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해 수색도 진전 없어
[헤럴드경제=한지숙 기자]남중국해에서 사라진 말레이시아항공 실종사고가 점점 더 미궁(迷宮)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당초 유력한 테러범으로 추정되던 2명의 위조여권 탑승자가 단순히 유럽 밀입국을 노린 이란인일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수사가 혼선을 빚고 있다. 말레이시아와 베트남, 미국, 중국 등 10여개국이 참가한 잔해 수색작업도 사흘째 단서조차 찾지 못해 난항을 겪고 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10일(현지시간) “인터폴이 사고기에 도난 여권으로 탑승했다고 지목한 승객 2명은 유럽이민을 노리고 도난 여권을 산 이란인”이라고 이들의 학창시절 친구가 BBC 페르시아에 한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들은 이란인 브로커를 통해 태국 파타야에서 저렴한 유럽행 항공권을 끊었으나, 말레이항공 등 특정항공편을 지목한 것은 아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관련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도난여권 소지자의 항공권을 예약한 태국 여행사 여직원의 말을 토대로 해당 항공권 구입에도 이란인이 관여했다고 전했다.
태국 파타야에 있는 ‘그랜드 호라이즌’ 여행사에서 일하는 벤자폰 크루트나잇은FT와의 인터뷰에서 “오래 알고 지낸 이란인이 도난여권 사용자의 항공권 예약을 요청해 가장 싼 표를 구해줬다”고 말했다.
이 직원은 이 이란인과 3년가량 거래했으나 이름은 ‘미스터 알리(Mr. Ali)’라고만 알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당초 ‘알리’로부터 3월 1일 유럽으로 가는 저렴한 항공권 2장을 구해달라는 부탁을 받고 카타르항공과 이티하드항공편 1장씩을 예약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그는 이 표의 구매를 확정하지 않았고, 3월6일 다시 연락해 유럽으로 가는 가장 싼 항공권 예약을 요청했다. 이에 이 여행사 직원은 중국을 통해 유럽으로 가는 말레이항공권 2장을 다시 예약해줬다.
크루트나잇은 ‘알리’의 친구라는 사람이 현금으로 요금을 냈다며 ‘알리’가 특정목적지나 특정 항공편을 지목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가 테러와 연관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실종 항공기 수색에 관여하고 있는 미국과 유럽 정부 소식통도 테러 가능성에 대해서는 ‘아직 확인된 바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로이터통신 보도에 따르면 유럽 보안기관 소식통은 “테러 정황을 나타내는 증거는 아무것도 없으며, 실종 항공기가 어디에 있고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설명할만한 정황 역시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정부 소식통도 실종기 승객 2명이 도난여권을 사용했다는 사실만 가지고 테러가 있었다는 증거로 삼을 수는 없다고 전했다.
중국 공안부는 인터폴의 데이터베이스와 실종 항공기 승객 정보를 대조한 결과 앞서 보도된 이들 유럽여권 소지자 2명 외에 도난여권을 소지한 탑승자는 추가로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고 이날 신화통신이 보도했다.
도난여권 소지 탑승객은 당초 아시아계로 알려졌으나 말레이시아 민간항공국(DCA)의 아자루딘 압둘 라흐만 국장은 CCTV 분석 결과 흑인에 가까운 검은 피부였다면서 “축구선수 마리오 발로텔리와 비슷했다”고 전했다.
실종 항공기의 잔해 수색 작업은 여전히 별다른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지난 9일 사고기의 문짝으로 보이는 물체를 발견, 기대를 모았던 베트남은 부근해역을 집중 수색했으나 아무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고 밝혔다.
베트남 수색구조통제본부는 이날 사고기의 문짝으로 추정되는 물체가 발견된 남부해역에 항공기 4대와 선박 7척을 보내 수색작업을 벌였으나 어떠한 것도 발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또 이날 오후 베트남 남단 또추섬 남서쪽 130㎞ 해상에서 사고기 탑승자의 구명정으로 추정되는 ‘노란물체’가 발견됐으나 인양 결과, 케이블을 감는 드럼 뚜껑에 이끼가 낀 것으로 확인됐다.
인도네시아 북부해역에서 대량으로 발견돼 기대를 모았던 기름띠 역시 주변해역을 지나던 선박에서 나온 것으로 확인됐다.
말레이시아 해양관리청은 북부 켈란탄 주의 톡 발리에서 약 100해리 떨어진 해상에서 발견된 유막의 샘플을 수거, 전문 기관에 분석을 의뢰한 결과 주변 해역을 지나던 선박에서 유출된 기름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말레이시아 당국은 베트남과 중국, 호주 등 주변국가 10여곳이 수십대의 항공기와 선박을 동원, 사고기의 항로를 중심으로 군사작전을 방불케 하는 수색을 벌였지만 사고발생 사흘째이 지나도록 아무런 단서를 찾지못하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아즈하루딘 압둘 하르만 말레이시아 민항청장은 여객기 실종사건과 관련해 수많은 의문이 이어지고 있다며 “전례 없는 미스터리”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말레이시아 당국은 수색 대상해역을 확대하는 한편, 육지에서도 수색을 실시하기로 했다.
말레이시아 민항청은 남중국해의 수색대상 해역이 확대됐다면서 “말레이시아와 베트남 영해 중간 수역외에 말레이시아 본토와 서부 해안에 대해서도 수색이 실시될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수색활동에 시간제한을 두지 않기로 하는 등 최악의 상황에 대비하고 있다.
이와 함께 말레이시아 당국은 실종 여객기가 공중분해됐을 가능성에 초점을 맞추고 사고원인을 조사 중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계자는 “지금까지 어떤 잔해도 발견할 수 없었다는 사실은 사고기가 약 3만5000피트(1만670m) 상공에서 분해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나타낸다”며 상당기간, 또는 아예 잔해를 찾지 못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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