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기훈 기자] 김영삼(YS) 전 대통령의 서거로 김영삼ㆍ김대중(DJ) 두 전직 대통령으로 상징되는 ‘양김(兩金) 시대’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양김‘은 민주화의 산 증인이자 민주화의 상징 그 자체였다. 하지만 양김이 열어젖힌 새 시대의 이면에는 계파정치와 권위주의 리더십의 짙은 그림자가 드리워졌던 것도 사실이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은 24일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김영삼ㆍ김대중 두 사람을 빼놓고는 한국 현대사를 설명할 수 없다”며 “민주화뿐 아니라 국민의식ㆍ정치발전 등 모든 면에서 영향이 컸다”고 두 사람의 존재감을 높이 평가했다.

최 원장은 “대한민국 민주화의 업적은 양김 이전과 양김 이후로 나눌 정도로 역사의 변곡점을 완성했다”며 “두 사람은 서로 갈등ㆍ경쟁하면서도 힘을 모아 한국 정치를 진보하도록 만든 양대 공신”이라고 말했다.

최 원장은 그러나 “DJ와 YS 역시 분열의 정치란 한계에서 자유롭지 못했다”고 한계를 지적했다. 양김은 ‘민주 대 반(反)민주’라는 대결 구도를 통해 정치적으로 성장했을 뿐 아니라 보스 중심의 계파정치를 낳을 수밖에 없는 태생적 한계를 갖고 있었다.

최 원장은 “지금도 여당은 친박ㆍ비박, 야당도 친노ㆍ비노란 분열의 정치가 이어지고 있다”며 “민주화 시대에 통합을 이뤄야 한다는 것을 김 전 대통령도 뼈저리게 느꼈을 것이고, 그래서 통합과 화합 메시지를 남기고 떠나고 싶었을 것”이라고 했다.

이정희 한국외국어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YS에 대해 “민주화를 이끈 대통령이며, 특히 하나회 척결은 아무나 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며 문민시대를 연 업적을 첫손에 꼽았다. 그러면서도 이 교수는 “양김의 분열이 한국 정치사에 미친 부정적 영향도 있었다”며 “민주 진영을 동서로 나누는 바람에 지역구도가 아직도 지속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YS와 DJ는 독재 정권에 저항하기 위해 탄탄한 지역 기반이 필요했고 각각 영남과 호남을 정치적 근거지로 삼았다. 지역주의는 오늘날까지도 대한민국의 고질적 병폐로 지적되고 있다. 특히 YS의 3당 합당 결정은 부산ㆍ경남 지역의 보수화, 영ㆍ호남 지역구도의 고착, 영남 지역패권주의 심화 등 부작용을 초래했다.

이 교수는 YS가 남긴 화합과 통합 메시지와 관련 “본인이 통합하고 화합하지 못했던 것을 마음 쓰리게 생각했던 거 아닌가”라며 “아마도 못 다 이룬 일에 대한 자책일 것”이라고 했다. 또 “통합과 화해의 시대로 나가야 한다는 새로운 화두이며 우리의 과제”라고 평가했다.

이 교수는 아울러 “양김을 보내면서 더는 권위주의 카리스마에 기반을 둔 리더십은 안 통한다. 소통하고 조화로운 소프트파워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독재 정권의 탄압 속에서 독재 타도를 위해 양김의 권위주의적 리더십이 불가피한 상황이었다”면서도 “이제 시대가 변한 만큼 권위주의 리더십을 벗어나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YS나 DJ나 모두 그 시대에 충실했던 사람들”이라며 “그 분들이 과제를 남겼다기보다 시대가 변함에 따라 새로운 과제가 생겼다고 보는 게 맞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독재정권과 맞서 싸우던 양김 때는 권위주의 리더십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다”면서 “시대가 변했음에도 권위주의 리더십을 그대로 답습하는 지금의 정치권이 문제”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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