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원호연 기자]“관(官)으로부터 재앙이 온다”며 18억원에 가까운 거액의 굿값을 받아 챙긴 무속인에게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서울고법 형사4부(최재형 부장판사)는 거짓말로 2년여간 거액의 굿값을 뜯은 혐의(사기 등)로 기소된 무속인 이모(42)씨의 항소심에서 징역 2년의 실형을 내렸던 1심을 깨고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고 31일 밝혔다.
이씨는 피해자 A씨로부터 2008년 말부터 2011년 5월까지 굿값 명목으로 149차례에 걸쳐 17억9000만원을 뜯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제자 신씨(32ㆍ여)와 함께 대중매체에 영험한 무속인으로 소개된 이씨는 지난 2008년 굿당을 찾아온 A씨가 투자자들로부터 고소를 당할까봐 두려워하자 이를 노려 신씨와 함께 범행을 저질렀다. 이들은 A씨에게 2009년 “굿을 하지 않으면 결혼하기 어렵고 사업에 관재(官災)가 생긴다”며 겁을 줬고 A씨는 굿값으로 한 번에 1500만원을 내는 등 2년여간 굿값을 40차례에 걸쳐 건넸다.
결국 A씨가 2011년 2월 투자금을 가로챘다는 혐의로 고소당하자 이번에는 “경찰에 로비해 사건을 무마시켜 줄테니 돈을 보내라”고 말해 1억2100만원을 추가로 받아챙겼다.
재판에서 무속인들은 “고학력자인 A씨가 무속행위의 효험을 인정하고 자발적으로 굿값 등을 정해 무속행위를 요청했다”며 사기가 아니라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않았다.
그러나 형량에 대한 판단은 두 재판부가 달랐다. 1심은 “피고인들이 피해자의 절박한 심리를 파고들어 무속행위를 하지 않으면 해악을 입을 것처럼 적극적으로 속였다. 피해자는 이를 믿고 무속행위에 응했던 것”이라며 이씨와 신씨에게 각각 징역 2년을 선고했다.반면 항소심 재판부는 “죄질이 나쁘긴 하지만 범행을 모두 자백하고 깊이 반성하고 있으며 피해자를 위해 2억5천만원을 공탁하고 피해자와 원만히 합의해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 점 등을 고려했다”며 집행유예로 감형했다.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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