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혜미 기자] 명작은 영원하다 했던가. 10년 만에 재개봉한 ‘이터널 선샤인’(감독 미셸 공드리)이 ‘잘 만든 영화’의 저력을 증명했다. 개봉 닷새 만에 6만여 관객을 모으며 재개봉 역사상 최고 흥행 기록을 세웠다.

10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이터널 선샤인’은 9일 하루 92개 스크린(312회 상영)에서 8707명을 모으며 재개봉 누적 관객 수 6만5612명을 기록했다. 이로써 ‘이터널 선샤인’은 올해 5월 재개봉한 ‘말할 수 없는 비밀’의 5만6425명을 뛰어넘으며 재개봉 영화 사상 최다 관객 수를 기록했다. 2013년 재개봉해 고무적인 성적을 낸 ‘레옹’과 ‘러브레터’가 각각 4만4000여 명, 4만8000여 명을 모은 것과 비교하면 더욱 놀라운 성적이다. ‘이터널 선샤인’의 흥행 기록은 앞서 재개봉한 영화들과의 비교에서만 의미있는 성적은 아니다. 9일 ‘이터널 선샤인’은 전체 박스오피스에서도 6위에 오르는 쾌거를 올렸다. 개봉 2주 차에 접어들면서 오히려 세 계단을 역주행한 것. 동 시기 개봉 외화들과 비교해 상영 횟수가 5분의 1에 불과한 여건에서 일군 성과로 눈길을 끈다.

10일 오전 0시 기준으로 ‘이터널 선샤인’은 ‘검은 사제들’(35.9%), ‘007 스펙터’(31.1%)에 이어 예매율 3위(5.6%)를 달리고 있다. 이례적인 관람 행렬에 상영관이 7곳 더 늘면서, 영화는 더욱 흥행세를 탈 것으로 예상된다.

10년 만에 관객들과 다시 만난 ‘이터널 선샤인’이 신작 이상으로 사랑받고 있는 점은 주목할 만 하다.

관람객들의 후기를 살펴보면 영화를 이미 한 번 이상 본 관객들이 재관람을 하는 경우가 다수 눈에 띈다. ‘이터널 선샤인’의 경우 개봉 후 뒤늦게 입소문이 나면서, IPTV나 VOD 서비스, 기타 어둠의 경로(?)를 통해 관람한 관객들이 상당수다. 따라서 보다 큰 화면으로 영화를 만날 수 있다는 건 반색할 만한 일이다. 20대에 본 영화가 30대엔 어떤 감흥을 줄 지 기대하는 영화 마니아들도 관람 열기에 동참하는 분위기다.

‘이터널 선샤인’의 관람 열풍은 적은 상영관에서 짧은 기간 관객들과 만나고 사라진 영화들에 위안을 주는 사건이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잘 만든 영화는 통한다’고 하지만, 실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다. 평단과 대중의 후한 점수를 받은 영화도 개봉 시기나 홍보 콘셉트 등의 변수로 인해 외면 받는 경우가 있다. ‘이터널 선샤인’도 2005년 개봉 당시엔 독립·예술영화관을 중심으로 17만 관객을 모으는 데 그쳤다. 10년 만의 재개봉이 거둔 성과는, 좋은 영화는 시간이 흘러도 사랑받는다는 단순한 진리를 새삼 깨닫게 한다. 동시에 수작이라면 재평가 받을 수 있다는 희망, 관객들과 다시 만날 활로를 모색할 수 있다는 기대감을 품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