을 강요했다.
굿 한번 할 때마다 수천만원에서 1억원 상당을 신씨에게 입금해야 했던 A씨는 ‘1억 못채워 죄송합니다. 최선을 다했습니다. 저 정말 힘들어요’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낼 만큼 거액의 굿값에 심적 부담을 토로하기도 했다. 이런 사정을 알면서도 신씨는 ‘30억을 투자하겠다는 사람을 소개해주겠다’, ‘국회의원 공천받게 해주겠다’는 달콤한 말로 A씨를 계속 유인했다. 그러다 굿값을 마련하려고 회사 고객의 투자금 9억원까지 손을 댄 A씨는 결국 경찰에 고소당했다.
무속인들의 사기행각은 A씨가 유치장에 수감된 상황에서도 계속됐다. 신씨는 A씨에게 “이씨의 큰아버지가 변호사인데 경찰에 로비해서 사건을 무마시켜줄테니 대신 굿값을 보내라”고 재차 강요했다. 이렇게 해서 추가로 챙긴 돈이 1억2100만원이었다.
참다못한 A씨는 결국 무속인들을 고소하기에 이르렀다.
조사과정에서 이씨는 “A씨처럼 거의 매월 굿을 의뢰한 사람은 없었다”고 진술했다. 신씨도 “A씨 이외에 굿 1회당 1억원 이상 받은 적은 없었다”고 털어놔 이들의 굿이 비정상적이었음을 인정했다.
항소심에서 이씨는 2억5000만원의 공탁금을 내놓은 점이 인정돼 집행유예로 풀려났지만 신씨는 징역 2년형이 유지됐다. 다만 피해자와 합의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점이 참작돼 법정구속은 면한 상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