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리치를 위한 ‘캐시미어의 제왕’ 브루넬로 쿠치넬리 -가난했던 사업가 쿠치넬리, 다채로운 색상의 캐시미어 의류로 성공 -휴머니즘의 쿠치넬리 회장 “지역 발전ㆍ직원의 행복이 가장 중요”
[헤럴드경제=슈퍼리치섹션 민상식ㆍ윤현종 기자] 지난 2월 이탈리아 로마에서 007 시리즈의 24번째 작품 ‘스펙터’(Spectre)의 포토콜 행사가 열렸다. 많은 기자들이 참여해 6번째 제임스 본드, 다니엘 크레이그(Daniel Craigㆍ47)와 본드걸 모니카 벨루치(Monica Bellucciㆍ51)의 사진 촬영에 나섰다.
이 자리에서 특히 사람들의 이목을 끈 게 근육질 몸매의 크레이그 몸에 딱 맞춘 ‘캐시미어(캐시미어 산양의 털로 짠 직물) 슈트’였다. 그가 입은 옷은 바로 이탈리아 명품 캐시미어 브랜드 ‘브루넬로 쿠치넬리’(Brunello Cucinelli)의 슈트였다. 평소 크레이그는 공식석상에서 브루넬로 쿠치넬리의 제품을 자주 입고 등장하는 스타로 유명하다.
초고가 명품 브랜드인 에르메스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브루넬로 쿠치넬리는 ‘캐시미어의 제왕’으로 불린다. 전 세계 슈퍼리치를 위한 스웨터를 만들기 위해 최고급 캐시미어만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캐시미어뿐 아니라 혼용하는 순면, 실크 등도 천연 원료만을 쓴다.
브루넬로 쿠치넬리 제품의 주 재료는 보온성이 탁월한 몽골 캐시미어 산양의 목 아랫부분 미세섬유다. 이런 이유로 캐시미어 스웨터 한 장이 수백만원대에 달한다. 슈트 한 벌에 500만원을 넘는 초고가지만, 늘 부유층들이 즐겨 찾는 최상위 명품으로 손꼽힌다.
명품 브루넬로 쿠치넬리의 창업자는 브랜드명과 같은 이름의 브루넬로 쿠치넬리(62) 회장이다. 그는 명품 업체 창업자라는 부티나는 이미지와 달리, 이탈리아 중부 도시 페루자 인근의 작은 마을 솔로메오에서 가난한 소작농의 아들로 태어났다. 어린 시절 집에는 수도시설과 전기도 없었고, 농장과 공장에서 아버지는 하루종일 힘겹게 일해야 했다.
부친의 적은 급여로 힘든 삶을 보낸 경험은 이후 그가 회사를 경영하면서 인간의 존엄성을 중요시하는 데 큰 영향을 끼쳤다. 대학에서 엔지니어링을 공부하던 20대의 쿠치넬리는 학교를 그만두고, 은행에서 550달러를 빌려 1978년 이탈리아 페루자에서 작은 캐시미어 공방을 차렸다.
엔지니어링을 전공하던 공학도에게 가공법이 까다로운 캐시미어가 눈길을 끌었던 것이다. 또 값비싼 캐시미어 의류는 유행에 치우치지 않고 오래 입는다는 점도 그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이후 쿠치넬리는 베네통의 화려한 색상에서 영감을 얻어, 무채색 위주의 단조롭던 캐시미어 의류에 무지개 빛 색상을 입혀 판매하면서 이름을 알렸다. 브루넬로 쿠치넬리는 현재 캐시미어 스웨터를 비롯해 남성복, 여성복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상품을 내놓으며 독보적인 캐시미어 브랜드로 자리를 잡았다.
특히 지난해 60여개국에서 올린 전체 매출 3억5600만유로(한화 약 4600억원) 중에서 60% 이상이 해외에서 나왔다. 지난해에는 신세계인터내셔날과 국내 판권 계약을 맺고 서울 청담동 플래그십 스토어를 개장하기도 했다.
2012년 기업공개(IPO)에 나서 빌리어네어 대열에 합류한 쿠치넬리 회장(자산 10억5000만 달러)은 이탈리아에서 이른바 ‘휴머니즘 경영’으로 존경받는 부호로 꼽힌다. 평소 윤리 경영을 펼치는 그는 지역 발전과 직원의 행복을 회사 경영에서 우선순위로 두기 때문이다.
그는 1985년 자신의 고향인 솔로메오에서 ‘마을 재건’ 사업을 펼치면서 유명세를 얻었다. 그는 당시 솔로메오의 14세기 말에 지어진 낡은 성(城)에 사무실과 공장을 만들어 본사를 이전하고, 주변의 오래된 건물을 현대적으로 복원했다. 또 브루넬로 쿠치넬리의 수익 20%를 자신의 이름을 딴 재단에 기부하면서, 아프리카 말라위 등에 병원과 학교를 짓는 사업도 벌였다.
본사를 솔로메오로 이전한 후에는 많은 지역 주민을 직원으로 고용했다. 현재 솔로메오의 본사에는 직원 700여명이 일하고 있다. 직원 복지 수준도 높다. 이탈리아 평균보다 20% 정도 높은 급여를 받으면서 출퇴근 시간을 자유롭게 정할 수 있다. 구내식당에서는 솔로메오의 여성들이 직접 준비한 영양가 높은 가정식이 하루 세 끼 제공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