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 박일한ㆍ윤현종 기자] # 서울 은평구 소재 66㎡형 빌라를 보증금 2000만원ㆍ월 50만원에 살고 있는 이 모(58)씨의 연 소득은 1200만원이다. 아내와 사별한 후 지인의 사무실 일을 도우며 근근이 살고 있다. 최근 이씨는 정부가 월세 한달 치까지 세액공제 해준다는 소식을 접하고 기대감이 컸지만 이내 낙담했다. 세액공제를 받지 못할 수 있다는 답변을 들어서다. 이씨는 연소득 2000만원 미만의 ‘과세미달자’로 분류돼서다. 세금을 안 낸 게 아니라 기존에 낸 세금을 모두 공제받아 사실상 낸 세금이 없는 것. 이씨는 “안그래도 (소득원이 노출되는) 집주인이 월세를 세입자에게 떠넘긴단 소문이 많아 걱정인데 월세 공제도 사실상 못받는다니 화가 난다"며 이런 게 전형적인 탁상행정 아니겠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정부가 지난 26일 ‘주택 임대차 시장 선진화 방안'을 통해 월세입자 지원 대책을 내놓았지만 ’탁상행정‘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월세 거주자의 대부분인 저소득층은 사실상 세액공제를 받지 못하고, 집주인은 향후 부과될 임대소득세 부담을 월세입자에게 떠넘길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3일 국세청의 ‘2013년 국세통계연보’에 따르면 2012년 귀속소득 기준 근로소득자 1577만명 중 세금을 내지 않는 과세미달자는 516만명이다. 전체 근로자 3명 중 1명꼴이다. 과세미달자는 사실상 세금을 내지 않기 때문에 정부가 월세 세액공제를 해주더라도 돌려받을 세금이 없다. 즉, 기존 공제받고 있는 세금만으로도 신고소득 수준 이상이 돼 더 이상 환급받을 게 없는 것이다. 이들의 2012년 연소득(4인가족 기준)은 2064만원 미만이었다. 백원일 세무사는 “특히 1인가구이면서 연봉 2000만원 이하 가구 대부분은 이같은 과세미달자에 포함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종필 세무사는 “정부가 이번에 월세 세액공제 면세 대상으로 연간 총급여 기준을 기존 5000만원이하에서 7000만원이하로 확대하기로 해 연간 총급여 2000만~7000만원인 가구 중 월세 세입자가 세액공제 대상이 될 것"이라며 “하지만 연봉 3000만~4000만원인 월세 가구도 의료비ㆍ보험료ㆍ신용카드ㆍ기부금 등 각종 공제를 모두 제하면 월세 세액공제 혜택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커 사실상 혜택 범위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집주인의 불만도 거세지고 있다. 특히 임대소득세율(14%)이 상대적으로 크게 다가오는 영세 임대사업자들이 그렇다. 세입자가 세액공제 신청을 하는 순간 자신의 월세수입이 그대로 노출돼서다. 정부는 세입자의 확정일자 자료를 수집해 세금 추징에 쓰겠다고 해 부담은 더 커졌다. 익명을 요구한 한 세무사는 “특히 월세수입만으로 살아가는 50~60대 집주인분들이 자신의 임대소득세 납부액을 문의하는 사례가 하루 10건에 달한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에 더해 소득원 노출로 각종 사회보험료 납부액까지 늘어날 가능성을 점친 영세 집주인들도 전전긍긍하고 있다. 서울 송파구에서 월세를 놓고 있는 집주인 김 모(62)씨는 “아들의 직장으로 의료보험이 등록돼 있는데 소득원이 노출되면 지역가입으로 전환될 수 있어 걱정이 크다"며 ”건강보험공단에 물어봤지만, 아직 국세청 자료가 넘어오지 않아 내년 연말에나 추가 납부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더라”며 답답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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