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후에도 현역때 일…전 행운아죠”

보이스피싱 예방·금융 관련 교육 등 강의 방식 나이·계층 따라 차별화

“예방주사 한 대씩 맞을까요. 보이스피싱 한 대, 보험사기 한 대….”

지난달 19일 서울 도봉구 노인종합복지관에서 어르신 80여 명을 대상으로 아주캐피탈이 실시하는 ‘아주 든든한 금융교육’이 진행됐다. 금융교육에 왠 ‘예방주사’냐며 고개를 갸우뚱할 지 모르겠지만, 재미있어 하는 어르신들의 반응을 보면 요즘 유행하는 말로 ‘케미(궁합)’가 되는 모양이다.

아이들 못지않게 몰입시키기 힘들다는 노인들의 이목을 사로잡은 이는 안용섭<사진> 씨다. 그는 지난 6월 금융감독원 부국장으로 은퇴 후 금융교육 강사로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다. 도봉구 강의 직후 앵콜 강의 요청도 받았다.

“50대에 접어들며 은퇴하면 뭐할까 고민이 시작됐다. 아들이 ‘그냥 배운거 하세요’라고 하더라. 30여년 동안 금융계에 몸을 담아 왔고, 남한테 말하면서 에너지를 얻는 성격이다. 금융강사로 나서 보자는 결심이 섰다.”

이렇게 해서 그는 금감원을 은퇴하기 5년 전부터 교육 전문강사가 되기 위한 과정을 밟았다. 금융전문강사, 최고전문가 과정, 스타강사 과정 등을 듣고 실제 강의도 600여 차례 했다. 현역 때 일을 은퇴 후에 할 수 있고, 현역에서 준비할 수 있는 기회까지 주어졌으니 이보다 더한 행운이 있을까 싶다.

그는 늘 노래로 강의를 시작한다고 한다. 이날은 ”나는 행복합니다~ 나는 행복합니다~“라는 노래를 불렀다.

“강의는 시작이 중요하다. 박수를 치고 노래를 부르다 보면 ‘내가 뭘 배우러 왔구나’라는 마음이 싹 달아나면서 무장해제된다”

강의 방식도 나이ㆍ학벌ㆍ특수계층 등 대상에 맞게 매번 바꾼다.

“어르신들은 건강, 행복에 관심이 많다. 그래서 사례도 이과 관련된 것을 든다. 인지능력도 떨어지기 때문에 쉽게 반복적으로 하고 체험을 가미해야 실제 상황에서 대응이 가능하다. 큰 병에 안 걸리기 위해 예방주사를 놓듯이 말이다”

노인대상 사기의 대부분이 가장 전형적인 방법이어서 안타깝다는 그는 금감원이나 아주캐피탈 같은 업체에 접수된 실제 사기 사례를 강의 자료로 만든다. 여기에 중간 중간 보이스피싱과 같은 금융사기와 관련한 역할극을 넣어 이해를 돕고 재미도 배가 시킨다.

금융사기를 막는 가장 쉬운 방법은 무엇일까.

안용섭 씨는 “비대면거래 등 전에 없던 IT 금융서비스가 등장하며 사기 수법이 점점 더 교묘해지고 있다”면서 “개인정보를 내 몸이라고 생각하고 보호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청소년들에 대한 금융교육이 부족한 점도 안타까워 했다.

“선진국에서는 유치원 때부터 이야기식으로 쓴 금융교육 교재를 사용해 금융의 원리나 철학을 심어준다. ‘마시멜로 이야기’처럼 직접적인 금융 얘기가 아닐지라도 약속에 대한 태도나 공동체 의식 등을 심어주며 금융교육으로 자연스럽게 연결되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상황에 따라 어떻게 판단을 내릴지 체험해 보는 등 실용적 금융교육이 필요하다”면서 “금융교육이 자연스럽게 체화되야 하는데 뮤지컬이나 연극같은 문화적 매개체를 통해서 이를 펼쳐보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한희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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