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정확한 출근은 석간기자의 숙명이다. 기자는 늘 아파트 앞에서 오전 5시25분께 택시를 탄다. 어김없이 15분쯤 뒤엔 회사 자리에 앉는다. 얼마나 정확했던지 산책 나오는 모습을 보고 사람들이 시간을 알았다고 하던 칸트 정도는 아니지만, 가급적 칼출근(?)을 지키려 노력한다.
지난주 초의 일이다. 그 시간에 택시를 탔다. 60대 중반 정도의 기사님이 말을 걸어온다. “일찍 출근하시네요.” 그냥 “네”라고 건성으로 대답을 했다. 또다시 묻는다. “매일 이 시간에 나가세요?” “네.”
다음날, 아파트를 나오는데 10m 멀리서 누가 황급히 다가오더니 “안녕하세요”라고 한다. 처음엔 누군지 몰랐으나, 자세히 보니 어제의 그 기사였다. 당황했다.
“아니, 어쩐 일이세요?”
“매일 이 시간에 출근하신다고 하셨잖아요? 모시러 왔죠.”
택시 안에서 그와 말을 섞어보니 스토리가 명확해진다. 그는 전날의 말을 기억했다. 그 시간에 매일 택시를 탄다는. 얘기를 더 들어보니 놀랍다. 그는 아침에 고정손님이 많다고 했다. 새벽 4시30분부터 9시까지 시간대별로 손님들을 확보, 동선에 맞춰 순서적으로 출근길을 도와준다는 것이다. 마침 5시30분~6시 시간대가 비어 있었는데, 기자의 출근시간대가 딱 맞았나보다. “손님을 태워다주고, 곧장 인근 다른 손님에게 달려가면 됩니다.”
킬링타임(killing timeㆍ시간 죽이기)은 없단다. 혹 10분 정도 기다릴 땐 택시 트렁크 쪽에 손을 뻗고 스트레칭을 하면 운동도 하고 좋단다. “하루 종일 손님 찾으러 이리저리 뛰는 택시, 그렇게 정신없이 살아도 사납금 제대로 채우기 어려운 택시. 그런 것 안 합니다.” 어떤 날엔 하루에 20만원도 번다고 했다. “요즘 젊은 친구들 머리를 써야 해요. 저처럼 시간을 관리하고, 손님을 확보하면 길거리를 헤매지 않아도 되는데, 그걸 모르고 무조건 정부나 서울시 택시정책이 잘못됐다고 핏대만 올립니다.” 그런 ‘참신한 역발상’에 이런 말이 절로 나오지 않을 수 없었다. “기사님 같은 분이 서울시장 돼야 하는데….”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르지만, 그와의 새벽 택시 동행 인연은 이렇게 시작됐다.
그러고보니 6ㆍ4 지방선거의 꽃이라는 서울시장 선거 대결이 어느 정도 윤곽이 잡혔다. 민주당 소속의 박원순 현 시장이 재선을 노리고 있고, 새누리당에선 정몽준 의원과 김황식 전 총리, 이혜훈 최고위원이 경선 출사표를 던지며 도전장을 내밀었다. 흥미진진해 보인다. 하지만 역대 서울시장 선거처럼 정책이나 공약이 아닌 정치공학적 바람에 휩싸일 가능성은 농후해 보인다. 새누리당은 현재 구도 역전을 위해 당내 경선 흥행에만 올인하는 분위기다. 박원순 현 시장 쪽에선 그런 바람몰이 차단에만 주력할 태세다. 용산 개발, 뉴타운 탈출 전략 등 현안이 많은 상황에서 또 정치 대결로만 치우칠까봐 걱정스럽다.
서울 시민의 한사람으로 요구하고 싶다. 정치 대결이 아닌 정책 대결로 승부해달라. 그러지 않는다면, 기자는 요즘 만나고 있는 택시 기사를 서울시장으로 추대하고 싶다. 난맥상의 택시정책, 나아가 대중교통 정책만큼은 역발상의 해법을 도출할 것 같기에.
김영상 사회부장
ysk@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