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된 말레이시아 항공 MH370편이 인도양 남부 해상에 추락한 것으로 24일(현지시간) 결론지어진 가운데, 동체 수색의 유일한 희망은 블랙박스가 보내는 신호 뿐이다.

기체 잔해로 추정되는 물체들이 발견되고 있지만 육안 관측이 쉽지 않은데다 해류를 따라 이동하며 정확한 위치를 찾기 어렵고, 직접 확인하기 전까지 사고기의 잔해로 단정지을 수 없기 때문이다.

블랙박스는 사고 원인 파악의 열쇠가 된다는 이유에서도 확보가 절실하다. 블랙박스는 비행기록장치(FDR)과 조종실 음성녹음장치(CVR)로 구성돼있다. 비행기의 이동경로, 위치, 고도, 속도 뿐만아니라 조종사들의 대화내용과 조작소리까지 담고있어 사고 당시의 행동까지 확인이 가능하다.

그러나 블랙박스 수색에는 여러 난제가 있다. 문제는 블랙박스의 위치 신호를 전달하는 핑어(pingerㆍ음파발진기)의 위치와 수명이다.

블랙박스는 수심 2만피트(약 6096m) 깊이의 수압에서도 견딜 수 있고 37.5㎑의 신호를 방출한다. 제품에 따라 다르지만 2해리(약 3704m)에서 최대 6000m까지 신호를 보낼 수 있으며 배터리 수명은 약 30일 가량이다.

사고 해역으로 추정되는 인도양 남부는 평균 수심이 4㎞로 신호가 수면 위로 도달하지 않을 가능성도 높다.

또한 먼 거리에서는 신호를 잡을 수 없어 신호음을 확인하려면 부근해역에 ‘수동 소나’를 갖춘 선박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전문가들은 지난 2009년 대서양에 추락해 해저에 가라앉았던 에어프랑스기의 블랙박스 회수와 비교했을때도 인도양이 대서양보다 수심이 더 깊고 기상여건도 좋지 않은 망망대해라 작업은 더 힘들 것이라 보고 있다.

사고도 3주차에 접어들면서 블랙박스가 신호를 보낼 수 있는 시간은 대략 다음달 6일께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신호가 사라지면 수색작업은 더욱 어려워진다.

핑어 제조사인 듀케인 시컴사의 아니쉬 파텔 사장은 23일 CNN에 실종 항공기에 장착된 핑어가 자사 제품이라고 말하며 “배터리 세기가 약화되면 ‘볼륨’이 점차 낮아질 것”이라고 밝혔다. 30일이 지나도 배터리가 완전 방전에 이를때까지 전력을 제공하나, 신호 세기가 점차 줄어들을 것이란 분석이다.

파텔 사장은 “우리 예상모델과 연구소 테스트에서는 최대 33~35일 까지 신호를 보냈었다”며 “배터리 사용연한에 따라서 완전 방전이 되기 전까지 수 일 간 더 신호를 보낼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그의 계산에 따르면 길게는 다음달 10일께까지 미약하게나마 신호를 잡을 수 있다. 신호 방출 중단까지는 십여일 정도 남은 셈이다.

수색을 돕기 위해 이날 미 해군 태평양사령부는 최첨단 위치추적장비인 ‘토우드핑어로케이터(TPL)를 투입하기로 했다. 30인치(약 76㎝) 크기의 이 장비는 최대 수심 6000m 해저에서 음향신호를 통해 가라앉은 항공기를 찾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미 국방부는 무인잠수정인 ‘미니서브’를 지원하기로 했으며 이 장비는 항공기 수색에 한 차례 투입된 바 있다. 미국 NBC뉴스에 따르면 블루핀 로보틱스가 제작한 미니서브는 음파탐지기를 장착하고 수심 1만5000피트에서 20시간 작업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기상악화로 인한 수색작업 지연은 현실이 되고 있다.

호주 해양안전청은 강풍과 높은 파도, 폭우, 하층운 등 기상악화가 “해양 및 항공 수색활동을 위험하게 만들고 승무원들의 안전도 위협한다”는 이유로 수색을 중단했다. 호주 당국은 기상 상황이 나아지면 수색을 재개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문영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