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강승연 기자]#. 최근 서울의 한 경찰서에는 청각 장애인을 상대로 한 유사수신 단체에 대한 제보가 들어왔다. 경북에서 주로 활동하는 이 단체는 기부금을 내면 그 돈을 굴려 수익금을 주겠다고 홍보했다. 기부 액수만큼 세금 감면 혜택이 있다고도 했다. 경찰은 수사에 착수하려 했지만 정작 이 단체에 돈을 맡긴 이들이 사기 피해를 부인해 이도저도 못하게 됐다.
희대의 사기극 조희팔(58) 사건을 계기로 유사수신 범죄에 대한 시민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짧은 시간에 피해 규모가 수조원대로 커질 수 있는데도 수사나 처벌은 어렵기 때문이다. 수법도 갈수록 전문화ㆍ다양화되고 있어 피해 확산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유사수신이란 인ㆍ허가를 받지 않고 장래에 원금 또는 이를 초과하는 금액을 지급할 것을 약정하고 예ㆍ적금 등의 명목으로 출자금을 받는 행위를 가리킨다. 적발되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일정한 수익금을 정기 지급함으로써 피해자들의 믿음을 얻기 때문에 주범이 사업을 접고 잠적하기 전까진 단속이나 적발이 어렵다는 게 수사현장의 공통된 지적이다. 아예 인ㆍ허가 없이 활동하는 경우도 많아 사실상 ‘감시 사각지대’나 다름없다는 말도 나온다.
설사 유사수신 단체를 적발하더라도 주범의 ‘꼬리 자르기’로 실체 규명에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
조희팔의 경우 2006년 의료기기 판매업체 ‘엘틴’으로 벌인 170억대 유사수신 사기 행각이 적발됐으나, 강태용(54) 등 측근 6명만 재판에 넘겨지고 명예회장이었던 조씨는 수사선상을 유유히 빠져나갔다. 그나마도 강씨에겐 벌금 1000만원, 나머지는 집행유예가 선고되는 것으로 그쳤다. 수사당국이 이렇게 놓친 조씨는 2년 뒤 수조원대 사기극을 벌이고 중국으로 도주하게 된다.
또 2012년 교수 사회를 뒤흔든 ‘교수공제회 사건’의 주범들은 당초 사기 혐의에 대해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가, 작년 추가 기소돼 현재 재판 중이다. 이 사건은 교수공제회라는 임의단체가 교수 5500여명으로부터 6800억원을 예ㆍ적금 명목으로 받고, 교수 출신 국회의원 등 유력인사도 피해를 입어 충격을 준 바 있다.
‘제2의 조희팔 사건’으로 불리는 1조원대 유사수신 단체 해피소닉 운영진도 2013년 증거 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최근엔 유사수신 단체가 다양한 투자사업으로 고수익을 원하는 사람들을 노리고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조희팔 피해자 지원단체 ‘바른 가정경제 실천을 위한 시민연대’ 관계자는 “협동조합을 만들기 쉬워지면서 유사수신 품목이 다양화되고 있다”면서 “유기농 농수산물 사업에 투자하면 월 4∼20% 확정금리를 주겠다면서 농장을 견학시키는 방식으로 미끼를 던진다”고 설명했다.
이에 정부도 유사수신 사기 근절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대검찰청 산하 서민생활 침해사범 합동수사본부는 지난달 30일 경찰청, 국세청, 금감원 등과 유관기관 실무회의를 열고 무기한 합동단속에 나서기로 했다.
바실련 관계자는 “보여주기식 수사가 아니라 실질적인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 유사수신 피해자들의 피해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면서 “경제사범에게 관대한 양형 체계도 정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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