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원승일 기자] 노동개혁이 새해벽두부터 좌초될 위기에 처했다. 한국노총이 노사정 대타협 파기 선언을 하루 앞둔 상황이지만 노정 간 갈등은 해소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노동계가 대화 결렬을 선언한 것이 처음은 아니지만 이번에는 대화 복귀 가능성마저 거의 없어 노정 관계가 파국으로 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국노총은 이미 밝힌 대로 오는 11일 서울 여의도 노총회관에서 중앙집행위원회(중집)를 열어 ‘9ㆍ15 노사정 대타협’ 파기 여부를 논의한다. 중집은 한노총 임원과 산별노조 위원장, 지역본부 의장 등이 모여 노총 내 주요정책을 결정하는 기구다.

이번에 열리는 중집도 지난해 4월 노사정 대화 결렬을 선언했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크다. 당시 한노총은 노동시장 구조개혁의 주된 쟁점이었던 ‘일반해고’와 ‘취업규칙 변경요건 완화’ 등 양대 지침을 철회할 것을 정부에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자 대화 결렬을 선언했다.

당시 대화 결렬 선언을 주도했던 금속노련, 화학노련, 공공연맹 등 한노총 내 강경 산별노조들은 이번에도 노사정 대타협 파기를 주장하고 있다. 여기에 중도적인 입장을 보여왔던 금융노조마저 대타협 파기로 바뀌면서 한노총의 파기 선언은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대타협 파기가 선언되면 노동계와 정부의 갈등은 최고조에 이를 전망이다.

노동계는 전면적인 대정부 투쟁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대규모 집회와 시위, 4ㆍ13 총선에서의 여당후보 낙선운동과 함께 한노총과 민주노총의 연대투쟁도 예상된다.

한노총 관계자는 “대타협이 파기되면 이제 남은 과제는 ‘쉬운 해고’와 정부의 노동개악을 막는 것”이라며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노동개악 저지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도 양대 지침 발표 등 독자적인 노동개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노동개혁 5대 법안은 야당의 반발로 국회 통과가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행정지침인 양대 지침은 고용노동부가 자체적으로 추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고용부 고영선 차관은 지난 7일 “대타협이 파기되더라도 양대 지침을 중단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경영계의 의견 등도 참고해 법과 판례의 범위 내에서 양대 지침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