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농약 인증제 연말 폐지, 농약 안쓰고 병충해 방제 어려운 과실류 직격탄…유기농·무농약 전환도 17% 그쳐 수급불균형 우려

#. 경북 김천에서 저농약 거봉을 재배하고 있는 박인호(35) 씨. 그는 2006년부터 저농약 인증 거봉을 재배하고 있다. 저농약 인증 거봉은 소비자들에게 안전한 상품을 제공할 수 있는데다 상대적으로 고부가가치 창출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물론 저농약 인증 거봉은 제초 작업이 가장 큰 애로사항이다. 제초제를 뿌려 손쉽게 잡초를 제거할 수 있는 관행농법과 달리, 저농약인증은 제초제 사용이 불가능해 제초작업을 위한 시간, 인력, 비용 등이 추가로 투입된다.

박 씨는 올 연말 저농약 인증제가 폐지됨에 따라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대다수 농가들처럼 박 씨도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GAP인증’(우수농산물관리인증)을 고려하고 있다. GAP인증은 진입 장벽이 매우 낮지만 농약과 제초제, 화학비료 모두 사용이 가능해 엄밀히 말하면 친환경 인증이 아니기 때문이다.

2015년 말, 저농약 인증제 폐지…설땅 좁아진 친환경 과일

올 연말부터 저농약 인증제가 폐지됨에 따라 친환경 과일을 먹기가 점차 어려워질 전망이다. 정부는 친환경 농산물에 대한 신뢰도가 낮아지고 일반농산물과 친환경 농산물의 차별화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2010년부터 저농약 인증제를 폐지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유기나 무농약 재배가 어려운 과실 농가들이 저농약 인증제 유예를 주장하자 2010년부터 신규 인증만 중단하고, 기존 농가의 경우 2015년까지로 유효기간을 연장했다.

저농약 인증제 폐지는 당장 과실류에 직격탄을 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부분의 과실류가 병해충 방제와 제초작업이 어려워 무농약, 유기농 재배가 극히 드물고, 농업 경력이 오래된 소수의 농가들이 무농약 이상 과실류를 재배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채소류와 달리 과실류는 재배면적이 넓고 다년생이라 과수의 유실은 회복까지 상당 기간이 소요된다. 농사 소득에 직접적으로 치명적인 손실을 안겨줄 수 있는 것이다. 병해충의 경우, 10년 내지 15년 이상된 고목은 병해충을 이겨낼 수 있는 내성이 강하지만, 어린 나무들은 내성이 약하다. 또 나무 특성상, 병해충이 발생하면 채소류처럼 쉽게 눈에 띄지 않고 방제 조치가 늦어지게 되면 빠른 속도로 병해충이 번져 많은 과수의 유실이 발생한다.

실제로 과일재배에서 가장 어려운 부분이 병해충 관리다. 과수에서의 병해충은 쉽게 전파되고, 한번 발생하면 그 피해가 매우 커서 농약을 사용하지 않고 재배하기가 어렵다. 병해충에 강한 품종을 재배하고, 맛과 품질이 떨어지는 품종을 개량하는 농업 기술적인 작업을 지속적으로 해야겠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이런 이유로 현재 우리가 주로 찾는 과일의 경우 대부분 농약을 사용해 재배하고 있다.

‘신고’ 품종인 배와 ‘후지’ 품종인 사과의 경우, 비가 많이 내리는 우리나라의 기후 여건상 농약을 사용하지 않으면 병해충이 발생해 재배하기가 어려운 대표적인 품종들이다. 한국은 미국을 비롯한 유기재배 선도 국가들과 달리 기후, 강수량, 토양 등의 재배환경이 유기재배에는 극히 불리한 여건을 갖추고 있다. 이 때문에 과실류는 채소류나 곡류에 비해 친환경 재배 난이도가 매우 높아 무농약 인증 재배가 어렵다. 현재 과실류가 대부분 저농약 인증을 받고 있는 이유다.

저농약 과일이 가장 큰 타격…친환경 농산물도 30% 감소

정부가 저농약 인증제를 폐지하기로 처음 결정했던 2010년 이후 국내 친환경 농산물 재배량은 실제로 감소하고 있다.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친환경인증 통계정보에 따르면, 지난 2011년 74만6388t이던 ‘저농약 농산물’은 계속 감소해 2014년에는 25만249t으로 30% 가량 줄었다. ‘무농약 농산물’ 역시 2011년 79만8885t에서 2014년에는 30만3852t으로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유기농 농산물’ 역시 2011년 11만6899t에서 지난해 8만9718t으로 줄고 있다.

저농약 인증제 폐지는 특히 친환경 과일 생산이 줄어드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소비자들의 친환경농산물에 대한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해 친환경농산물 생산량도 지속적으로 증가했지만, 저농약 인증제 폐지를 앞두고 이미 저농약 인증 과일은 줄어들고 있다. 역시 친환경인증통계정보에 따르면, 전체 과실류 인증단계별 출하량에서 ‘저농약 인증’은 2007년 94.5%를 최고점으로 2014년에는 85.9%로 낮아졌지만 여전히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이 때문에 저농약 인증이 폐지되면, 친환경 과일 상당 부분이 없어질 수 있어 보인다.

이에 비해 과실류와 채소류, 곡류, 서류 등을 포함한 전체 친환경농산물 출하량을 살펴보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던 ‘저농약 인증’은 2008년 69.4%를 최고점으로 이후 점차 감소해 2014년에는 30.3%까지 낮아졌다. 이에 비해 2011년부터는 ‘무농약 인증’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무농약 인증은 2013년과 2014년에는 각각 58.7%, 58.1%로 높아졌다.

더욱이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2013년 조사 결과, 저농약 인증제도 폐지로 농가들은 ‘유기 및 무농약 전환 계획’ 36.4%, ‘GAP인증 전환 계획’ 22% 인데 비해 과실류는 ‘유기 및 무농약 전환’이 17.0%로, 다른 품목류에 비해 크게 낮은 것으로 나타나 저농약 인증제 폐지에 따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장연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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