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기훈 기자] 죽음의 문턱에 선 남자가 있다. 그에게는 죽음보다 더한 고통을 겪으면서도 죽음에서 돌아와야 하는 이유가 있다. 바로 복수를 위해서다.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감독의 신작 ‘레버넌트 : 죽음에서 돌아온 자’는 복수를 위한 한 남자의 처절한 생존을 다룬 영화다.
영화는 미국의 전설적 모험가 휴 글래스의 실화를 모티브로 삼았다. 극중 모피 사냥꾼 휴 글래스(레오나르도 다카프리오)는 아들 호크를 데리고 사냥에 나섰다가 회색곰에 습격을 당한다. 회색곰에 사지를 찢긴 휴 글래스는 겨우 목숨만은 건졌지만 원주민의 추적을 피해 달아나는 동료들에게 짐이 될 뿐이다.
결국 모피 사냥꾼 무리를 이끄는 앤드류 헨리(돔놀 글리슨)는 존 피츠제럴드(톰 하디)와 브리저(윌 포터)에게 두둑한 보상을 약속하며 휴 글래스가 숨질 때까지 그를 돌보고 제대로 묻어달라는 부탁을 남긴 채 떠난다.
하지만 비정한 동료 존 피츠제럴드는 휴 글래스를 배신한다. 그는 휴 글래스를 죽이려다 이를 막아서던 아들 호크를 살해하고 만다. 또 아직 숨이 붙어있는 휴 글래스를 산 채로 묻은 채 달아난다. 자신의 모든 것이나 다름 없던 아들의 죽음을 목격한 휴 글래스는 부상을 입은 몸으로 존 피츠제럴드의 뒤를 좇기 시작한다.
부성애는 이 영화를 끌고 가는 가장 원초적 감정이다. 휴 글래스의 아들 호크는 실화에 없던 인물로 휴 글래스와 원주민 여성 사이에서 태어난 것으로 그려진다. 백인 이주민의 습격으로 아내와 삶의 터전을 잃은 휴 글래스에게 아들 호크가 삶의 유일한 이유이다.
휴 글래스는 삶의 고비마다 죽은 아내와 아들에 대한 회상 그리고 그들을 만나는 환상에 빠져든다. “절대 포기해선 안 된다. 숨이 붙어 있는 한 싸워야 해.” 휴 글래스가 회상 속에서 어린 아들에게 읊조리는 대사는 스스로 생의 의지를 다지는 말로 들린다.
하지만 그가 마주한 환경은 녹록치 않다. 대자연은 존재 자체로 압도적이고 위협적인 경외의 대상이다.
‘레버넌트’는 낮고 겸허한 자세로 대자연의 광활하고 압도적인 풍광을 카메라에 담았다. 특히 이냐리투와 촬영감독인 엠마누엘 루베즈키는 세 가지 원칙을 세워 촬영에 임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화 속 시간의 흐름대로 촬영할 것, 인공조명은 배제할 것, 하나로 매끄럽게 연결된 롱샷에 도전할 것.
‘레버넌트’가 관객들에게 선사하는 숨막힐 듯 황홀한 장면들은 억척스러울 정도로 원칙에 매달려 촬영한 결과다. 특수효과나 컴퓨터그래픽(CG)으로 그럴싸하게 포장한, 단순한 오락거리로서의 스펙터클이 아닌, 날 것 그대로의 자연을 선보인다. 한 순간도 시선을 뗄 수 없는 장엄한 화면만으로도 극장에 가야할 이유는 충분하다.
배우들의 열연도 빼놓을 수 없다. 특히 디카프리오의 처절하고도 강렬한 눈빛은 백 마디 대사보다도 스크린을 가득 채우는 힘을 가졌다. 생사의 기로에 놓인 휴 글래스를 연기하기 위해 차가운 급류 속에 뛰어들고 알몸으로 눈보라를 맞는 등 온몸을 불사르는 연기를 펼쳤다. 그의 신산한 삶이 스크린을 통해 뼛속까지 전해오는 듯하다.
당연히 그동안 디카프리오를 외면했던 오스카가 디카프리오에게 트로피를 선사할지도 관심이 쏠린다. 디카프리오는 골든글로브 드라마부문 남우주연상 부문에도 노미네이트돼 있다.
디카프리오를 비롯해 톰 하디, 돔놀 글리슨, 포레스트 굿럭, 위 폴터 등이 출연해 열연을 펼친다. 러닝타임은 156분, 오는 1월14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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