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강승연 기자]“주인 없는 포스코에 주인이 너무 많다.”
8개월 간 포스코그룹의 비리 의혹을 수사해온 검찰에 포스코의 한 전직 임원이 한 말이다. 포스코 경영ㆍ지배 구조가 그만큼 정치권에 취약하다는 뜻이다.
11일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조상준)가 발표한 포스코 비리 수사 결과를 보면, 포스코가 정치권 유력 인사의 입김에 얼마나 휘둘렸는지 쉽게 알 수 있다.
포스코와 정치권의 끈끈한 유착은 정준양(67) 전 포스코그룹 회장의 선임에서 비롯됐다. 이상득(80ㆍ불구속기소) 전 의원과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 등 이명박(MB) 정부의 실세들이 직ㆍ간접적으로 나서 회장 선임 과정에 힘을 써준 것.
이 전 의원은 2008년 12월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을 만나 선임을 논의했고, 박 전 차관은 당시 임기를 1년 가까이 남겨뒀던 이구택 포스코 회장을 만나 사임을 종용하고 후임 회장으로 정 전 회장을 지지해줄 것을 요구했다. 두 사람의 등을 업은 정 전 회장은 이듬해 2월 이사회에서 단독 후보로 선정돼 회장 자리에 오르게 된다.
뿐만 아니라 이 전 의원은 2009년 8월 포스코 현안이었던 포항 신제강공장 고도제한 문제의 ‘해결사’로 나서줬다.
정 전 회장은 이에 대한 ‘보은’ 성격으로 이 전 의원의 최측근 박모씨가 실소유한 제철소 설비 정비업체 티엠테크에 일감을 몰아줬다. 원래 다른 업체에 전량 발주했던 일감을 빼앗는 과정에서 회사 내부의 반발이 일었지만 이를 묵살했다. 또 최측근 임원에게 별도로 지시를 내려 박씨가 티엠테크 지분을 문제 없이 취득할 수 있게 해줬다.
이와 함께 정동화(63) 전 포스코건설 부회장도 정치권과 친분을 쌓기 위해 각종 특혜를 제공한 것으로 드러났다.
정 전 부회장은 2011년 MB 정권 실세로부터 “정부부처 고위 공무원의 고교 동창을 포스코건설에서 일할 수 있도록 해 달라”는 청탁을 받고 포스코건설 토목환경사업본부 상무 자리를 내줬다. 해당 상무는 정부에 ‘역로비’를 해 2012년 8월 정 전 부회장이 4대강 사업에 대한 성과로 ‘금탑산업훈장’을 받을 수 있게 해줬다.
검찰 관계자는 “포스코는 정부가 지분을 보유하고 있지 않은 사기업임에도 불구하고 정준양ㆍ정동화 재임시절 정치권 유착이 과도하다는 의혹이 잇따랐다”면서 “이 전 의원은 포스코 회장 선임에 대해 업무적 관련성이 없음에도 대통령 친형으로서의 영향력과 박영준 등 ‘비선조직’을 활용해 정 전 회장을 회장으로 선임한 후 뇌물을 제공받으며 이권을 챙긴 사실이 확인됐다”고 말했다.
한편 검찰은 현직 국회의원의 포스코 ‘기획법인’과 관련된 의혹에 대해 계속 수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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