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양대근 기자] “공익신탁은 간편하고 적은 비용으로 ‘나만의 재단’을 설립한 것과 유사한 효과를 누릴 수 있습니다.”
경기 침체로 국민들의 기부 활동이 날로 위축되는 가운데, 은행 등에 기부금을 예치만 하면 기부자가 돕고 싶은 일에 이 돈이 쓰이도록 하는 공익신탁제도가 민간 기부 문화에 의미 있는 변화를 만들어내며 주목받고 있다.
홍승욱(42ㆍ사법연수원 28기ㆍ사진) 법무부 상사법무과장(부장검사)은 올해 3월부터 시행된 공익신탁제도 ‘전도사’이다.
그는 “고소득자일수록 자신이 기부한 돈이 투명하게 사용되고 있는지 믿기 어려워 해서 기부를 망설인다는 조사결과가 있다”며 “국민들이 신뢰하고 편리하게 이용하실 수 있도록 법무부가 공익신탁 제도를 마련하게 됐다”고 말했다.
공익신탁제도는 기부자가 자신의 기부금을 금융기관 등 수탁자에게 맡기고 본인이 지정한 공익사업에만 사용하도록 하는 기부 방식의 일종이다.
기존 재단법인은 주무부처의 허가를 받아 새로 조직을 만들어 관리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지만, 공익신탁은 기부자가 믿을 만한 사람이나 기관과 신탁 계약을 맺고 법무부의 인가만 받으면 누구든 설립할 수 있다. 수탁자가 기존 조직을 활용하기 때문에 비용을 절약할 수 있고, 법무부가 자금 운용을 수시로 관리해 투명성을 높인 점도 특징이다.
미국ㆍ영국 등 선진국은 이미 100여년 전부터 이러한 공익신탁제도를 활발하게 이용하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유명한 자연보호 민간단체 ‘내셔널 트러스트’ 역시 1895년 영국의 공익신탁에서 출발했다.
공익신탁 1호는 김현웅 법무부 장관과 법무부 직원들이 동참한 ‘법무가족 파랑새 공익신탁’으로, 학대 피해 어린이를 돕기 위해 만들어졌다. 이어 연기자 유동근씨와 국제구호전문가 한비야씨, 이철희 분당서울대병원장도 각각 테마가 있는 공익신탁을 설립해 참여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영국에 본부를 둔 자선구호재단(CFA)이 지난해 발표한 세계기부지수에 따르면 한국은 60위에 머물러 있다.
홍 과장은 “미국의 빌 게이츠, 중국의 마윈처럼 우리도 ‘노블리스 오블리주’ 실천자가 많아지길 희망한다”며 “공익신탁이 기부 문화 활성화와 함께 ‘더불어 사는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 지렛대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믿을만한 사람이나 단체, 기관 등과 공익신탁 계약을 체결한 후 관련 서류를 작성해서 법무부에서 인가를 받으면 된다”며 “믿고 맡길 만한 단체가 없거나 관련 절차가 궁금하실 경우 법무부 상사법무과(02-2110-3167)로 연락주시면 자세히 안내해 드리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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