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문영규 기자]악령을 몰아내기 위해 크리스천과 무슬림들이 뭉쳤다. 이맘(이슬람 종교 지도자)이 엑소시즘(퇴마행위)을 하다 신부에게 도움을 요청한 것. 기독교-이슬람이 첨예하게 대립하던 이집트 카이로에서 벌어진 일이다.

3일(현지시간)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Time)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한 여성의 몸에 악령이 씌워 이맘이 퇴마술을 시도했으나 악령의 힘이 너무 강해 실패하고, 이 여성의 가족들은 카이로 성 사마안 성당의 신부를 찾아가 귀신을 쫓아내 달라고 요청했다.

여성의 딸은 “어머니가 진(이슬람 정령)에게 사로잡혔다”고 신부에게 말했고 이들은 이날 미사에 참가해 악령 퇴치술을 받기로 했다.

이집트에선 지난 2011년 아랍의 봄 이후 무슬림과 크리스천 사이의 긴장이 높아진 상태였다. 이슬람 원리주의 세력이 집권한 이후 여러 성당이 불탔고 신부들이 살해당했다. 기독교인들은 공공연히 TV를 통해서도 위협을 받았다.

이런 가운데서도 엑소시즘은 두 종교가 하나가 될 수 있는 공통분모였다.

매주 카이로에서 제일가는 퇴마사인 사마안 이브라힘 신부가 엑소시즘을 주관했고 그는 이집트에서 엑소시즘을 행할 수 있는 몇 안되는 사람이었다.

사마안 신부는 지난 20년 전 카이로 모카탐 산 바위들을 깨부수고 동굴 밖에다 교회를 깎아 만들었다. 그의 성당은 이집트에서 가장 큰 성당으로 페이스북 등으로 미사를 중계하기도 한다. 이번 엑소시즘엔 2000석의 좌석이 꽉 찰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모였으며 합창단이 아랍어로 된 가스펠을 불렀다.

이날 사람들은 크리스천이건 무슬림이건 너나할 것 없이 서로 손을 맞잡고 악령퇴치를 기원해 의식이 성공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