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선택 한정·초과수당 없고…교육·승진기회도 적어 차별 ‘기업 인력난 해소 일조’평 무색

#. 세종에 사는 주부 김모 씨(32)는 네 살 된 아이의 육아와 일을 병행하기 위해 오전(8~12시) 시간대만 선택해 일하고 있다. 아이가 아직 어려 오후에는 집에서 돌보기 위해서다. 그런데 김 씨는 먼저 퇴근을 하는 게 눈치가 보여 출근을 한 시간 정도 일찍 한다. 때로는 점심이 지나서도 일을 할 때가 있지만 초과수당은 입 밖에 내기도 힘들다.

#. 은행에서 근무하는 이모 씨(39)는 육아 휴직 후 시간선택제로 전환해 일하지만 마음이 편하지 않다. 정식 직원 하나가 퇴직했지만 은행에서 대체인력을 뽑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직장 동료들에게 폐를 끼치는 것 같아 일부러 일을 더 하다 오는 경우가 많다.

시간선택제로 일하는 근로자들 중에는 주위 시선을 의식해 정해진 시간 보다 더 일하는 경우가 허다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런 흐름을 감지한 일부 업체는 인건비 절감 차원에서 정규직 일을 대신해 시간선택제를 선호하는 사례도 있다고 한다.

정부는 일ㆍ가정 양립 지원을 위해 2013년 도입된 시간선택제 일자리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등 효과를 보고 있다고 자평한다.그러나 시간선택제 일자리는 양적 증가에 비해 고용의 질은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시간선택제 일자리 지원자는 올해 상반기(1~6월) 기준 7659명으로 2013년 790명, 2014년 1457명에서 큰 폭으로 늘고 있다. 시간선택제 참여기업도 2013년 119곳, 2014년 1335곳에서 올해는 4041곳으로 급증했다. 정부는 시간선택제가 근로자의 다양한 수요를 충족시키고 있고, 기업의 인력난 해소와 생산성 향상에 도움이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실상은 달랐다. 아이 양육을 위해 시간선택제를 지원하는 여성 대부분은 오전 10시~오후 4시 시간대를 원하지만 실제 선택할 수 있는 시간대는 대체로 오전 8~12시, 오후 1~5시 등으로 한정돼 있다고 지적했다. 시간선택제 일자리를 전일제로 대신하면서 초과수당을 지급하지 않는 기업들도 많았다. 또 시간 선택제는 단순 반복 업무, 고객응대 등의 일자리가 많고, 이들 근로자를 위한 교육 훈련과 승진 기회도 적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이에 전문가들은 시간선택제가 질적으로 성장하려면 근로자들 스스로가 근무 시간대를 선택할 수 있는 규정이 필요하다고 제언한다. 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근로자의 ‘시간선택신청권’을 보장하는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근로 유형을 8시간 전일제를 기준으로 4시간, 2시간 근로나 월수금 출근 등 다양화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권 교수는 “해당 근로시간 전환신청권의 대상과 요건, 시간제 근로기간의 상한 규정 등을 명확히 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일제에서 시간선택제로, 시간선택제에서 전일제 등 기존 직장에서 근무형태를 바꿔 일할 수 있는 전환형 시간선택제도 확산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황수경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출산 등의 이유로 직장을 그만둔 후 다른 곳에서 시간선택제로 일하는 것은 경력을 유지하는데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같은 직장에서 단축 근무 등 근로시간을 유연하게 운영하는 방식의 전환형 시간선택제가 하루빨리 자리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원승일 기자/