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박혜림 기자] #1. 직장인 최모(27ㆍ여) 씨는 최근 대학 동기들이 모인 단체 카카오톡방에서 한 이성 친구가 올린 사진 한 장에 얼굴을 붉혔다. 문제의 사진은 할리우드의 유명 여배우가 자신의 나체를 휴대전화 카메라로 찍은 것이었다. 최 씨는 “카카오톡을 열자마자 여성의 나체가 느닷없이 나타나 당황스러웠다”며, “아무리 친한 친구라지만, 필터링 없이 그런 사진을 받으니 성희롱을 당한 느낌이었다”고 털어놨다.
#2. 직장인 황모(30) 씨의 카카오톡에는 한 주에 한 번씩 음란 동영상과 성인 사이트 주소가 ‘배달’된다. 익명의 발신자가 보낸 스팸이 아니라 친구와 지인들이 단체 카카오톡 방에서 자발적으로 ‘공유’하는 것들이다. 박 씨는 “친구들이 보낼 땐 아무 생각 없었던 야한 사진들을, 직장 상사가 ‘찌라시’ 좀 보라며 전송해오자 당황스러웠다”면서, “어떻게 반응해야할지 몰라 한동안 대답을 못했다”고 말했다. 자신도 의식하지 못하는 새 ‘온라인 성폭력’을 저지르거나, 당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온라인 성폭력이란 온라인상에서 대화, 메일, 게시글 등을 통해 상대가 원치 않는 성적인 언어나 정보, 음란 동영상을 전달하거나 상대의 신체, 성적 관심이나 행위에 대한 언급, 상대의 성적 행위 및 신체노출 요구, 성매매 제안 등의 행위를 말한다.
얼굴이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혹은 친한 친구니까 가벼운 마음으로 야한 사진이나 동영상을 보내는 이들 많지만, 상대가 불쾌함을 느끼거나 원치 않는다면 모두 온라인 성폭력에 해당된다.
실제 29일 한국여성정책연구원(여정원)이 만 15세 이상, 50세 미만 전국 남녀 204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온라인 인권 피해 현황 설문조사에 따르면, 온라인 상에서 성폭력을 당했다는 사람이 전체 응답자의 67.4%로 나타났다.
성폭력 유형을 가장 많이 경험한 곳으로는 ‘메신저’, ‘포털ㆍ커뮤니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게임’, ‘개인홈페이지ㆍ블로그’, ‘기타’ 순이었다.
대학생 이모(24ㆍ여) 씨는 “자주 가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가끔씩 야한 사진이 올라올 때가 많다”며, “제목에 언급을 해주면 피해가기라도 하지, 아무 말도 없이 갑자기 야한 사진이 올라오면 기분이 좋지 않더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수연 여정원 선임연구원은 ‘온라인 여성인권 피해의 개념과 현황’ 보고서에서 “온라인상에서 이뤄지는 성폭력 등 인권 피해, 법적 처벌이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예컨대 자신이나 타인의 성적 욕망을 유발하거나 만족시킬 목적으로 통신매체를 통해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 일으키는 영상, 글, 그림 등 보낼 시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이 선임연구원은 그러면서 “온라인 인권침해 규제가 잘 이뤄지지 않는 것은 무엇보다도 이런 현실을 정책에 반영하려는 노력 부족에 문제가 있다”고 꼬집으며, “정부 차원의 수사체계, 정책, 법령체계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시민단체도 온라인 인권침해 예방을 위한 가이드라인 개발, 캠페인 등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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