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강승연 기자]2016년 미국 대선은 사상 초유의 ‘쩐의 전쟁’이 될 전망이다. 미국 연방대법원이 선거자금 기부 총액 제한을 폐지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벌써부터 억만장자들이 줄을 서고 있는 힐러리 클린턴(66) 전 국무장관의 ‘사상 첫 여성 대통령’ 대망론에 힘이 실리고 있다.

실제로 민주당 대선후보 1순위로 꼽히는 힐러리 전 국무장관은 최근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랜드 폴(켄터키) 상원의원, 크리스 크리스티 뉴저지주지사, 폴 라이언(위스콘신) 하원의원, 테드 크루즈(텍사스) 상원의원, 마르코 루비오(플로리다) 상원의원 등 공화당 ‘잠룡’들을 압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쩐의 전쟁’ 예고=미국 연방대법원은 2일(현지시간) 공직선거후보자나 정당, 그리고 후보 외곽 지원 조직인 슈퍼정치행동위원회(슈퍼팩)에 대한 선거자금 기부 총액의 제한을 폐지했다.

이에 따라 거액 기부자는 총선이나 대통령 선거에서 특정 후보나 정당에 무한정 돈을 뿌릴 수 있게 돼 금권 선거가 횡행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대법원은 이날 한 개인이 후보나 정당, 슈퍼팩에 낼 수 있는 정치 후원금 총액을 2년간 12만3200 달러로 제한한 연방 선거법 조항에 대해 위헌 5명, 합헌 4명으로 폐지 결정을 내렸다.

여러 후보들에 대한 기부금 총액을 4만8600달러로, 정당과 슈퍼팩에 대한 총액을 7만4600달러로 각각 제한한 조항도 무효화됐다.

다만, 특정 후보에 대한 기부는 선거당, 그리고 후보당 2600 달러를 넘지 못하도록 한 현행 조항을 유지하도록 했다.

대법원은 앞서 2010년 특정 후보를 지원하기 위해 기업이나 노동조합이 지출하는 광고와 홍보비에 제한을 둘 수 없다고 결정한 바 있다.

따라서 이날 결정으로 개인, 단체, 기업이 모두 합법적으로 무제한 기부할 수 있는 길이 열린 셈이다.

슈퍼팩은 특정 후보·정당의 선거 캠프에 소속되거나 이들을 직접 지원하지 않고 외곽에서 지지 활동을 벌이는 조직이다.

이날 폐지된 조항은 1970년 리처드 닉슨 대통령의 사임으로 이어진 워터게이트 스캔들을 계기로, 거액 기부자들의 이른바 ‘매표(買票) 행위’를 막자는 차원에서 입법화한 것이다.

이번 결정에 대해 시민단체는 거액 자산가들이 선거에 미치는 영향력이 커질 것이란 우려를 나타냈다.

선라이트재단은 성명을 내고 “오늘 결론은 놀랄 일은 아니지만, 어쨌거나 금권 선거가 최고 법정의 인가를 받았다”고 비난했다.

▶ 억만장자 줄서는 힐러리에 호재(?) =이번 대법원 판결은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인 힐러리 전 국무장관에게 가장 유리하게 작용할 전망이다. 아직 대선 출마를 선언하지 않은 클린턴 전 장관은 각종 여론조사 압도적인 선두를 달리고 있다. 지난 1월 30일 워싱턴포스트와 ABC뉴스의 공동 여론조사 결과 클린턴 전 장관의 지지율은 73%에 달했다.

2016년 대선의 풍향계로 불리는 오하이오주에서도 공화당 잠재 후보들에게 모두 앞서고 있다.

지난 2월 20일(현지시간) 퀴니피액대 여론조사팀에 따르면 미국 대선 때마다 최대 경합주(스윙 스테이트)로 분류되는 오하이오주 유권자를 상대로 최근 실시한 조사에서 클린턴 전 장관은 크리스 크리스티 뉴저지 주지사에게 49% 대 36%로 앞섰다.

클린턴은 다른 공화당 잠룡들과의 대결에서도 이기는 것으로 조사됐다. 폴 라이언(위스콘신) 하원의원에게는 49% 대 40%, 테드 크루즈(텍사스) 상원의원에게는 51% 대 34%, 마르코 루비오(플로리다) 상원의원에게는 50% 대 36%, 또 랜드 폴(켄터키) 상원의원에게는 51% 대 28%로 각각 앞섰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힐러리의 독주가 이어지면서 대선을 2년여 앞둔 시점에서 이미 거액의 정치후원금이 몰려들고 있다.

민주당 지지 성향의 미국 최대 규모 슈퍼팩인 ‘미국을 위한 최우선 행동’이 클린턴 전 장관 지지를 선언하고 모금 활동을 시작했다. 2012년 대선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재선을 도운 민주당의 최대 슈퍼팩인 ‘미국을 위한 최우선 행동(PUA)’은 지난해 일찌감치 클린턴 전 장관에 대한 지지를 선언했다.

또한, 작년부터 활동을 시작한 힐러리 전 장관을 지지하는 슈퍼팩 ‘레디포힐러리(Ready For Hillary PAC)’의 경우는 지난 1월말현재 이미 400만달러(42억8800만원 상당)가 모금됐다.

미 대선을 2년 남긴 상황에서 클린턴 전 장관에 대한 후원자는 총 3만여 명으로 1인당 20.16달러씩 후원했다.

거액 후원자들도 잇따라 몰리고 있다. 월턴과 소로스 등 후원자 33명은 최고 한도액인 2만5000달러(약 2680만원)를 기부했다. 앨리슨 월턴은 미국 부자 순위 9위로 2012년 말 기준 재산이 263억달러로 월마트 상속녀이며, 조지 소로스는 미국 내 19위로 재산은 200억달러로 전설의 펀드매니저다.

기업용 소프트웨어업체 세일즈포스닷컴의 마크 베니오프 최고경영자(CEO)도 거액의 정치후원금을 냈다. 엘리엇 스피처 LLC그룹 수석이 5000달러, 미국 굴지 로펌인 스티브&앰버 모스틴 로펌에서도 5000달러 등을 기부했다.

대선을 2년 넘게 남겨둔 상황에서 클린턴 전 장관에 대한 후원금 지원이 쇄도하면서 ‘힐러리 대세론’이 점점 더 힘을 받고 있다.

랜드 폴 켄터키 상원의원과 스콧 워커 위스콘신 주지사, 크리스 크리스티 뉴저지 주지사를 포함 공화당 유력 대선주자 가운데는 아직까지 슈퍼팩이 조직되지 않았다.

강승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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