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무렵, 선진거래소들은 거래소 통합-지주사-거래소 상장(IPO)의 세가지 구조 개편을 대대적으로 단행했다. 변혁의 계기는 서구의 경우, 대체거래소(ATS)의 등장이었다면 아시아의 경우는 중국에 대한 경계심이 큰 영향을 미쳤다. 사회주의 국가 중국은 오랜 기간 주식시장을 자본주의의 상징으로 경원시 해왔다. 때문에 중국은 뒤늦은 1990년 들어서부터 거래소를 개설했다. 그러나 1990년대말 중국이 자본시장을 육성하겠다며 정부 관리·감독기구를 발족하고 증권법을 발효시키자, 주변 국가들은 중국의 폭발력을 감지하고 위기감에 휩싸였다. 가까운 장래에 중국이 블루칩 기업들을 빨아들이는 아시아의 월스트리트로 부상하게 되면 다른 거래소들은 변방에 머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싱가포르와 홍콩은 곧 바로 거래소 통합-지주사-거래소 상장의 구조개편에 나섰다. 싱가포르는 1999년, 증권거래소인 SES와 파생상품거래소인 SIMEX를 통합해 싱가포르거래소(SGX)를 창설했다. 통합 거래소는 파생거래, 증권거래, IT회사 등 5개 자회사를 거느린 지주회사체계로 만들고 이듬해 주식을 상장했다. 이후 각 자회사들은 경쟁적으로 상품을 개발하며 고객에게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온 힘을 쏟았다.
싱가포르는 국내 산업기반이 미약해 외국기업이나 해외상품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거래소 상장도 여기에 초점이 맞춰졌다. 거래소 공개시 기존회원에 돌아갈 주식 비율을 최대한 낮추고 나머지는 해외협력 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해외의 거래소나 기관투자가들을 유인하는 지렛대로 활용했다. 싱가포르는 다양한 금융상품을 판매하는 아시아의 금융관문을 겨냥한 거래소의 구조개편과 금융사 설립의 진입 문턱을 대폭 낮춘 정부당국의 노력에 힘입어 아시아 자산운용의 중심지로 자리잡게 됐다.
한편 홍콩은 2000년 증권거래소(SEHK), 선물거래소(HKFE), 청산소(HKCC)를 합병해 통합 홍콩거래소(HKEx)를 지주회사 체제로 만들고, 곧 바로 거래소 상장까지 마쳤다. 홍콩은 통합의 시너지와 자회사간 경쟁적인 업무개발, 여기에 세계 최저의 법인세율과 간소한 행정절차를 무기로 세계 100대 투자은행의 아시아 지역본부를 유치했다. 중국 자본시장이 더 커지기 전에 홍콩을 글로벌 투자은행(IB)의 아시아의 금융허브로 자리메김하기 위해서였다.
이에 비해 한국과 일본 거래소의 구조개편은 늦었다. 당시 일본은 시가총액 세계 2위라는 자만감, 한국도 파생시장 세계 1위였다는 자부심이 중국에 대한 경계심을 무디게 만들었을 것이다. 현재 중국의 자본시장 규모는 세계시장을 뒤흔들 정도로 커졌다. 지난 4월 블룸버그가 발표한 세계 시가총액 500위 기업통계에 따르면, 중국은 일본을 완전 따돌리고 미국에 이어 두 번째를 차지했다. 500위 내에 한국은 삼성전자 등 3개 기업에 불과한 반면 중국기업은 46개나 된다. 중국은 중국석유, 공상은행 등 몇몇 기업만을 팔면 우리 자본시장 전체 기업들을 사들일 수 있는 규모로 커졌다. 어쨌든 일본도 2013년 도쿄와 오사카 거래소 통합, 지주사 개편과 IPO를 모두 마쳤다. 이제 남은 것은 우리나라 정도다. 한국거래소는 2005년 거래소통합이후 중단된 지주사 개편, IPO를 빠른 시일내 완수해야 한다.
greg@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