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양규 기자] 지난 17일 한국은행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언급된 화폐개혁안이 주요 이슈로 급부상하고 있다.
화폐개혁안의 핵심은 리디노미네이션이다. 리디노미네이션이란, 한 나라에서 통용되는 모든 지폐나 동전에 대해 실질가치는 그대로 두고 액면을 동일한 비율의 낮은 숫자로 변경하는 조치를 뜻한다. 이는 인플레이션 등 시장 경제규모가 확대되면서 이로 인해 상호 거래가격이 높아져 화폐단위도 커지면서 계산상의 불편을 초래하는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검토되는 경우가 많다.
쉽게 말해, 미 달러와 원화를 비교해보면 계산상의 불편함이 발생한다. 지난 18일 기준 원ㆍ달러 환율은 1달러에 1162원 정도다. 환율은 화폐간 교환 비율을 뜻하는데 이 경우를 들자면 미국 사람들이 한국에 와서 쇼핑을 한 후 계산을 할 때 상대적으로 복잡함을 느낄 수 있다. 반대로 우리나라와 경제 규모 격차가 큰 베트남이나 태국에선 반대일 수 있다.
우리나라 예산규모는 오래 전부터 조단위를 넘어선 상태다. 더구나 주식 거래액을 감안하면 조를 넘어 경이나 해 같은 생소한 단위까지 동원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에 화폐개혁에 대한 고민은 어제 오늘만의 일은 아니었다. 이미 한국은행은 연구용역을 의뢰하는 등 화폐개혁안을 검토해왔던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검토로만 그쳤던 화폐개혁 문제가 지난 17일 한국은행의 국정감사에서 이주열 총재의 긍정적인 반응으로 다시 불이 지펴지면서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실제로 이 총재는 이날 일부 국회의원들의 화폐개혁 필요성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피력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화폐개혁에 대한 필요성과 장점을 지적한다. 대표적인 예로 지하에 숨어있는 돈을 제도권내로 끌어낼 수 있다는 점이다. 화폐개혁 시 새로운 지폐를 도입해야 하기 때문에 지하경제에 숨어 있는 돈을 자연스럽게 유인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부작용이 없는 것은 아니다. 물가에 대한 오해가 발생할 여지가 크다. 가령 2000원 정도에 거래됐던 배추 한 포기가 250원에 거래된다면 국민들이 심리적으로 오인해 받아들일 수 있고, 단기간에 물가가 출렁일 수 있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지금까지 4번에 걸쳐 화폐개혁이 이뤄졌는데 그때마다 물가 상승 등 사회적 혼란을 겪었던 경험이 있다.
여하튼 이주열 한은 총재의 화폐개혁에 대한 긍정적인 입장 표명에 시장의 관심은 폭발적이다. 하지만 이는 지난 14일 기획재정부의 국정감사에서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입장과 상반 된 것이어서 주목된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4일 열린 기재부 국정감사에서 증권거래 금액이 1경을 넘는 등 화계단위가 커진 상황임을 감안해 일부 의원들이 리디노미네이션에 대한 필요성을 언급하자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최 부총리는 “화폐 단위의 문제는 여러가지 경제 활동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서 “잘못 건드리면 불확실성을 증폭시킬 수 있는만큼 부작용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경제정책을 이끌어 나가는 두 기관의 생각이 사뭇 다른 모양새다. 그러나 이 총재가 화폐개혁 필요성에 대해 긍정적으로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인 만큼 당분간 이를 둘러싼 논란을 지속될 수 밖에 없다. 양 기관의 수장이 이번 기회에 화폐개혁의 필요성 여부를 두고 입장차만 재확인하는데 그치지 않고 종합적으로 검토해 최선의 대안을 모색해 볼 필요성은 있는 듯 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