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기자 “인터뷰·코멘트 안한다” 볼멘소리
[도쿄(일본)=문재연 기자] 비가 추적추적 내린 지난 17일. 한국과 일본 언론은 이른 아침부터 도쿄 한복판에 있는 롯데홀딩스 본사 앞에 나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신동주 전 일본롯데 부회장을 기다렸다. 오전 9시12분께, 일본 기자가 다가와 “여기가 아니라 제국호텔에서 진행될 예정이래요”라고 귀띔했지만, 이 역시 확신할 수 없어 하릴없이 시간만 보내야 했다. 일본 기자들은 롯데 주총 비공개 방침에 대해 불만은 없는 듯 했다. 억척(?)스럽게 탐문해 정보를 캐는 한국 언론과 달리 ‘오픈할 수 없는 것은 비공개가 당연하다’는 반응도 있었다.
하지만 일본 언론들은 신동빈 롯데 회장에 대한 아쉬움은 내비쳤다. 일본 보수 매체로 알려진 후지TV 관계자는 “신 회장이 일본 언론은 일절 상대하지 않고 있다”며 “일본 기업 주주총회를 열면서 왜 지난주 한국에만 사과하고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를 응하지 않느냐”고 했다.
롯데에 대한 한국에서의 불매운동에 관심을 보이는 언론도 있었다. TV 도쿄 측은 “일본에는 워낙 많은 기업들이 있다보니 롯데에 대해 자세히 알지 못한다”면서도 “한국에서의 롯데 불매운동이 일본기업이라는 인식 때문이라고 들었는데, 맞는가”라고 묻기도 했다.
이처럼 롯데 주총을 둘러싸고 한국과 일본 언론 간에는 관심사가 약간 달랐다.
앞서 신 회장은 지난 11일 대국민사과를 했는데, 이처럼 한국 언론에만 대응하고 일본 언론엔 일절 코멘트가 없었다는 것이 불공평하다는 논리라고 일본 기자들은 설명했다.
일본경제 주간지인 동양경제신문의 후쿠다 케이스케 부편집원장은 롯데그룹을 한국기업이라 선 그은 신 회장의 발언엔 모순이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 2010년 롯데그룹 운영체제는 ‘일본=신동주, 한국=신동빈’ 구도가 기정사실화됐었다는 점을 그도 인정했다. 하지만 그는 “(신 회장이)한국 롯데를 맡게되면서 한국어 공부에 전념했다고 하던데, 롯데를 일본기업과 선을 그은 것은 좀 의문스럽다”고 했다.
한국 재벌 특유의 순환출자 문제도 이번 롯데 주총를 계기로 현지에선 화제가 되는 분위기다. 익명을 요구한 일본 경제매체 관계자는 “삼성과 마찬가지로 롯데 사태는 한국 재벌 특유의 순환출자와 계승문제를 드러낸 것 아니냐”며 “일본에도 승계문제를 두고 다투는 기업이 많지만 이렇게 복잡한 순환구조로 승계를 유지하는 기업은 이례적”이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롯데는 순환출자가 한국에서 일본으로 이어져있기 때문에 신 회장이 장담한대로 (고리)분리가 가능할 지 주목받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TV 도쿄 관계자는 “(일본 롯데 관련도)정보가 별로 없어 사태에 대해 자세히 파악하는 것이 힘들다”고 하기도 했다.
신 회장은 앞서 기자회견을 통해 한국롯데 지주회사 격인 호텔롯데를 기업공개(IPO)해 일본롯데의 자회사라는 고리를 끊을 것을 시사했다. 또 IPO를 통해 경영투명성을 강화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일본 언론 관계자들은 대체로 “실제로 성사되기 전까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는 반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