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형석 기자]
“서울이 유명한 영화에 나온다니 좋은 일이죠.”(40대 시민)
“할리우드 영화 한 편에 잠깐 등장한다는 이유로 서울 휴일 대낮 도심 한 복판을 몇 시간씩 막아놓는다니, 좋은 일이라지만 시민들이 감수해야 하는 불편이 너무 심하네요.”(30대 시민)
30일 정오가 조금 지난 서울 마포대교 남단. 여의도쪽 진입로는 볕좋은 봄날의 일요일을 만끽하려는 나들이객들이 모여 ‘까치발’을 하고 할리우드 영화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의 촬영이 이루어지고 있는 다리 한복판을 향해 기웃거렸다. 한강대교 진입은 오전 6시 30분부터 완전히 통제돼 남단의 양쪽 끝 인도에만 시민 수십명씩이 모여 있었다. 나들이 나온 시민들이 끊임없이 들고 나는 와중에도 늘 백여명 이상은 먼발치에서나마 촬영 현장을 구경하기 위해 가던 길을 멈췄다. 남단 진입로 부근에 세워진 구급차와 촬영 스탭들의 차만 보일 뿐 일반 시민들의 시야에는 배우나 촬영 현장이 거의 잡히지 않았지만, 혹시나 하는 기대로 다리쪽으로 시선을 고정시키며 기다리는 나들이객도 적지 않았고, 일부는 휴대폰 카메라를 들이댔다. 하지만 어김없이 통제 요원들의 목소리가 휴대폰 카메라를 든 시민들을 막아섰다.
“사진 찍으시면 안 됩니다.” 30일 일요일 마포대교에서 이뤄진 할리우드 영화의 첫 대규모 서울 촬영에 대한 현장에서의 반응은 다소 엇갈렸다. 청명한 봄날 기분좋은 나들이를 나온 가족단위 관객들은 환영과 기대를 표하기도 했고, 일부 시민들은 통행 불편을 호소하며 불쾌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자녀 셋과 함께 나들이를 나온 한 40대 남성은 “‘어벤져스’를 봤다”며 “그처럼 큰 영화에 서울이 나온다니 자부심을 가질만큼 좋은 일이 아니냐”고 호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아들과 함께 촬영장을 구경나와 기다리고 있다는 한 50대 남성은 “(배우나 촬영 장면을) 볼 수 있을 지는 모르겠지만 재미있을 것 같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한 20대 시민은 “시민들의 통행에 큰 불편을 주는 건 사실이지만, 영화에 서울의 모습이 담기는 것은 아주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좋은 점도 있고 나쁜 점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곱지 않은 시선도 적지 않았다. 자전거를 끌고 나온 30대의 한 시민은 “1년에도 할리우드 영화가 수백편 만들어지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 중 한 편에 잠깐 나오자고 며칠간 수십시간동안 서울 시민들이 통행 불편을 감수해야 하는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시민들의 사진촬영을 통제하는 데 대해서도 “(배우나 촬영 장비나)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데 휴대폰 카메라를 마포대교 방향으로 들이대기만 하면 뭐라고 하니 기분 나쁘다”고 불쾌함을 표하는 이도 있었다. “정작 영화 속에는 얼마나 어떤 모습으로 서울이 등장할 지도 모르고, 정말로 홍보와 관광 효과를 누릴 수 있을 지 알 수 없는데 너무 막연한 기대를 시민들의 편의와 너무 쉽게 맞바꾸는 게 아닌가 싶다”고 지적한 시민도 있었다.
한편, 이날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의 마포대교 촬영은 오전 6시 30분부터 5시 30분 동안 남북단의 진입 통제 아래에서 이뤄졌다. 마포대교 북단에서는 일부 시민들이 촬영 현장을 보기 위해 마포대로에서 이어진 강변북로 진입구까지 나왔으며, 남단 여의도쪽에선 공원 나들이객들이 모여 상황을 지켜봤다. 한편, 이날 시작된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의 서울촬영은 오는 4월 13일까지 상암 월드컵 북로, 청담대교, 강남대로, 탄천 주차장, 문래동 철강단지 등에서 11회에 걸쳐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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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박해묵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