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공영방송에 몸 담은 현직 언론인이 또 청와대로 향했다. 이번엔 ‘100분토론’의 진행을 맡았던 정연국 전 MBC 시사제작국장이 청와대 대변인으로 발탁됐다. 내부에선 보도 공정성과 객관성, 제작 자율성에 끊임없이 목소리를 높이지만, 연이은 폴리널리스트(권력지향형 언론인)의 등장은 공영방송 전채의 공정성은 물론 신뢰도를 바닥까지 떨어뜨리고 있다. 권력을 감시하고 비판해야할 언론인이 ‘대통령의 입’이 됐다는 점에서 비판이 거셀 수밖에 없다.
청와대는 앞서 지난 25일 정연국 전 MBC 시사제작국장을 신임 대변인으로 발탁했다고 밝혔다. 청와대 대변인 자리는 KBS 출신인 민경욱 전 대변인이 내년 4월 총선 출마를 위해 사직한 이후 20일째 공석이었다.
정연국 신임 대변인은 불과 닷새 전까지 ‘100분토론’을 진행해온 언론인이었으나 지난 23일 사표를 제출하고 청와대로 직행했다. 정 신임 대변인은 특히 2012년 파업 이후 MBC의 보도, 시사프로그램의 책임자로 ‘PD수첩’, ‘시사매거진2580’의 앵커를 겸직했으며, 지난해 6.4 지방선거 당시 선거기획단장으로 선거방송을 이끌었다. 또한 보도국 취재센터장을 맡아 MBC 뉴스취재를 총괄해왔다.
앞서 민경욱 전 대변인 역시 KBS 문화부장 출신으로 지난해 2월까지 KBS 간부회의에 참석하다 청와대로 직행했다. 민 전 대변인 역시 KBS 뉴스9의 앵커였다. 지난해 2월 민경욱 전 부장이 청와대 대변인으로 발탁됐을 당시 KBS 기자들은 “마지막 남은 한국방송 저널리즘의 자존심을 쓰레기통에 처박은 행위”라고 꼬집었다.
현재 MBC 내부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다. MBC 기자협회는 ‘MBC 기자들은 부끄럽습니다’라는 제목의 성명을 통해 “권력에 대한 감시와 비판은 언론인으로서 가져야할 가장 기본적이고 핵심적인 사명이다. 불과 며칠 전까지 이 같은 사명감을 표방하며 기사를 쓰고 불편부당함을 내세우며 토론을 진행하던 언론인이 소명의식과 책임감, 자존심을 모두 버린 채 핵심 권력자인 대통령의 입노릇을 하기 위해 정권의 정점을 향해 뛰어들었다”며 “선배 후배 동료 기자들의 얼굴에 지울 수 없는 먹칠을 한 것”이라고 일갈했다.
MBC 기자협회는 그러면서 “공영방송 MBC의 이미지를 팔아 개인의 이익과 출세에 악용하는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실효성있는 윤리적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며 “더 이상 MBC가 정치지망생들의 영달을 위한 도구로 전락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위원장 조능희, 이하 MBC본부)도 같은 날 성명을 내고 “공정성과 신뢰도· 선호도 모두 처참하게 망가져버린 MBC 보도·시사 프로그램들을 무책임하게 남겨둔 채 권력을 성역없이 비판해야 할 언론사의 고위 책임자가 권력의 중심부로 들어가 권력과 한 몸이 됐다”며 “그 어떤 핑계를 대거나 변명을 해도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다”고 밝혔다.
현직 언론인을 꾸준히 청와대로 수혈하는 박근혜 정부의 인사도 지적했다.
MBC본부는 “공영방송 앵커 출신 기자를 대통령의 ‘입’으로 바로 뽑아가는 것이 박근혜 정부의 기본과 원칙인가. 대체 언론을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기에 그런 인사를 거리낌없이 반복하는가. 정권에 대해 어떤 태도로 뉴스 보도를 내보내고 시사 프로그램을 제작해야 하는지 현직 언론인들에게 가이드라인이라도 제시하려는 것인가”라고 꼬집었다. 이어 MBC본부는 “청와대에도 이같은 인사 조치에 대해 강력히 유감을 표명하고, MBC가 정치색을 띤 것으로 인식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초래된 것에 대해 시청자들에게 사과하라”고 밝혔다.
정연국 전 MBC 시사제작국장이 청와대 대변인으로 발탁되며 지상파 방송3사와 보도전문채널 YTN 출신 언론인은 공평하게(?) 청와대에 몸 담게 됐다. KBS 출신은 한 명(민경욱 전 대변인)이고 SBS는 두 명이다. 이남기 전 청와대 홍보수석은 SBS미디어홀딩스 대표이사였으며, 김성우 현 홍보수석 역시 SBS 기획본부장 출신이다. 윤두현 전 홍보수석은 보도전문채널 YTN플러스 사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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