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교 이공대 출신 첫 여성 총장…고교땐 공부보다 독서에 심취 “대학서 뭘 할건지…어떻게 살지…”…인생설계 돕는게 학부교육 목표 실용 학풍 교육과정 갖춘게 장점…저학년부터 진로지도 과목 개설

“저기 학교의 상징인 비룡(飛龍)상이 보이네요. 제가 용띠인데 어머니가 절 가지셨을 때 태몽으로 용꿈을 꾸셨대요. 인하대 총장 직은 제게 운명이었을지도 모르겠네요.” 사진을 찍기 위해 캠퍼스 한 켠으로 나온 최순자(63) 인하대 총장은 꾸밈이 없었다.

사진을 찍고 총장실에 들어가며 깨달았다. 소박하면서도 격조 있는 방(房)은 부드러우면서도 당당한 최 총장과 닮아 있었다. 총장실 한 켠 참 진(眞)자가 쓰여진 족자는 평소 그의 모습을 대변해 주는 듯 했다.

최근 인천 남구 인하대에서 만난 최 총장과 대화는 우문현답(愚問賢答)으로 계속됐다. ‘학교가 원하는 인재상’에 대해 최 총장은 “우리가 원하는 학생보다 어떻게 학생을 인재로 양성할 수 있을지 중요하다”고 받아쳤다. 이를 위해 “1학년 때부터 학생 스스로 재점검할 수 있도록 교육과정을 편성, 학생의 인생 설계를 돕겠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최 총장과 일문일답.

-총장이 된 지 반년 정도 지났다. 긴 시간이었을텐데. 소감은. ▶별로 긴 시간이 아니었다. 정말 재미있게 일했다. 나는 원래 일을 재미있게 한다. (총장이 되기 전에는)재단(정석인하학원)이 군림한다고 들었는데 그렇지 않더라. 굉장히 소통이 잘 되더라. 나는 줄곧 평교수였고, 교수회 활동도 해서 (재단과 소통이)좀 어려울 줄 았았다.

이 같은 배경을 지닌 최 총장이 재단에서 낙점받기 쉽지 않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 쪽이 변했길래 총장이 됐냐’고 질문을 던졌다. 바로 “내가 변한 것이 아니라 재단이 마음을 바꾼 것”이라는 대답이 날아왔다. 첫 우문현답이었다.

-여느 총장들과 비교해 이력이 특이하다. 인하대 사상 첫 여성 총장인데다 이공계 출신이다. ▶대학을 나와 확실하게 돈 벌고 싶어서 이과로 갔다. 지금 생각하면 공학 계열을 선택한 건 참 용감한 일이었다. 신입생 700명 중 여자는 나 포함해 둘이었다. 다른 여학생이 재수하겠다고 그만 두면서 71학번 중 홍일점이 됐다. 이듬해(1972년) 종합대로 승격되면서 여학생이 40여 명 들어오기 전까지. 하지만 남자가 많다고 절대 주눅들지 않았다.

-여풍당당(女風堂堂)의 표본 같은 분이라는 느낌이 든다. 학창시절에는 어떤 학생이었나. ▶중학교(인천여중) 때까지 모범생이었다. 아버지가 초등학교 6학년 때 돌아가시고 집이 많이 어려웠지만 용기를 잃지 않았다. 고등학교 때에는 공부보다 책에 빠져 있었다. 싫어하는 과목 보충수업은 빠지는 ‘문제 학생’이었다. ‘아침 보충’ 빠지고 아이들 데리고 학교 옥상에 가서 책 이야기를 하며 놀았다. 그때부터 ‘보스 기질’이 있었나보다. 그래도 졸업할 때 개근상을 받았다.

