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배송비 내도 국내보다 저렴” “20·30대 젊은 직구족 클릭 활발 “다양한 상품·우수한 품질 큰 매력 “커뮤니티 40만명 상세한 정보공유
“수입브랜드 타격…매장철수·할인도 전업주부 김민주(33ㆍ가명) 씨는 요즘 아침 일과를 인터넷 쇼핑으로 시작한다. 최근 열풍이 불고 있는 해외직구(직접 구매)족(族) 대열에 합류하면서부터다.
해외직구는 소비자가 해외 쇼핑몰에 접속해 제품을 직접 구매하는 것으로, 해당 쇼핑몰의 할인행사 등을 잘 활용하면 국내에서 파는 수입 정품의 반값 수준으로 제품을 구매할 수 있다.
김 씨는 지난달 중순께 주변 지인으로부터 해외직구를 통해 고가의 수입제품을 싸게 샀다는 얘기를 듣고 첫 직구에 도전했다. 우선 해외직구 최대 커뮤니티인 M사이트에 가입해 관련 정보를 접했다. 이 커뮤니티의 회원은 40만명에 달하고 해외직구 방법과 관세율 계산, 가격 비교, 세일 정보 등을 쉽게 공유할 수 있다. 김 씨는 이 커뮤니티 게시판을 통해 ‘결대(결제대행)’ ‘배대지(배송대행지)’ 등 해외직구 용어는 물론 환불 문제나 파손 시 대처 요령 등도 배웠다.
김 씨는 며칠 고민 끝에 국내 백화점에서 50만원 정도인 이탈리아산 커피메이커를 미국 온라인 쇼핑몰인 아마존에서 구매하기로 결정했다.
구매방법은 생각보다 간단했다. e-메일 주소, 휴대전화 번호, 배송받을 집주소 등 몇 가지만 입력한 뒤 결제하면 됐다. 비용은 배송비와 관세ㆍ부가세를 포함해 30만원으로 국내보다 20만원가량 저렴했다.
배송기간도 생각보다 길지 않았다. 미국에서 보낸 커피메이커가 김 씨의 서울 집까지 배송되는 데 일주일이 걸렸다.
김 씨는 “대부분의 해외 사이트는 한국까지 바로 배송하지 않아 배송대행 업체를 이용해야 하지만 아마존닷컴 등 일부 대형 쇼핑몰은 직접 한국까지 배송을 해 준다”면서 “배송비와 관세를 내고도 국내보다 저렴하다는 것을 경험하고 나면 국내에서 수입품을 살 때 뭔가 속는다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김 씨는 이어 “우리나라는 수입 유아용품ㆍ건강식품 등이 너무 비싼데 해외직구로 이런 제품을 꾸준히 구매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20ㆍ30대 젊은 여성들이 주로 옷ㆍ가방 등 패션제품을 구매하기 위해 이용하던 해외직구가 텔레비전, 수입차 부품, 건강식품 등을 사는 등 중장년층으로까지 급속히 확산하고 있다.
서울에서 자영업을 하는 오정태(61ㆍ가명) 씨는 최근 미국 유학을 다녀온 아들의 추천으로 해외직구를 시작했다. 주로 미국 최대의 쇼핑 시즌인 ‘블랙프라이데이’(11월 마지막 주 목요일ㆍ추수감사절 다음날)를 전후한 파격세일 기간을 노려 미국 의류 브랜드인 ‘제이크루’부터 전자제품까지 다양한 제품을 구매했다.
오 씨는 요즘에도 해외직구를 위해 2~3일에 한 번씩 시간을 들이고 있다. 원하는 브랜드의 제품이 언제 세일할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수시로 해당 쇼핑몰을 들여다봐야 하기 때문이다.
그는 “미국 백화점 사이트의 쿠폰 할인 등 관련 사이트를 부지런히 챙기면 더욱 싸게 구매할 수 있다”고 밝혔다.
최근에는 독일 프랑스 등 유럽시장에 관심을 갖는 소비자들도 생겼다. 회사원 김소영(31ㆍ여ㆍ가명) 씨는 최근 유명 독일 브랜드의 고가 냄비를 독일 쇼핑몰에서 직접 구매했다.
김 씨는 “독일 주방용품의 경우 국내 수입가격보다 30% 이상 저렴했다”면서 “독일어를 전혀 모르지만 해외직구 커뮤니티에 게시된 상세한 경험담을 보고 주문을 했는데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다”고 말했다.
현재 온라인 쇼핑족 4명 중 1명이 해외직구를 경험하고 있다. 지난해 8월 대한상공회의소가 온라인 쇼핑족 165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해외 직접구매 이용실태 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24.3%가 “해외 인터넷쇼핑몰이나 구매대행 사이트를 통해 상품을 구매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해외직구 선호 이유(복수응답 가능)로는 국내 동일상품보다 싼 가격(67%), 다양한 상품 종류(35%), 우수한 품질(20.3%) 등을 꼽았다.
이처럼 해외직구를 이용하는 사람이 늘면서 국내 수입품의 가격이 요동치고 있다. 해외직구족에게 선호도가 높은 수입 의류 브랜드들은 해외와 국내의 가격 차가 지나치게 크다는 게 알려지면서 백화점 매출이 크게 떨어지고 일부 매장을 철수했다. 한 수입의류 브랜드는 한국에서 판매되는 아동복 가격을 최대 40%가량 내리기도 했다.
하지만 소비자 피해가 급증하는 등 부작용도 속출하고 있다. 배송기간이 2∼3주 정도로 길거나 파손된 물품이 오는 등 배송사고가 발생할 확률이 높다. 하자 있는 제품 반송도 쉽지 않고 사후서비스를 받기도 힘들다.
해외직구족인 최정수(30ㆍ가명) 씨는 “배송 지연, 상품 파손 등 문제점이 생겨도 빠르게 해결하기 어렵다”면서 “해외직구로 인해 생기는 피해를 줄이기 위한 소비자보상제도를 하루빨리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민상식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