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획일화’와‘불균형’의 위험

논란이 있지만 ‘춘추(春秋)’는 보통 공자(孔子)의 마지막 역작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막상 읽어보면 당혹스럽다. 워낙 간결하고, 건조해서다. 이른바 ‘춘추필법(春秋筆法)’ 때문이다. 혹자는 이를 주관은 배제한 객관적 글쓰기로 오해한다. 하지만 춘추에는 공자의 ‘대의명분’ 사상과 역사에 대한 주관이 교묘하게 녹아있다. ‘시해(弑)’와 ‘살해(殺)’를 구분했고, ‘침범(侵)’과 ‘정벌(伐)’을 구분했다.

공자는 “후세가 나를 알아주는 것도, 나를 비난하는 것도 모두 ‘춘추’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역사에 대한 스스로의 해석이 완벽하지 못함을 인정한 것으로 보인다.

사마천의 ‘사기(史記)’도 역사서의 표본처럼 여겨지지만, 역시 사관(史官)의 주관을 담고 있다. 그나마 ‘태사공(太史公)’을 등장시켜 객관과 주관을 구분하려 애썼다.

정부가 ‘국정 역사교과서’ 방침을 확정했다. ‘올바른’ 교육을 위해 필요하다는 찬성론과 ‘획일화’를 우려하는 반대론이 팽팽하다. 정부는 엄정하고 객관적이고 ‘올바른’ 역사교과서를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유독 ‘사화(史禍)’로 수많은 피를 봤던 우리 역사다. 낯설지는 않지만 걱정은 된다.

투자도 일종의 역사다. 미래를 위해 과거에서 배운다. 투자판단에서는 해석과 분석이 중요하다. 시장은 누군가는 다 오른 것으로 보고 팔지만, 다른 누군가는 더 오를 것을 기대하고 산다. 같은 동일한 자산과 하나의 ‘사실(fact)’에 전혀 다른 해석이 가능하다. 같은 해석만 존재한다면 시장 자체가 존재할 수 없다.

미국이 기준금리 인상 시점을 내년으로 연기한다는 것은 그만큼 시장의 유동성이 꽤 풍부한 상태로 더 유지된다는 뜻이 된다. 그런데 달리 보면 미국의 경제가 생각보다 더 어렵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어느 쪽에 무게를 두느냐에 따라 투자전략도 달라지기 마련이다. 앞은 ‘올바른’, 뒤는 ‘그른’ 판단이라 단정하기 어렵다.

투자에서 중요한 것은 지금 각각의 시장 참여자들의 상황을 잘 이해하고, 미처 다른 이들이 파악하지 못한 미래의 단서들을 간파하는 일이다. ‘사실’들의 상호작용이 어떤 결과를 낳았는지에 대한 과거 사례를 다각적으로 분석하는 작업도 필요하다. 미래는 과거와 닮았지만, 같을 수는 없다.

이제 학교에서 사실에 대한 다양한 접근법을 배우기는 어렵지 않을까 싶다. 다행히 요즘은 인터넷 등으로 다양한 해석에 접근할 수는 있다. ‘화식(貨殖)’에 대한 소양을 갖추려면 교과서 밖의 시각에 대한 이해도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