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펠탑에 푸른 숲이 깃들었다. 지난달 30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 맞춰 조명으로 나무와 숲을 에펠탑에 형상화한 퍼포먼스다. 생태계를 흔들고 인류를 위협할 정도로 급변하는 기후 변화에 대한 각 국가의 관심을 상기시키기 위함이다. 이와 관련해 대두되고 있는 다양한 노력 중에 하나가 에너지와 정보통신기술(ICT)을 융합한 ‘에너지 신산업’을 육성하자는 의견이다.

우리나라도 누구나 신재생설비, 에너지 저장장치, 전기차 등을 통해 생산하고 저장한 전력을 자유롭게 팔 수 있도록 ‘전력 프로슈머(Prosumer)’시장을 개설하고, 단계적으로 제로 에너지 빌딩을 의무하기로 했다.

전력 프로슈머란, 생산자를 뜻하는 프로듀서와 소비자를 뜻하는 컨슈머의 합성어인 프로슈머를 에너지 시장에 적용한 용어다. 전력소비자였던 일반 국민들이 생산자도 될 수 있다는 뜻의 신조어를 반추했을 때, 에너지를 거래하는 새로운 시장이 열릴 것으로 기대된다.

ETRI는 이를 현실화 시킬 수 있는 국제표준 기반 에너지 거래기술을 개발했다. 핵심기술 내용을 살펴보면, 컴퓨터끼리 각 에너지 정보를 교환하는 프로토콜 기술, 개인과 개인이 직접 연결해 정보를 공유하는 P2P(Peer to Peer)기반 기술, 여기저기 분산된 에너지 자원을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기술, 판매자가 구매자에게 에너지를 보내는 에너지 거래기술 등이다. 본 기술들은 국제표준기구의 국제표준 기반으로 구현되었다.

거래 과정은 복잡하지 않다. 발전량, 가격, 사용 가능한 스케쥴 등 거래 대상이 되는 전기 에너지의 정보를 중개시장 서버에 등록하면 된다. 건물 내에 남는 에너지를 근처 건물에 판매할 수도 있다. 그동안 태양광, 풍력, 비상발전기, 연료전지, 에너지 저장장치 등을 보유한 업체는 규모가 작아 입찰을 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젠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고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 에너지 거래가 가능해 질 전망이다. 또한 계약이 이뤄진 판매자와 구매자간의 거래가 실질적으로 이뤄졌는지 감시, 감독도 가능하다. 이렇게 중개시장 기반기술로 에너지를 자유롭게 거래하는 시장이 본격적으로 막을 올릴 예정이다.

연구진은 이런 시장이 열리게 되면 ‘이웃으로부터의 에너지(Energy from neighborhood)’라는 명제도 성립될 것으로 본다. 이를통해 유무선 통신 기술과 SW기술을 적극적으로 융·복합하는 스마트 에너지 통합 플랫폼을 개발하는 작업도 서두르고 있다. 소비자 영역에서의 에너지 절감은 물론, 에너지 거래·공유 기반 기술의 확보를 통해 조만간 다가올 에너지 공유 경제 체계로의 변환에 대한 선도 기술 확보 및 기술적 우위 측면에서 거는 기대도 크다.

우리나라는 ‘2030년 에너지 신산업 확산전략’을 세워 변화하는 기후체계에 본격적으로 대응하고 미래 성장 동력으로 키울 채비를 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마이크로 그리드다. ICT를 접목해 에너지 효율을 최적화한 차세대 지능형 전력망인 스마트 그리드를 소규모 지역에 맞게 적용한 기술이다. 앞서 말한 에너지 거래기술은 마이크로 그리드의 기반 기술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에너지 신산업 시장이 성장하면 파급효과는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환경, 자원의 효율화, 경제 등 다방면에서 우리 삶의 양식을 바꿀 것이다. 나아가 에너지 ‘소유’에서 에너지 ‘공유’ 경제 체계로의 전환을 불러올 것이다. 즉 이웃과 환경을 생각하는 에너지 소비가 이뤄질 수 있다. 가령 혹한이 기승을 부리는 연말에 난방비가 없어 매서운 추위를 이기지 못하고 사망한 빈곤층에 대한 뉴스를 심심치 않게 듣는데, 따뜻한 아랫목에 앉아 있다가 그 자리에서 어려움을 겪는 이웃에게 ICT로 ‘에너지’를 기부할 수 있는 시대가 도래할 것이다.

현실적인 기술을 확대 적용하고 꾸준한 관심이 뒤따른다면, 국민 모두가 따뜻하고 풍요로운 겨울을 보낼 날이 머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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