떨어진다’대신 ‘변동성 커진다’로 사용 금기탓으로 정상 용어 틀어져 쓰여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는 슬픈 소설속 주인공은 홍길동이다. 서자의 금기 탓이다. 여의도증권 바닥에서도 정상 용어가 틀어져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 증권 업계의 금기 탓이다. 증권가의 ‘홍길동 문법’은 그래서 태어났다.

가장 대표적인 금기어는 ‘떨어진다’는 단어다. 지난해말 주요 증권사 리서치센터장들은 올해 증시 전망을 내놓으며 ‘변동성이 커진다’고 했다. ‘떨어진다’는 말 대신 사용한 것이다. 이는 오해를 부른다. 변동성을 위로 또는 아래로 움직인다는 문자 그대로 오해한 투자자는 큰 손해를 볼 수도 있다.

실제로 올들어 증시는 센터장들의 예측대로 큰폭으로 떨어졌다. 센터장은 맞았고, 개미는 손해를 봤을 개연성이 크다. 목표주가는 낮추면서도 투자의견은 ‘매수’를 유지하는 기현상도 잦다. 예컨대 18일 신한금융투자는 삼성정밀화학의 목표주가를 4만8000원에서 4만5000원으로 낮추면서 투자 의견은 매수를 유지했다.

보고서 제목은 ‘어닝쇼크지만 괜찮다’이다. 실적이 충격적인데도 괜찮을 리는 없다. 삼성정밀화학은 지난해 4분기에 적자전환 예상이 나오고 있다. 실적이 나빠도 매수를 권하는 ‘홍길동 문법’이 즐비한 것은 ‘법인 영업’ 때문이란 것을 여의도 바닥 사람들은 다 안다.

‘증권사 리포트는 믿지 말라’는 얘기는 공공연하다. 믿는 이가 없어서 보는 이가 없게된 증권사 리포트 제작 리서치팀은 그래서 항상 구조조정 1순위다.

‘멀리 보라’는 주문은 ‘지금 팔으라’로 해석하면 된다. 1월 현재 시점에 ‘3분기부터 좋아질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면 2분기에 사면된다는 얘기다. 당분간 더 떨어질 공산이 크다는 의미기도 하다. 하여 ‘멀리 보라’는 얘기가 나온 종목이라면 지금 팔아야 한다.

간혹 ‘주가 2배 간다’는 전망을 내놓는 경우도 있다. 지난해 2월 유진투자증권은 엔씨소프트의 주가가 연말까지 30만원을 넘을 것이란 전망을 내놓은 바 있다. 통상 목표주가 전망은 6개월인데, 지난 14일 엔씨소프트의 주가는 22만원대에 머물러 있다. 지난해 한 증권사는 삼성중공업 리포트를 내면서 ‘제 갈길을 가고 있다’는 아리송한 제목의 보고서를 써내기도 했다.

조선업황이 극히 나쁜 상황이란 점을 고려하면 ‘매도’ 리포트를 내는 것이 옳았을 공산이 크지만, 해당 증권사는 투자 의견은 중립을 제시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여전히 한국 증시는 긍정과 희망을 기본 관점으로 한다. 증시가 올라야 사는 업종이기 때문에 낙관적 전망을 나쁘다고 볼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홍석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