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조용직 기자] 그는 왜 스스로 일본 경찰에 체포되는 길을 택했을까.

일본 야스쿠니(靖國) 신사 폭발음 사건의 용의자인 한국인 전모(27) 씨가 9일 일본에 자진 입국해 현지 경찰에 체포된 데 대해 추측이 분분하다.

전 씨의 신병이 일본 경찰에 인도됨에 따라 이 사건 수사는 지난 달 21일 사건 발생 16일 만에 급진전하게 됐다. 향후 수사 또는 재판 등 일체의 형사 및 사법 절차는 일본 당국에 의해 진행될 것이 유력하다.

초점이 모이는 대목은 그가 왜 용의자로서 포위망이 좁혀든 이 때 스스로 일본에 입국했는가 하는 점이다. 체포를 각오한 것으로도 추측할 수 있는 여지가 크다. 특히 그는 일본 측 수사당국 및 매스컴과 몇 차례 전화 통화를 하면서도 줄곧 혐의를 부인해 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 이유 여하에 따라 이번 사건 수사, 재판의 흐름과 결말도 달라질 수 있다. 아울러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전범 추모’로 인식해 경멸하는 국내 정서와 이에 대한 일본의 반감이 이번 사건을 통해 충돌하며 양국 관계에 파장을 일으킬 가능성도 없지 않다.

#가능성 하나. 외교 파장 피하려 사실상 자수? =용의자 전 씨가 일본에 재입국한 9일은 한일 정부간 공식적인 수사 공조가 가동되기 전 시점이다. 앞서 전 씨는 지난달 21일 일본으로 입국했다가 폭발음 사건이 벌어진 23일 귀국한 것으로 파악됐다.

일본에 들어가면 공항에서 체포될 것은 뻔한 상황이었다. 그런데도 자진 입국을 결심했다면 체포될 가능성도 충분히 인식하고 있었다고 볼 수 있다.

전 씨의 신병이 일본 쪽으로 넘어간 만큼 신병 인도를 둘러싼 한일간의 외교적 마찰은 피했다. 이런 점이 지난 2011년 12월 야스쿠니 신사 화염병을 던진 중국인 류창 사건 때와 다르다. 당시 일본의 신병인도 요구에 대해 한국 법원이 인도 거부를 결정함에 따라 사안은 양국관계 악화의 불씨가 됐다.

외교적 파장을 감안한 한국 정부 당국이 전 씨에게 일본에서 조사받을 것을 권유했을 개연성도 제기될 수 있어 보이는 이유다. 하지만 정확한 사실 여부는 현재까지 확인되지 않고 있다.

#가능성 둘. 적극적인 혐의 부인 위한 선택? =전 씨 본인은 경찰 조사때 폭발음이 들린 야스쿠니 신사 화장실을 보기 위해 다시 일본에 왔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말대로라면 체포될 것으로 생각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일본 언론에 의하면 그는 이날자 귀국행 항공편도 예약해둔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결백을 주장하는 등 방법으로 사안을 나름대로 정면돌파하기 위해 입국한 것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 씨는 8일 보도된 일본 방송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야스쿠니 신사에 간 것은 인정하면서도 폭발음에 대해서는 “모른다”는 입장을 밝혔고, 9일 첫 경찰 조사에서도 “잘 모르겠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자신을 향해 수사망이 좁혀져 오는 상황에서 압박감을 느끼던 터에 일단 일본에 가서 결백을 주장해보고, 여의치 않을 경우 재판을 받겠다는 생각으로 일본에 왔을 수 있다는 분석이 가능해 보인다.

#가능성 셋. ‘전범 추모 반대’ 등 신념 표출?=전 씨가 향후 조사 또는 재판 과정에서 이번 사태와 관련한 모종의 정치적 주장을 펴고, 이를 널리 알리기 위해 일부러 체포되는 길을 택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번 사건은 사안의 중대성이나 성격상 일본 매스컴의 생리상 수사 및 재판 과정에서 자신의 진술이 생중계 되듯 일본 전역에 중계될 것이 유력하다. 특히 파리 테러로 테러에대한 경각심이 높아진 가운데, 일선 경찰서가 아닌 경시청 공안부가 조사를 맡은 것도 이 사안을 일본 정부가 무겁게 여기고 있음을 보여준 일로 풀이된다.

전 씨가 이런 배경으로 입국한 것이면 향후 양국간 외교적 파장이 적지 않을 것으로 우려된다. 그러나 일본 경찰의 첫 조사에서 혐의를 부인했다는 점은 그 가능성을 떨어뜨리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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