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연녀는 남편 초등학교 동창 “남편 만나지마라”요구 거절…청산가리로 내연남아내 살해 체포당한후엔 묵비권 행사…지문등 증거부족 재판과정 이목
‘청산가리’로 내연남의 처를 음독 살해한 40대 여성이 범행 8개월만에 살인 혐의로 법의 심판을 받게 됐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남은 의문들에 대해서는 재판 과정에서 철저한 추가 규명이 필요해 보입니다.
맹독 물질인 청산가리의 화학명은 시안화칼륨(KCN)인데, 사이안화수소인 청산과 칼륨의 일본어 발음인 카리우무(kariumu)가 합쳐져 나온 말로 알려져 있습니다.
2007년 순천과 보령에서도 미상의 범인이 이를 막걸리에 타 마시도록 유도, 여러명이 안타까운 목숨을 잃게 된 적이 있었죠.
이 청산가리가 올 초 치정 사건에 사용이 됐습니다. 지난 1월 서울의 한 아파트에서 한 40대 여성이 청산가리로 숨진 채 발견된 것이었는데요, 사건의 전말은 이렇습니다.
남편인 유모(45) 씨와 사망한 아내 이모(43) 씨는 같은 은행에서 근무하면서 만나 결혼에 골인한 사내 부부였습니다. 회사 사람들의 축하를 받으며 시작된 결혼생활은 적잖은 세월 동안 비교적 안정적으로 이어져 왔습니다.
그런데 이씨는 작년부터 남편이 좀 달라졌다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그러다 9월쯤 우연히 보게 된 남편의 스마트폰. 모바일 메신저로 한 여성과의 나눈 대화를 보게 됐는데, 대충만 봐도 연인 사이에서나 오갈 수 있었던 말들이었죠. 순간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충격이 컸지만 정체가 누군진 알아야겠기에 수소문 끝에 그 여성이 남편의 초등학교 동창이란 사실을 알게 됩니다. 작년 2월 동창회에서 만나 내연 관계를 쭉 이어온 것이었죠.
이씨는 남편이 죽도록 미웠습니다. 당장 이혼을 할까도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을 생각하면 가정을 지키는 것이 옳다는 판단이 들어 굴욕감을 무릅쓰고 내연녀 한모(46) 씨를 직접 만나 설득해 보기로 합니다.
한씨를 만난 자리에서 남편과 헤어져 달라고 요구했습니다. 하지만 씨도 먹히지 않았습니다. 대가로 3억원이 넘는 돈을 제시해 봤지만 이 역시 소용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한씨는 이씨를 만나기 두달 전부터 청산가리 살해 계획을 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회사 컴퓨터로 인터넷에 ‘청산가리 몰래 먹이는 법’, ‘청산가리로 사람 죽이는 법’ 등을 여러 차례 검색해 왔기 때문이죠. 두 사람은 처음 만났지만 한쪽에선 이미 이런 끔찍한 생각까지 품고 있던 상태였다는 거죠. 섬뜩해지는 대목입니다. 결국 한씨에게 거절당한 이씨는 지옥같은 시간을 보내게 됩니다.
되레 한씨는 이 기간 동안 유씨와 찍은 성관계 동영상을 이씨에게 보내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렇게 괴로운 날을 보내던 중 지난 1월 어느날. 자정이 된 시각에 한씨로부터 연락이 옵니다.
갑자기 할 말이 있다며 아파트 앞으로 찾아오는데, 하필 남편이 약속이 있다며 늦게까지 들어오지 않았던 날입니다. 한씨는 이씨에게 마트에서 산 술을 자신의 차에서 마시자고 했습니다. 증거를 최대한 남기지 않기 위해서였을까요. 하지만 이씨는 싫다 했고, 실랑이 끝에 두 사람은 아파트 11층에 위치한 집으로 함께 올라갔습니다.
1시간 뒤 이씨는 청산가리가 든 소주를 마시고 쓰러집니다.
이씨는 새벽 4시쯤 돌아온 남편에 의해 발견됐고 긴급히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이미 숨진 뒤였습니다.
출동한 경찰은 강원도 춘천으로 도주한 한씨를 체포합니다. 당시 한씨는 이곳에서 이씨의 명복을 빈다며 굿을 벌이고 있었습니다.
정신이상을 의심해 볼 수밖에 없는 대목인데요, 검찰은 한씨가 자신을 포장하는 연기를 잘하는 ‘연극성 인격장애’를 앓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한씨는 체포 후 묵비권을 행사하다 유치장에서 자살을 시도합니다. 그후 국립정신병원으로 옮겨져 치료 후 풀려나 지난 8월 재검거 될 때까지 고향 어머니 집에서 칩거했습니다.
한씨 범행의 결정적인 증거를 찾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여전히 의문입니다. 이씨 시신 머리맡에 놓인 소주병의 지문은 모두 닦여 있었고, 집도 깨끗이 청소된 상태였죠.
청산가리 검색 사실은 밝혀졌지만 정확히 언제, 어떤 경로로 손에 넣게 됐는지는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또 한씨가 갑자기 살해를 시도하게 됐느냐는 점도 궁금증을 불러 일으킵니다.
한씨의 정신질환을 감안한다 하더라도 말이죠. 혹 남편인 유씨가 자기를 떠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충동적으로 저지른 게 아닌지도 규명돼야 할 부분입니다.
반대로 남편의 공모 여부도 수사 대상입니다. 왜 그날 늦게 들어왔는지, 그것도 날이 곧 밝아올 시간까지 밖에 있어야 했던 이유 등이 추가로 조사돼야 할 포인트입니다.
서경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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