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정찬수 기자] “전 세계에서 고양이를 이렇게 미워하는 나라는 한국 밖에 없을걸요? 고양이를 키운다고 하면 이상하게 보는 시선도 여전하고요. 어디서부터 매듭이 잘못된 건지. 길고양이를 도둑고양이로 부르는 현 세태가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요.”

#1. 경기도 고양시에 거주하는 A씨(35)는 최근 길고양이들에게 먹이를 주는 ‘캣맘’ 활동을 중단했다. 사람들의 비난과 방해 속에서 더는 지속하기 힘들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그가 할 방법은 지역 동물보호소에 길고양이들의 보금자리를 만들어 달라고 호소한 것뿐이었다. 그는 관련 카페를 찾아 넋두리의 글을 남겼지만, 먹이를 주던 길고양이들이 여전히 눈에 밟힌다.

#2. 인천의 공장에서 근무하는 B씨(29)가 기르는 고양이의 수는 무려 여섯 마리에 달한다. 다친 길고양이나 버려진 고양이 신고가 카페에 접수되면 집으로 데려와 보호하기 때문이다. 고양이의 건강이 회복되면 자유입양을 하지만, 그 수가 점점 많아져 점점 감당하기 벅차다. 지역에서 모임은 존재하지 않고 온전히 혼자 해야 하는 일이기 때문에 기댈 곳도 없다. 온라인에서 도움을 청하는 것이 전부다.

‘용인 캣맘 사건’이 화제인 가운데 이른바 ‘캣맘’으로 불리는 이들의 고충이 주목을 받고 있다. 고양이 관련 커뮤니티엔 항의성 글도 잇따른다. “한 생명을 구하고자 시작한 일들이 왜 사회적으로 손가락질을 받아야 하는 일인지 모르겠다”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포털의 한 고양이 관련 커뮤니티의 ‘집사(고양이를 기르는 사람들)’들은 ‘캣맘 사건’을 접한 뒤 캣맘 혐오 글에 대한 대처방안을 제시했다. 악의성 댓글이 달리거나 캣맘을 괴롭히는 게시물이 있다면 ‘한국고양이보호협회(catcare.or.kr)’에 제보를 하라는 안내 글이다.

하지만 제보 메일과 전화만으로는 캣맘의 고충을 덜어내기는 힘들다는 반응이 뒤따른다. 한 커뮤니티 이용자는 “두세 명이 전화를 받는 것만으로도 벅찬데 구조요청은 언감생심”이라고 밝혔고, 다른 이용자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공유로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뿐, 그 이상은 없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현실적인 조언도 뒤따른다. “길고양이에게 먹이를 줄 땐 꼭 CCTV가 설치된 곳에서 줘야 한다”, “혼자보단 둘이나 셋이서 함께 다니는 것이 안전하다”, “골목길 등 시끄럽거나 민폐를 끼칠 수 있는 요소를 없애달라” 등이다. 버려진 생명을 지키려는 활동을 이어나가려는 이들은 자체적으로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극복해 나가려는 모습을 잇고 있다.

‘집사’들은 지자체에 신고하면 ‘길고양이 급식소’를 지정하기도 하지만, 이마저 기대할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지자체별로 길고양이를 대처하는 방식이 다른 곳에 스티커를 붙이는 등 소극적인 대응을 하는 곳도 적지 않다는 반응이다. 캣맘이라고 밝힌 한 네티즌은 “서울 강동구의 사례처럼 지자체에서 캣맘들을 간접적으로라도 도와주면 관련 민원이 줄어들 텐데 눈을 감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결국 사람들의 인식 변화가 필요한 대목”이라고 밝혔다.

‘용인 캣맘 사건’에 대해선 한결같이 비난했다. 생명을 구하려는 순수한 의도에서 시작한 활동이 생명까지 잃을 정도로 나쁜 일이었냐고 되묻는 ‘집사’들이 많았다. 하지만 여전히 ‘캣맘’을 혐오하는 글들은 끊이지 않고 있다. 관련 커뮤니티와 뉴스 댓글을 통해 길고양이 혐오 글이 잇따르고 있으며, 일부 사이트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선 머리가 잘린 고양이나 길고양이 학대 사진을 자랑하듯 올리는 네티즌들도 있다.

서울에서 간접적인 캣맘 활동을 하고 있다는 C씨(34)는 “구청에 신고해도, 주변에 도움을 청해도, 사람을 모아도 누구 하나 도와주는 이가 없었다”면서 “캣맘 사건은 도덕성이 사라진 사회의 단면을 바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비난했다. 그는 이어 “동물을 어떻게 대하는지를 보면 국가의 수준이 보인다고 하는데, 한국이 여전히 수준 미달이라는 현실을 증명한 셈”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개인과 일부 자치단체에선 길고양이 개체 수를 줄이기 위해 길고양이 중성화 수술을 하고 있지만, 비용이라는 현실적인 벽이 가로막고 있는 실정이다. 올해 전국에서 1만4000 마리가 넘는 길고양이가 포획됐지만, 이 중 3% 정도인 400여 마리만 중성화 수술을 했다. 중성화 수술을 지원하고 있는 한 동물병원 의사는 “동물을 사랑하는 입장에서 모두 해주고 싶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워 반려인을 추천하기도 한다”며 “길에서 태어난 길고양이도 많지만, 집에서 기르다가 버려지는 고양이들이 많다는 점은 사회적으로 논의해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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