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주한미군이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ㆍTHAAD)를 들여오면 주한미군이 자체 비용으로 가져오는 겁니다. 만약 우리가 필요하다고 해 공식 도입 절차를 밟으면 우리가 사드 도입비용을 내야하겠죠.”

군 당국자는 사드 배치 비용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결국 누가 먼저 구애하느냐에 따라 비용 부담 관련 주도권이 달라진다는 것. 일종의 ‘밀당’이다. 요즘 남녀간 연애에서 주도권을 놓고 밀고 당기기를 하듯, 사드를 놓고도 양국간 밀당이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물론, 주한미군이 직접 사드를 들여와 관련 비용을 한국 정부가 매년 내는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에서 충당하게 되고, 그래서 한국 정부의 방위비 분담금이 크게 뛸 경우 이렇게 하나 저렇게 하나 비슷한 비용이 들 거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우리 정부는 지난 2014년 약 9200억원의 분담금을 냈다.

미국은 북한 핵실험 이후 사드 한국 배치론에 군불을 때고 있다. 미국 의회가 중심에 있고, 정부 고위직 출신 로비스트들이 가세하고 있다.

또한 사드 제조사인 미국 최대 방위산업체 록히드마틴 역시 사드의 한국 배치를 강하게 염원하고 있다.

하지만 미 정부는 공식적으로 사드 한국 배치와 관련해 말을 아끼고 있다.

미국 의회에서는 맥 손베리(공화당, 텍사스주) 하원 군사위원장이 사드 배치론을 대표적으로 주장하고 있다.

손베리 위원장은 북한 핵실험 이튿날인 지난 7일 성명을 내고 “미국은 반드시 한국과 공조해 사드를 포함한 미사일 방어체계를 한반도에 배치하고 미국 본토에서도 자체 미사일 방어체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마이크 로저스(인디애나) 하원 군사위 전략군소위원장도 성명에서 “이제는 한국 대통령이 한반도 사드 배치를 승낙하도록 해야 할 시기”라며 이런 분위기에 가세했다.

현재 방위산업 관련 로비스트로 활동 중인 전직 美 국방장관 출신 윌리엄 코언도 사드 한국 배치를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다. 그는 지난 11일(현지시간) 워싱턴DC 비영리기구인 미중관계위원회 주최 세미나에서 “미국이 사드의 한반도 배치를 고려하고 한국과 일본도 사드 도입을 고려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미 정부는 공식적인 언급은 자제하고 있다.

조시 어니스트 백악관 대변인과 피터 쿡 국방부 대변인은 지난 7일 정례브리핑에서 사드 한국 배치에 대해 “양국 정부간 공식적인 논의나 협의가 진행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사드 1개 포대의 가격은 2~3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정부가 매년 대는 방위비 분담금에 수 배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비용이다. 군 전문가는 현재의 상황을 사드의 한국 배치 필요성은 제기하되, 결정적으로 누가 도입 주체가 되느냐에 대해서는 양쪽 모두 한 발짝 물러서 있는 모양새로 보고 있다. 비용 문제가 걸려 있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는 북한 핵실험 등 상황이 심각해질수록 주한미군의 사드 배치 필요성이 높아지고, 이로 인해 주한미군에 사드 배치를 필요에 의해 자체적으로 해야하는 상황을 우려하는 것으로 보인다. 사태의 위급함을 강조해 사드를 배치하자는 주장이지만, 사태가 너무 심각할 경우 주한미군이 자체로 도입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는 것이다. 이른바 ‘사드 딜레마’다.

또한 한국 정부로서는 비용 대비 효율성을 놓고서도 고민스러운 모습이다. 현재 우리 군은 북한의 도발 대응을 위해 ‘킬체인’(도발원점 선제타격체계)과 한국형미사일방어체계(KAMD)를 2020년대까지 구축할 계획을 세워 추진 중이다. 여기에만 수조원의 예산이 들어간다. 또 우리 군이 사드와 유사한 고고도 요격미사일 L-SAM을 2020년대 초반까지 개발할 계획이어서 기능상 겹치는 부분도 있다. 한국 정부로서는 사드의 한국배치는 국방비의 천문학적 증가와 기능상 중복, 저효율 논란에 휘말릴 수 있는 것이다.

한편, 록히드마틴은 지난해 10월 29일 기자회견을 열어 “한미 양국이 사드 문제를 논의 중”이라고 주장했다가 하루 만에 “양국 정부 간의 논의를 알지 못한다”고 번복해 빈축을 산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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