-모교 출신이다 보니 캠퍼스를 다닐 때마다 마주치는 학생들에게 마음이 더 쓰이겠다. ▶그렇다. 진짜 내 학교다. 학교에서 쓰는 모든 돈이 다 내 주머니에서 나간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예산도 절약해서 효율적으로 쓰려고 한다. 오늘(인터뷰 날) 대학원 원장님들하고 특수대학원 관련 발표회를 가졌는데 A4 용지 1장에 파워포인트 슬라이드를 1장씩 출력하니 종이가 많이 들더라. 1장에 2개씩 뽑아 돈을 아끼자고 제안했다. 우리 학교 1년 전기료가 약 32억원이다. 이 돈도 히터 겸용 에어컨의 파티션을 온ㆍ냉방용으로 분리해 조금이나마 절약했다. 그렇게 아낀 돈을 학생에게 돌려주고 있고, 앞으로도 그렇게 할 거다.

그러면서 최 총장은 한 달쯤 전 마주쳤던 학생들 이야기를 꺼냈다. “아이들 보러 도서관에 갔는데 한 학생이 인사를 하더니 대뜸 ‘총장님께서 저희들 담배 피우는 자리를 뺏으셨다’고 하는 거예요. ‘거기는 도서관 입구인데 지저분해 보여서 깨끗이 해 놓은 거다’고 말했더니 ‘장마철인데 가림막이 없어 힘들다. (흡연 장소를)새로 한 군데 마련해 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부탁하더라고요. 아차 싶었죠. 전 나름대로 뜻이 있었지만 소통이 부족했던 거죠. 도서관 바깥에 작은 흡연 공간을 바로 만들었습니다.”

-오는 9일 대학 입시 수시 모집이 시작된다. 인하대가 바라는 인재상은. ▶‘우리가 어떠한 학생을 받느냐’보다 ‘우리 학교를 선택한 학생을 어떻게 사회의 동량(棟樑)으로 만드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입학생 중에는 선택한 전공이 잘 맞는 사람도 있고 안 맞는 사람도 있다. 선택한 전공을 1학년 때 재점검시키는 게 우리 교육의 우선 목표다. 내가 대학을 왜 왔는지, 대학에서 뭘 할 건지, 인생을 어떻게 그릴 건지 등 자기 인생을 확실히 설계하도록 돕는 것이 학부 교육의 목표라 생각한다. 학부 생활 4년 중 1학년에 중점을 두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래서 1학년 때 교양 교육 등을 통해 학생의 인생 설계를 확실하게 도울 계획이다.

-보통 대학 1학년 때에는 대학도 신입생도 좀 느슨해 지지 않나. ▶대부분 대학이 뽑은 신입생을 어영부영 소홀하게 대한다. 하지만 우리 학교는 다르다. 1학년 때부터 자기를 재점검할 수 있는 과목을 필수로 해서 커리큘럼을 촘촘하게 구성할 계획이다. 인하대의 인하(仁荷ㆍ인천+하와이. 인하대는 미국 하와이 교민들이 보낸 성금이 기초가 돼 설립)라는 의미가 뭔지 알 수 있도록 학교 역사도 가르치겠다. 다양하게 학제를 편성해 1학년 때 자신의 인생을 설계해 원하는 인생을 가도록 학교가 도와주겠다.

‘인하대의 장점’에 대해 묻자 최 총장은 “실용 학풍의 교육과정을 갖추고 저학년 때부터 진로 지도 교과목을 개설해 학생들의 조기 진로 선택이 가능하도록 돕는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최근 정부가 대학 구조개혁 평가 결과를 발표했다. 정부의 고등교육 정책에 대한 생각은. ▶‘산업 연계 교육 활성화 선도대학(PRIMEㆍ프라임) 육성 사업’에는 찬성한다. 현재 우리나라는 산업과 교육 간 인력 수급 미스매치(mismatch)가 심각하다. 하지만 근본 원인은 교육보다 ‘1% 대기업 대 99% 중소기업’의 구도에서 모든 사람이 대기업을 선호하는 구조적 문제에 있다 생각한다. ’PRIME 사업’에는 중소기업 육성ㆍ취업 전략이 함께 포함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인천=신상윤ㆍ배두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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