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지웅 기자] 마약판매와 불법 명의거래, 자살조장 등 온갖 불법ㆍ유해 정보가 통제되지 않고 유통되면서 온라인이 오프라인 범죄의 출발점이 되고 있다.

인터넷이 발달하는 만큼 범죄 영역에서 꼬리(온라인)가 몸통(오프라인)을 흔드는 ‘웩더독’(Wag the Dog)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꼬리가 몸통 흔드는 온라인 시대의 그늘=5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에 따르면 지난해 인터넷에 게시된 불법정보에 대해 방심위가 삭제, 차단 조치 등 시정을 요구한 건수는 총 8만58건으로 집계돼 전년(2013년 6만8223건)에 비해 17.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형별로 보면 불법 스포츠베팅 사이트 같은 사행성 정보가 4만5800건으로 전체의 57.2%를 차지해 가장 많았다.

뒤이어 불법 식ㆍ의약품 2만1885건(27.3%), 개인정보 침해 2085건(2.6%), 문서위조 1961건(2.4%), 불법 명의거래 1959건(2.4%) 등의 순으로 많았다.

기타로 분류되지만 직접적ㆍ신체적 위해를 끼칠 수 있는 장기매매, 자살조장, 불법무기류 정보 등도 모두 2967건(3.7%)으로 역시 전년에 비해 증가했다.

방심위에 따르면 불법정보는 신규 사이트, 인터넷 게시판, 카페, 블로그 등을 가리지 않고 무차별적으로 게재되고 있다.

최근 급증하고 있는 마약류 매매 정보의 경우 ‘작대기’, ‘아이스’, ‘물뽕’, ‘도리도리’ 같은 은어를 사용해 유통된다.

일반 사이트 게시판이나 블로그 등에다가 전화번호를 적어놓거나 인터넷 채팅창을 통해 상담원과 상담을 하라는 식이다.

자살조장 정보는 주로 인터넷 카페나 커뮤니티 등에 “자살하실 분 구해요”, “같이 죽을 사람” 등의 글과 함께 이메일 주소, 메신저 아이디, 전호번호 등을 게시하거나 쪽지 기능을 활용하고 있다.

최근엔 불법 낙태약 거래가 크게 증가했다. 우리나라에선 병원에서의 낙태가 불법 행위인만큼 해외에서 시판되고 있는 낙태약을 판매한다는 글이 주를 이루고 있다.

이 자체도 문제지만 방심위 측은 “대부분 해외에서 불법 조제된 가짜 낙태약이 제공되고 있고, 여성들이 약 복용 후 심각한 부작용을 호소하는 사례가 많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불법정보와 함께 음란ㆍ성매매 정보 역시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특히 해외 서버를 이용해 사이트가 폐쇄되면 곧바로 다른 사이트 주소를 SNS 등을 활용해 홍보하는 방식이 대부분이다.

실제로 지난해 국내 서버를 이용한 음란ㆍ성매매 정보에 대한 시정요구(삭제)는 전년 대비 29.9%(4767건에서 6193건으로) 늘었다.

해외서버를 통해 유통되는 유해정보에 대한 시정요구(접속차단)는 전년에 비해 114%(1만7608건에서 3만7817건으로) 급증했다.

방심위 관계자는 “불법정보와 음란ㆍ성매매 정보 자체가 인터넷에서 늘어나고 있는 추세는 분명하지만, 중점 모니터링 활동 등을 벌여 적발 건수가 늘어난 측면도 있다”며 “계속적으로 모니터링 활동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온라인 불법정보 → 오프라인 범죄 잇따라=온라인에 올라 온 불법 정보가 오프라인을 오염시키는 것은 하나의 범죄 패턴이 됐다고 경찰은 지적한다.

인터넷을 통한 마약 거래가 대표적이다. 일선 경찰서 관계자는 “마약 관련 범죄자 상당수는 처음에 인터넷을 통해 판매자와 거래를 시작하고 있다”고 전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인터넷에서 마약류를 거래해 적발된 마약류 사범은 올해 상반기 모두 599명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226명)에 비해서 무려 2.5배가량 급증한 것이다.

인터넷을 이용해 타인 명의를 사들여 범죄에 이용하는 사례도 있다. 지난달엔 다른 사람 명의로 된 허위 문서로 대출을 받은 혐의로 A(38)씨 등 일당 5명이 구속됐다. 이들은 인터넷 카페 등을 이용해 직장이 없거나 신용등급이 낮아 대출이 어려운 명의자들을 모집해 허위 재직증명서 등을 만들어 대출업체 6곳에 102회 5억6000만원 상당의 대출금을 챙긴 혐의다. 대출 명의자 11명도 불구속 입건됐다.

지난 2월엔 가족관계증명서, 대학 졸업증명서 등을 위조해 판매한 이모(28)씨가 경찰에 붙잡혔다. 이씨는 지난해 1월부터 인터넷 카페와 블로그 등에 글을 올려 사람을 모은 다음 93부의 위조문서를 제작해 1부당 30∼50만원 총 2500만원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이씨에 제작을 의뢰한 사례를 보면 계모임에 보여주려 대학 졸업증명서를 위조를 의뢰하거나, 낮은 대학 성적을 가족들에게 숨기려 성적증명서를 위조한 경우 등이었다. 예비군 훈련을 연기하려고 병원진단서를 가짜로 만든 경우도 있었다.

장기이식을 기다리는 환자와 그 가족들을 대상으로 장기이식이나 약재 제공을 빌미로 상습적으로 돈을 뜯어낸 사건도 벌어졌다. 이모(25)씨는 지난해 9월부터 국내 한 인터넷 카페에서 장기이식 알선 등을 빙자해 등록비 명목으로 피해자 8명으로부터 369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로 지난 3월 경찰에 붙잡혔다. 이씨는 인터넷 카페에서 실제 환자의 가족인 것처럼 위장한 뒤 피해자들과 수차례 연락하며 자연스럽게 돈을 뜯어낸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관계자는 “금세 먹잇감을 찾고 사라지거나, 미처 모니터링하지 못하는 사각지대에서 게시물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다”며 “이런 불법정보가 현실 범죄로 이어지는 경우가 최근 늘어나 이와 관련해 수사력을 키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