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홍석희 기자] 공모주 시장이 급속히 냉각되고 있다. 공모가 하회 종목들이 속출하면서 투자자들이 외면하고, 기업가치가 낮게 평가된 기업들은 상장철회를 선언하고 있다. 문제는 올해 연말 공모주 시장 냉각은 거래소의 잘못된 정책 추진 탓이 크다는 점이다. 무리한 ‘상장 목표치’ 제시가 결국 시장 교란의 주범으로 지목된다. 증권사들의 ‘공모가 높이기’ 경쟁은 투자자들의 손실로 이어졌다.
큐리언트는 30일 상장을 철회한다고 공시했다. 회사 측은 “수요예측을 실시했으나, 회사의 가치를 적절히 평가받기 어려웠다”며 공모를 연기한다고 밝혔다. 큐리언트를 포함해 11월 들어서만 모두 5곳의 기업이 상장 철회를 공식화 한 것이다. KIS정보통신은 지난 27일에 철회를 선언했고, 태진인터내셔날, 차이나크리스탈, 팬젠도 11월에 상장 철회를 선언한 기업이다.
연말까지 10여개가 넘는 회사가 상장을 추진 중이어서 추가로 상장을 철회하는 회사들도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각 회사들의 상장철회 이유는 대동소이하다. 회사가 제 가치를 평가받지 못한 것을 원인으로 지목한다. 예년에도 연말엔 항상 상장 철회 기업들이 다수 나왔다. 연말에 상장 기업들이 몰리게 되고, 이는 공모주 시장에 일시적으로 공급 과잉과 수요 부족 현상이 초래되기 때문이다. 거래소 측도 이 때문에 “연말 상장을 피하라”고 조언하지만, 올해도 여전히 연말 상장은 예년처럼 반복되고 있다.
그러나 올해 공모주 시장 냉각은 예년보다 상황이 더 나쁜 것으로 분석된다. 가장 큰 배경은 코스피 지수의 횡보지만, 한국거래소 의 과도한 상장 목표치 제시도 불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는 분석이다. 더불어 각 증권사들의 ‘공모가 뻥튀기’도 투자자들의 외면을 불러온 이유가 됐다. 공모주 투자가 줄줄이 손실을 불러오면서 공모가를 하회하는 종목들이 속출했고, 이 때문에 공모주에 대한 관심이 떨어진 것이다.
공모주 시장 냉각의 구조적 원인은 이렇다. 거래소는 올해 초 ‘연내 170개사 상장’을 목표치로 제시했다. 그러자 증권사들은 앞다퉈 상장 전담팀들을 늘려잡았다. 전담팀들은 상장에 매진했고, 이는 곧 공모가를 실제보다 높여잡는 원인이 됐다. 한 증권사 IB팀 관계자는 “증권사간 상장 경쟁이 붙으면 가장 좋은 유인책은 공모가를 유리하게 제시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현재 공모가 산정에는 주가수익비율(PER), 주가순자산비율(PBR), 기업가치/세금·이자지급전이익(EV/EBITDA) 등이 모두 사용된다. 어느 방식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공모가가 다양하게 나오는데, 업계에선 EV/EBITDA로 공모가를 산정할 경우 공모가가 실제보다 더 높게 나올 개연성이 높다는 것이 통설로 흘러다닌다.
시장에선 공모가 하회 종목들이 속출하고 있다. 지난 27일 기준 유앤아이의 경우 현재 주가는 공모가 대비 20% 넘게 하락했고, 네오오토는 30%에 가까운 손실률을 기록하고 있다. 11월 한 달간 상장한 종목 16곳 가운데 7곳이 부실 공모주로 평가된다. 평균 투자 수익률은 -4.0%를 기록하고 있다.
이같은 시장 상황은 물론 코스피 지수가 연초같은 상승장세였다면 발생치 않았을 것으로 해석된다. 그런데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등의 요인으로 연말 시장 상황이 좋지 않게 돌아가자, 투심이 급격히 얼어붙었고 이것이 공모주 시장 상황 악화를 가속했다는 분석이다.
기술특례 등 특례 상장 사례가 늘어나게 된 것도 공모주 시장 냉각을 부채질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올 한해 기술특례로 상장된 기업은 6곳이다. 예비심사 통과 기업은 12개나 된다. 지난해(5건)보다 세 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전반적으로 공모주 시장에 공급과잉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며 “장이 좋지 않자 곪았던 문제가 터져나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