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사퇴의사를 밝혔다. 더민주의 선대위가 어느 정도 자리잡으면 ‘백의종군’하겠다는 것인데, 아마도 이번 주말이나 다음 초 정도에는 사퇴할 것 같다.
이제 공은 김종인 선대위원장에게 넘어갔다. 김종인 위원장은 친노 패권주의 청산에 자신이 없었다면 위원장을 맡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호언장담하고 있다. 그런데 과연 그의 뜻대로 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당내에서의 친노패권주의 청산 시도는 그동안 수없이 많았지만, 성공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만일 김종인 위원장이 더민주의 친노 이미지를 없애지 못하고, 총선에 승리하지 못하면 그 혼자 모든 책임을 뒤집어쓸 수도 있다. 더구나 친노 패권주의를 청산하는 과정에서 친노들의 반격이 있을 수도 있다. 이럴 경우 당내 기반이 전무한 김종인 위원장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다.
바로 이 때 필요한 건 여론의 지지다. 이런 여론의 지지를 받기 위해선 하나의 전제가 충족돼야 한다. 그것은 다름 아닌 김종인 위원장을 둘러싸고 나오는 여러 가지 말들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종인 위원장은 1980년 전두환 신 군부가 만든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한 전력이 있다. 이 전력은 2011년 12월 당시 한나라당 비대위 위원으로 임명됐을 때도 문제가 됐었다. 당시 전여옥 한나라당 의원은 “김 전 수석은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을 시작으로 민정당, 민자당, 민주당 등 안 가본 당이 없다”며 “이런 사람에게 당 쇄신을 맡겨도 되냐”고 직격탄을 날렸다.
실제 김종인 위원장은 전두환 정권 시절에 두 번의 민정당 비례대표를 지냈고, 노태우 정권시절에는 청와대 수석을 지냈을 뿐 아니라, 경제수석 시절에 안영모 동화은행장으로부터 2억원을 받은 혐의로 김영삼 정부 때인 1993년 구속돼 의원직을 상실했었다.
그는 2004년 열린우리당과 충돌하던 새천년민주당의 비례대표로 영입돼 4선 의원을 지냈다. 당시 반노 진영에 섰던 셈인데, 이런 그의 경력들을 보고 있노라면 매우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그리고 김종인 위원장이 새누리당에선 역할을 할 수 있었겠지만, 더민주에선 무슨 상징성을 내세울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견해도 많다. 즉, 새누리당과 같은 보수당에서 경제민주화를 주장하고 이를 상징으로 내세우는 건 신선한 충격이겠지만, 더민주와 같은 상대적 진보 정당에서 경제 민주화를 얘기하면 이는 ‘당연함’으로 여겨질 뿐, 충격으로 다가오지는 않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번 선거에서도 경제 민주화를 비롯한 복지 문제는, 여전히 각 정당의 중요한 슬로건이 될 게 거의 확실하다. 어떤 상징성을 가질지 의문이란 말까지 나온다. 물론 박근혜 대통령 당선에 기여했던 인물을 데려왔다는 차원에서는 나름 의미 부여가 가능하겠지만, 문제는 김종인 위원장의 과거 경력을 보면, 이런 의미도 퇴색될 수 있다는 데 있다.
물론 누구나 자신의 생각을 바꿀 수 있다. 하지만 입장을 바꿀 땐 납득할 수 있는 설명이 필요하다. 물론 사과를 해야 한다는 얘기는 아니다. 현대사의 가장 큰 비극인 1980년 광주 민주항쟁 이후, 신군부의 국보위 위원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던 개인적 이유가 분명 있을 것이고, 그 이후의 경력들에 대해서도 나름 입장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바로 이런 부분들을 진솔하게 얘기해 주면, 지금 더민주를 지지하는 이들은 의구심을 풀 것이고, 새누리당은 ‘대어’를 잃었다며 더욱 아까워할 것이다.
특히 전남 광주 의원들이 대거 더민주를 탈당한 상황에서, 호남 민심을 얻기 위해서도 이런 설명은 더욱 필요하다. 진실한 설명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인다는 사실을 생각할 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