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원형’ 정몽준 · ‘선수형’ 구본능 · ‘전도형’ 구자열…스포츠에 열광하는 한국의 슈퍼리치들
현재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를 맡은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은 재계 대표 야구광이다. 단순히 야구 관람을 즐기는 수준이 아니다. 경남중학교 시절 외야수로 활약한 그는 평생 소장한 야구 사진을 모아 사진집을 발간하기도 했다.
축구 마니아를 대표하는 재계 인사는 정몽준 현대중공업 대주주. 남자프로축구팀은 물론, 여자축구팀도 다수 설립했으며, 해외출장 때에도 항상 축구화를 가지고 다닌다는 일화로 유명하다.
스포츠에 일희일비하는 건 슈퍼리치도 마찬가지다. 온 국민의 관심사가 쏠리는 야구나 축구 등 인기 종목에는 자타 공인 ‘마니아’로 불리는 슈퍼리치가 즐비하다. LG가 야구계를 대표하는 재벌가라면, 축구계엔 정몽준 대주주와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으로 이어지는 현대가 있다.
슈퍼리치의 관심사가 인기 종목에만 쏠리는 건 아니다. 비인기 종목 전도사를 자처하며, 후원과 열정을 아끼지 않는 슈퍼리치도 인기 종목 못지않다. 아이스하키광 정몽원 한라그룹 회장이나 자전거로 알프스를 넘은 구자열 LS그룹 회장, ‘우생순’ 신화를 일궈낸 핸드볼 마니아 최태원 SK그룹 회장, 양궁계의 든든한 후원자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 등이 그 예다.
▶슈퍼리치도 푹 빠진 야구, 한국 최고 인기 명불허전=최근 서울 이화여대에서 열린 ‘프로야구 미디어데이’ 행사장. KBO 총재인 구본능 회장은 김기태 LG트윈스 감독을 만나자 웃으며 검지를 내밀었다. LG 팬 사이에선 익히 유명한 김 감독의 ‘손가락 세리머니’. 세리머니 하나까지 모두 꿰고 있는 것이다.
구 회장은 중학교 시절 볼보이부터 시작해 주전 외야수로 뛸 만큼 야구 실력도 뛰어났다고 한다. 고교 진학 이후 야구는 그만뒀지만 2005년엔 ‘사진으로 본 한국 야구 100년’이란 사진집을 발간하기도 했다. 사회인야구도 계속 참여할 만큼 ‘보는 야구’뿐 아니라 ‘하는 야구’까지 즐긴다. 동생인 구본준 LG전자 부회장 역시 과거 투수로 활동한 적이 있으며, LG트윈스 구단주를 맡기도 했다. 당시 직접 해외 훈련지를 방문해 선수들을 격려하고, 과거 선수 경험을 살려 전문적인 조언을 건네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이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도 널리 알려진 야구 마니아. 지난해 두산과 삼성이 붙은 한국시리즈에선 두 마니아의 장외 대결도 눈길을 끌었다. 박 회장은 평소에도 일반 관람석에서 자주 야구 경기를 즐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 역시 유학 시절부터 야구를 즐겼으며, 매년 주요 경기 때마다 직접 경기장을 찾아 선수들을 격려하고 있다.
고양 원더스의 ‘괴짜 구단주’로 미국 독립 야구단에 입단한 허민 위메프 대표이사의 야구 일화도 유명하다. 8년간 너클볼을 연마했다는 일화나 수학능력시험 전날에도 캐치볼을 할 정도로 야구광이다.
▶‘월드컵 신화 이어간다’, 축구광 슈퍼리치의 출사표=야구와 달리 축구는 선수 출신의 기업인이 드물다. 대신 협회장이나 구단주 등을 통해 축구 애정을 보여주는 슈퍼리치가 많다. 정몽준 현대중공업 대주주는 김우중 대우그룹 회장에 이어 대한축구협회장을 역임, 3번에 걸쳐 회장직을 맡았다. 울산 현대 팀을 비롯해 현대정보과학고 울산과학대 현대제철 등 남녀 축구팀을 연이어 세웠다. 해외출장 때도 항상 축구화를 소지하고, 시차를 극복하고자 축구로 땀을 뺀다는 일화 등도 널리 알려져 있다.
현 대한축구협회장인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도 소문난 축구광이다. 1994년부터 20년 가까이 축구계에 몸담았다. 현대 호랑이, 전북, 부산 등 3개 프로팀의 구단주를 맡았다.
‘여명808’로 널리 알려진 기업, 그래미의 남종현 회장도 축구 마니아. 강원 FC 사장직을 역임했으며, 홈이나 원정 경기를 막론하고 경기장을 방문해 직접 응원할 만큼 ‘열혈 서포터스’로 유명하다. 사장직에 물러난 지금도 경기장을 즐겨 찾는다고 한다.
▶‘레슬링, 사이클, 양궁…’, 비인기 종목 전도사=정몽원 한라그룹 회장은 아이스하키장에서 심심치 않게 만날 수 있다. 경기장뿐 아니라 라커룸에도 들려 선수들을 격려하는 일이 잦다. 아이스하키팀을 창단해 20년째 후원하고 있으며, 한라그룹이 주력 계열사를 매각하는 과정에서도 아이스하키팀을 해체하지 않고 지금까지 유지할 만큼 애정이 크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서울사대부고 시절 레슬링 선수로 활약했고, 전국 대회에서도 입상 경력이 있다. 일본 유학 시절 전설적인 프로레슬러 역도산을 직접 수차례 만났다는 일화도 널리 알려져 있다. 대한레슬링협회장도 역임했다.
구자열 LS그룹 회장은 자타 공인 ‘사이클 전도사’. 2002년에는 자전거로 알프스를 넘으며 매일 백두산 높이의 산을 하나씩 넘은 일화로 유명하다. 수차례 4대강 자전거 길을 완주한 기록도 보유하고 있다. 지금도 주중 두 차례 이상은 자전거를 즐길 정도다.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은 대한양궁협회장을 맡으면서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에 이어 대를 이어가며 양궁계를 후원하고 있다. 런던 올림픽 당시 금메달을 딴 선수들이 정 부회장에게 달려간 장면은 전 세계에 생중계되기도 했다. 지금까지 300억원 이상을 지원하고, 사비를 털어 각종 첨단 기기를 지원하며, 선수들과도 평소에도 가족처럼 지낸다고 한다.
해외까지 날아가 직접 경기를 응원할 만큼 핸드볼을 아끼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이나 주요 펜싱 경기마다 경기장에 얼굴을 비치는 손길승 SK텔레콤 명예회장 등도 스포츠를 사랑하는 슈퍼리치로 꼽힌다.
홍승완ㆍ김상수ㆍ도현정 기자/
김상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