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해준 기자]우리나라의 평균소비성향이 역대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는 가운데 노후불안에 따른 고령층의 소비성향 위축이 심각해 일본의 3분의2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청ㆍ장년층의 소비성향도 추가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
26일 LG경제연구원에 따르면 60세 이상 고령층의 소비성향은 지난해 64.4%로 장기침체를 겪고 있는 일본의 94.5%에 비해 무려 30.1%포인트나 낮았다. 50~59세 중년층의 소비성향도 일본이 74.0%이었던 반면 한국은 67.7%로 6.3%포인트 낮았다.
이에 비해 49세 이하 청ㆍ장년층의 소비성향은 한국이 일본을 다소 앞섰다. 39세 이하 소비성향은 한국이 72.1%, 일본이 68.9%로 한국이 3.2%포인트 높았고, 40~49세 장년층의 소비성향도 한국이 75.5%로 일본(68.6%)에 비해 6.9%포인트 높았다.
가처분소득 가운데 실제 소비를 위해 지출한 금액의 비율인 평균소비성향은 현재의 경제상황보다 미래의 경제나 소득에 따라 크게 변한다. 지금 사정이 어렵다 하더라도 미래에 상황이 개선될 것으로 판단한다면 소비를 늘리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현재 상황이 괜찮다 하더라도 미래가 불투명하면 소비를 줄인다. 중년 및 고령층의 소비성향 위축은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평균 소비성향은 2000년대초 78%에 달했으나 점진적으로 하락해 올 3분기 71.5%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성장률이 하락하고,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아지자 국민들이 소비보다는 미래를 위해 저축하려는 경향이 강화된 것이다.
LG경제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미래 기대성장률이 0.1%포인트 하락할 경우 소비성향에 미치는 충격은 0.9%포인트에 달한다.
일본의 소비성향은 지난 1980년대말 버블붕괴 이후 장기침체가 시작되면서 급격하게 하락해 ‘장기 복합불황’을 가속화시켰는데, 최근 한국도 이와 유사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일본에서도 경기침체기 중 고령층의 소비성향 저하가 가장 심하게 나타났다.
하지만 일본은 2000년대 이후 개호보험과 연금개혁으로 노후에 대한 불안감이 완화되면서 고령층 소비성향이 상승세로 돌아섰다. 65세 이상 소비성향의 경우 1990년대 중반 70%대 중반에서 꾸준히 상승해 지난해에는 90%대 중반으로 크게 높아졌다.
개호보험은 일상생활이 힘든 65세 이상 노인들의 병간호를 보조해줌으로써 병원비 지출에 대한 우려를 완화시켰다. 일본에서 연금의 경우 현재 국민연금, 후생연금 등 공적연금과 기업보장 및 개인보장 부문의 사적연금까지 4중 보장장치를 갖고 있다.
일본 노인들의 경우 공적연금으로도 한달 평균 수령액이 16만엔에 달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국민연금 수령액은 아직 한달 평균 45만원으로 일본에 비해 크게 부족하며, 기초노령연금도 규모가 크지 않고, 사적연금 가입비율도 크게 낮은 상태다.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노후 준비의 미흡으로 우리나라 고령층이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는 것이다. 전 연령층 가운데 자산규모가 가장 많은 이들의 소비성향이 살아나지 않을 경우 내수확대는 물론 경제회복에도 지장을 초래하게 된다.
LG경제연구원은 “노후대비 문제가 단기간에 해결되기 어려운 만큼 고령층 소비성향은 장기간 낮은 수준에 머물 것”이라며 “우리 경제가 저성장 국면에 접어들 것이라는 기대가 확산되면서 청ㆍ장년층 소비 성향이 추가적으로 더 떨어질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LG경제연구원은 이어 “이로 인해 전반적인 소비성향 저하 추세가 좀더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