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해준 기자] 미국의 금리인상이 임박하면서 신흥국들의 금융위기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미국이 금리를 올리는 것은 그만큼 미국의 경제가 좋아지고 있다는 의미인데, 반대로 신흥국은 위기 우려로 불안에 떨고 있는 것이다.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 이유는 무엇 때문인가. 국제금융시장의 투기적 메카니즘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국제 투자자금의 ‘떼거리 속성’으로 인한 ‘쏠림현상(herd behavior)’이 문제로, 위기를 겪지 않으려면 쏠림의 희생양이 되지 말아야 한다.
미국이 금리를 인상할 때 신흥국의 위기를 촉발하는 1차적 요인은 투자자금의 미 달러화 집중이다. 금리인상으로 미국 국채의 투자수익률이 상대적으로 높아지고, 달러화 가치가 상승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글로벌 투자자금은 미 달러화에 집중된다.
미 달러화 가치가 높아진다는 것은 상대적으로 다른 국가의 통화가치가 떨어진다는 의미다. 특히 신흥국들의 경우 자국의 경제상황과 무관하게 일시적으로 통화가치가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 신흥국의 금리가 높다 하더라도 통화가치가 하락하면 투자수익률이 떨어지게 마련이다. 때문에 글로벌 투자자 입장에서는 신흥국의 통화 대신 미 달러화를 선호하는 경향이 강해진다.
국제 금융시장에서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기 시작하면 ‘쏠림현상’이 나타나게 된다. 다른 투자자보다 먼저, 신흥국의 통화가치가 하락하기 전에 서둘러 신흥국 주식이나 통화를 내다팔고 달러화를 매입하는 게 유리하다. 이런 심리는 광속으로 확산된다.
‘Herd Behavior’란 양떼들의 속성에서 온 말이다. 온순한 만큼 불안도 많은 양들은 선두에 있는 양을 따라 움직인다. 자신이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는 채 앞서가는 양을 쫓아서 몰려가는 ‘떼거리 속성’, ‘군집행동’의 속성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글로벌 금융시장을 떠도는 투자자금들도 이러한 성향을 지닌다. 특히 시장에서 영향력이 높은 투자은행(IB)이나 분석기관에서 특정 시장이 위험하다는 분석을 내놓으면, 진위 파악에 앞서 주식이나 통화를 서둘러 매도하는 속성을 보인다. 다른 투자자보다 한 걸음이라도 먼저 움직이는 것이 투자손실을 줄이고, 기대수익률을 높이는 첩경이기 때문에 일단 움직이고 보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미국의 금리정책이 변화하는 시기에 집중적으로 나타난다. 특히 미국이 금리를 지속적으로 내리거나 낮은 수준에서 유지하다 금리를 인상하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할 때 발생한다. 지금이 바로 그러한 쏠림현상이 나타나는 시기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는 대형 투자은행인 리먼의 파산으로 금융위기가 발생한 지난 2009년 이후 지금까지 6년여 동안 기준금리를 0~0.25%로 유지했다. 사실상 제로금리를 유지하면서 통화를 푸는 양적완화까지 동원해 경기진작에 나섰다.
이제 미국 경제가 서서히 회복되고, 물가상승 압력이 발생하자 금리를 올리는 쪽으로 방향을 틀고 있는 것이다. 미 연준은 빠르면 다음달, 늦어도 연내 금리를 올리는 것을 시작으로 향후 1~2년, 또는 2~3년 동안 단계적으로 인상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6년여 만에 금리를 올리는 것이기 때문에 국제금융시장은 불확실성의 시기에 접어든 것으로 평가된다. 이 전환기에 어느 국가, 어느 신흥시장이 글로벌 투기자금의 먹잇감이 될지는 불투명하다. 각국은 여기에 들어가지 않기 위해 분투하고 있다.
이미 러시아와 브라질, 터키,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이 뚜렷한 위기 징후를 보이고 있다. 신흥시장의 위기는 한 곳에서 발생하면 인접국 또는 유사한 경제구조를 지닌 신흥국으로 전염되는 속성이 있어 긴장을 늦출 수 없다.
한국은 상대적으로 안전하며, 다른 신흥국들과 차별화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재정이나 외화 건전성도 비교적 양호하다. 하지만 1998년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당시에도 정부는 ‘펀더멘털이 양호하다’고 외쳤지만 위기의 전염을 막지는 못했다.
때문에 글로벌 투자자금의 쏠림현상이 나타나기 이전에 시장에서 ‘비상벨’이 울리지 않도록 철저히 점검하고 대비책을 세워놓는 것이 필요하다. 우리경제의 시한폭탄인 가계부채 문제나 부실기업 정리 문제 등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하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