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준전시상태 선포…외신 우려섞인 보도 잇달아 우리는 동요없이 침착…일부선 타성젖은 낙관론 경계 경찰 “불안심리 조장땐 엄단”
[사건팀] 북한이 연천 DMZ(비무장지대)에서 두 차례 포격 도발을 한 뒤 준전시상태를 선포하는 등 남북간 긴장이 최고조에 달하며 세계 외신들은 우려섞인 눈으로 한반도를 주시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우리 국민들은 비교적 차분한 모습으로 일상을 이어가고 있다.
북의 기습적인 공격행위에 동요하기보단 침착 대응하는 것이 성숙한 시민의 자세겠지만, 일각에선 우리 국민의 ‘안보 불감증’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설마 전쟁이 일어나겠어’란 안일한 낙관론과 무감각해진 안보관이 기저에 깊숙히 베여 있다는 분석과 더불어 북한의 위협을 ‘강건너 불구경 하듯’ 하다간 실제 전쟁 발발시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단 우려도 제기된다.
경기도 일산에 사는 주부 최모(42·여) 씨는 “하도 북한의 자잘한 도발이 많이 발생해왔어서 이제는 무감각한 것 같다”며 “천안함 때도 전쟁이 나지 않았기 때문인 것 같은데, 우리 군 피해가 없다고 하니 얼른 마무리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울에 사는 고모(59·여) 씨도 “북한의 도발은 자주 있는 일이기 때문에 굳이 대비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진 못하고 있다”며 “다만 ‘전쟁이 일어나도 위험이 없는 지역으로 가야 하는데’라는 걱정은 든다”고 말했다.
과거와 달리 마트나 백화점에서 생활필수품들을 사재기하는 모습도 찾아볼 수 없었다.
회사원 김모(29) 씨는 “(북한의 도발 사건이) 뉴스에 떠들썩하게 나오긴 하지만 크게 불안하진 않고 전방에서 가끔 발생되는 일로 생각된다”며 “오히려 며칠 전 지뢰가 터졌을 때 더 놀랐었다”고 했다.
불안한 마음에 비상식품 준비에 들어간 시민도 간혹 보였다.
서울 개포동에 사는 직장인 박모(32·여) 씨는 “어제 칼퇴근을 한 뒤 마트에 가서 라면과 식료품을 쓸어담았다”며 “이번 주말엔 어디 안 나가고 집에서 대기할 예정인데, 인근에 거주하시는 부모님이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 틈을 타 비뚤어진 시민의식으로 SNS 등을 통해 불안심리를 조장하는 사람도 나왔다.
실제로 20일 사건 발생 직후 발신자를 국방부로 가장, 전쟁 임박시 만 21~33세 전역 남성을 소집한다는 허위 안내문자가 유포됐다.
이 문자에선 전쟁선포가 확인되면 생활필수품을 소지한 후 국방부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집결 장소를 조회에 신속 소집에 나서라는 내용이다.
이 문자 유포 후 경찰은 즉시 수사에 나섰고 이날 밤 11시경 이 문자를 작성해 퍼뜨린 23세 남성을 검거했다.
올해 3월에 제대한 이 남성은 경찰 조사에서 “장난삼아 불안감을 주려고 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인터넷 게시판에선 ‘전쟁 한번 하자. 그까짓 어린 X돼지 무서워서 못하는거냐’, ‘이번 기회에 북한땅 전체를 뭉개버리자’, ‘미친 X는 몽둥이가 약’ 등 선동적이고 자극적인 글들이 올라오기도 했다.
경찰은 이날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국민들에게 불안감을 조성하는 문제메시지나 유언비어를 유포해 사회 혼란을 유발하는 행위에 대해 적극적으로 단속·대응하고 엄정하게 사법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반 시민들과 달리 이번 포격으로 경기도 연천 주민들은 뜬눈으로 밤을 지샜다. 덥고 습한 날씨에 선풍기 5∼6대에 의존하며 공기도 잘 안 통하는 지하 대피시설에서 불편을 겪었다.
한 주민은 당시 상황을 기억하며 “천둥소리와 함께 머리 위로 포탄이 날아가는 ‘피~ 육’ 소리, 이어 포탄이 땅에 떨어져 터지는 소리가 계속 이어졌다. 이러다 전쟁이 일어나는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다른 주민은 “대피소에 냉방 시설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더위로 잠을 이루지 못했다”고 하소연했다.
김근식 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남북간 군사적 긴장이 항상 있고, 긴장이 한번씩 도발로 이어지고 있는데 이런게 일상화되서 이제 덤덤해진다면 위험한 상태”라며 “남북간의 이런 상황이 치킨게임처럼 매일 주고받다 보면 전쟁으로 갈 수도 있는 심각한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국민들이 지금 어떻게 반응을 해야 할지 혼란스러워하고 있다”며 “우리 군의 전쟁억제력을 믿으면서 전면전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보지만 속으론 맘이 편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gil@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