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해준 기자]한국과 중국ㆍ일본 3국 정상이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가속화하고, ‘디지털 단일시장’을 창출하기로 하는 등 새로운 경제협력 틀을 강화키로 함에 따라 앞으로 동북아 지역에서 유럽식 경제통합이 실현될지가 주목된다.

특히 유럽이 1950년대 석탄과 철강 자원을 둘러싼 분쟁을 종식하고 유럽석탄철강공동체(ECSC)를 구성하면서 경제통합의 초석을 놓았듯이 동북아에서 한중일 3국 정상이 1일 합의한 디지털 단일시장 구상이 협력과 통합의 전환점을 마련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0세기 두 차례에 걸친 세계대전의 도화선이 됐던 유럽이 경제통합의 원대한 아이디어를 내놓고 이를 단계적으로 실천하면서 통합해나간 과정은 동북아 3국에게도 시시하는 바가 크다. 유럽은 항구적인 역내평화와 공동 번영을 위해선 경제통합이 필수적이라고 보고 60여년 동안 가능한 분야부터 협력하고 통합해 이제 단일통화로 경제통합을 이루고 정치통합까지 추진하고 있다.

유럽은 전후 핵심자원이자 분쟁의 진원지였던 석탄과 철강 자원의 채굴과 관리를 위해 1951년 ECSC를 결성, 경제통합의 추춧돌을 놓았다. 이를 기반으로 1957년 로마조약을 통해 유럽경제공동체(ECC)를 결성한 후 참여국을 확대하고 협력과 통합의 범위를 확대했다. 1973년엔 유럽통화기구(EMI)를 설립하고, 1991년 각국의 재정운용 원칙 등을 담은 마스트리히트조약을 체결했으며, 1999년 단일통화 유로(EURO)를 도입해 경제통합을 완성했다. 이제 유럽은 단일 경제단위로 움직이면서 정치통합에 나서고 있다.

유럽이 역내 경제통합의 선구적인 길을 걸었다면 동북아는 각 지역의 경제통합을 쫓아가는 후발주자 입장이다. 하지만 3국이 경제활력을 위해선 협력의 필요성이 어느때보다 높아 정치ㆍ외교적 갈등을 넘어 경제협력을 가속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ㆍ중ㆍ일 3국은 인구가 15억4000만명으로 전세계 인구의 19.9%를 차지하고, 국내총생산(GDP)은 16조9000억달러로 22.8%를 차지한다. 3국을 합하면 유럽연합(EU)은 물론 1994년 발효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능가하는 세계3대 경제권이 된다.

이번 3국 정상회담에서는 세 나라의 교역ㆍ투자를 활성화 해 하나의 내수시장을 만들기 위한 다양한 협력 방안이 논의됐다. 우선 교착상태에 있는 3국간 FTA 협상을 가속화하고, 역내포괄적동반자협정(RCEP)를 활용해 경제통합 기반을 마련해 나가기로 했다.

또 역내교역의 부가가치를 높이고 디지털시장 단일화를 목표로 전자상거래 관련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3국 전자상거래 협회가 교류협력 강화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실무 태스크포스(TF)를 통해 협력방안을 구체화하기로 했다.

동시에 세 나라가 모두 창조와 혁신에 기반해 청년일자리 창출과 경제 활성화에 나서고 있는 만큼 협의체를 구성해 협력방안을 모색하고, LNG(액화천연가스) 등 에너지로 협력을 확대하고 기후변화 등 글로벌 이슈에 대한 협력도 강화키로 했다.

이번 3국 정상의 합의가 당장의 경제활성화나 경제관계 개선 효과를 낼지는 불투명하지만, 새롭게 부상하고 있는 전자상거래 협력을 통한 디지털 단일시장 구상이 정치ㆍ외교적 갈등에 빠져 있는 3국 경제협력의 새로운 돌파구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