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강승연 기자] 말레이시아 소속 항공기(편명 MH370) 실종 사고의 미스터리를 풀어낼 열쇠는 ‘블랙박스’가 쥐고 있다.
비행기 운항 정보 기록기기인 블랙박스는 항공 사고의 원인을 밝혀내는 데 핵심적 역할을 한다. 블랙박스는 비행경로, 사고 당시 속도와 고도, 엔진상황 등이 수록된 비행자료분석장치(FDR)와 조종실 대화, 관제기관과의 교신 내용 등을 기록한 조종실음성녹음장치(CVR) 2가지로 이뤄져있다. 이를 해독하면 사고 당시 상황을 파악할 수 있어 사고 경위 규명이 수월해진다.
▶발견 수년 걸릴수도…=문제는 블랙박스를 찾아내는 작업이다.
블랙박스의 FDR와 CVR에는 수중 위치 신호 송신기(ULB)가 달려있어 비행기가 바다에 추락하더라도 전파 탐지기로 블랙박스를 추적할 수 있게 한다. 하지만 ULB 배터리 수명은 약 30일밖에 되지 않는다. 그야말로 ‘시간과의 싸움’이다.
그러나 현재 상황은 부정적으로 흘러가고 있다. 말레이시아, 미국, 중국 등 10개국이 최첨단 장비를 동원해 수색에 나섰지만, 사고가 발생한 지 닷새가 지나도록 항공기 잔해를 전혀 발견하지 못했다.
11일(현지시간) CNN은 “수색팀이 빠르면 수일 내에 첫 잔해를 찾을 수 있지만, 그렇지 않으면 앞으로 수주나 수개월이 걸릴 수도 있다”면서 “수색 작업이 ‘건초 더미에서 바늘 찾기’ 격”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지난 2009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출발했다 대서양 상공에서 사라진 에어프랑스 AF447편 항공기의 경우, 첫 번째 잔해는 5일 만에 발견됐다. 그러나 대서양 1만2000피트 아래 가라앉아 있었던 블랙박스와 나머지 잔해들을 모두 인양하기까진 무려 2년이 걸렸다.
이처럼 이번 실종기 블랙박스 추적 작업도 최악의 경우 수년이 걸릴 것이란 가정이 가능하다.
설상가상으로 현재 수색 범위는 반경 180㎞로 종전보다 2배 넓어진 상황이다. ULB가 전파 신호를 송출할 수 있는 최대 수심이 6㎞에 불과한 점을 고려하면, 단시간 내에 블랙박스 위치를 정확히 짚어내기 더욱 어려워진다.
▶블랙박스 논란 재점화=사고기 수색 작업이 난항을 겪자 블랙박스를 둘러싼 논란도 다시 불붙고 있다. 이번 사고로 사후 블랙박스를 수거해 분석하는 것보다 실시간으로 운항 정보를 보내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주장에 힘이 실리면서다.
AFP통신에 따르면 현재 기술상으로 민간 항공기가 위성을 이용해 운항 정보를 바로 보내는 일이 구현 가능한 단계에 와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항공 업계는 비용상의 문제로 실시간 블랙박스를 장착하는 것을 꺼려왔다.
미국 교통안전위원회(NTSB) 전무이사를 역임했던 피터 고엘스는 AFP에 “기술적 장벽은 없지만 비용이 문제”라면서 “항공사들은 명령을 받지 않는 이상 아무것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법적으로 실시간 블랙박스 장착을 의무화하지 않는 한 민간 항공사들이 자발적으로 이행하는 일은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지적이다.
또 ABC 방송의 항공 애널리스트인 존 낸스는 이에 대해 “매일 비행하는 5만∼7만대의 항공기 중 절반만 (블랙박스를 통해) 실시간 정보를 전달하더라도 주파수 대역폭은 엄청난 규모가 될 것”이라며 “그 같은 정보량을 모두 처리할 만큼 인공위성이 충분한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